낡은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해결한다

2013.12.13 05:00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이 늘고 있다. 더군다나 실내 활동이 많고 난방 때문에 창문을 닫고 지내는 겨울철에 층간소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의 37%가 겨울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지을 때부터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층간소음 규제법은 2012년에 발효돼, 그 이전에 지은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은 사실상 층간소음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내 연구진이 ‘메타 물질’을 이용해 기존 건물에서도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실용화 연구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김현실 책임연구원팀은 신축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뿐만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음향 메타 물질을 이용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1년 전부터 연구 중이다.

 

  하이힐 소리, TV나 진공청소기 소리 등은 고주파 층간소음으로, 푹신한 카펫만 깔아도 줄어든다. 더군다나 고주파 소음은 저주파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리기 때문에 소음을 내는 사람이 조심하게 돼 발생 빈도도 낮다.

 

  문제는 층간소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저주파’ 형태의 소음. 진동수가 50~80Hz인 저주파 소음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남자 발소리, 무거운 물체를 바닥에 세게 내려놓는 소리 등으로 생긴다. 또 저주파 소음은 소리뿐만 아니라 미세한 진동까지 발생시킨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리보다 이런 진동에 민감하다.

 

  연구진은 소음을 유발하는 위층 바닥이 아닌, 아래층 천장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건물은 천장 마감재와 바닥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메타 물질’로 만든 흡음재를 넣어 저주파 소음을 상쇄시킨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메타물질은 음파나 전파보다 크기가 작은 물질 구조를 나란히 배열해 넓은 판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음파나 전파가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기 때문에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잠수함이나 전차 등을 개발할 때 자주 이용하는 첨단기술이다.

 

  연구진은 우선 저주파 층간소음을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메타물질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50~80Hz인 소음을 가장 잘 흡수하려면 가로 세로 각각 10cm, 높이 10mm의 오목한 방을 만들어 주면 음파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소멸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구조를 나란히 연결해 넓은 판으로 만들어 천장에 시공하자 저주파 층간소음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를 목표로 효율이 높은 공명기 형태와 싼값에 만들 수 있는 격자형 구조를 모두 개발 중이다.

 

  김현실 연구원은 “저주파 소음을 막아 내는 메타 물질 구조는 저가의 플라스틱으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흡음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며 “스펀지 같은 기존 흡음재는 시간이 지나면 삭아 먼지가 나지만,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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