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만 독식하는 시장, 게놈 데이터·AI로 무장한 '정밀의학'으로 돌파"

2019.11.12 14:54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에는 기존과 같은 개발과 마케팅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며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도 환자 자신에게 딱 맞는 정밀의학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에는 기존과 같은 개발과 마케팅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며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도 환자 자신에게 딱 맞는 정밀의학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술을 마시면 개인별로 취하는 정도가 다 다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건강을 생각해 소주는 한 잔만 마시는 게 좋다’라고 일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면 적절할까요? 과거라면 모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제안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밀의학’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이달 6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약, 바이오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독식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제품 잘 만들고 잘 팔면 될지 몰라도, 지금은 사람에 딱 맞는 것을 찾아 줄 수 있는 바이오·제약기업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데이터 기반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지난달 30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김 대표가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은 흔히 사람들이 이해하는 기술 패러다임 변화와는 약간 거리가 있게 들렸다. 그는 홍성국 전 미래애셋대우 사장의 ‘팽창사회’와 ‘수축사회’ 개념을 언급했다. 과거에는 시장이 팽창하는 ‘팽창사회’였지만, 현대는 ‘제로섬’을 넘어 ‘마이너스섬’이 지배하는, 시장의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수축사회’로 돌입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수축사회에 4차 산업혁명을 대입해,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모든 것을 독식하게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대표는 “수축사회에서 타개책은 소비자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아 주는 것”이라며 “그 역할을 하는 게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자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AI를 이용해 분석해 정밀의학을 실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AI를 이용한 신약 분야에서도 신테카바이오와 김 대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임상시험이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임상시험 인프라 국가다.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 국제 수준으로 확립돼 있고, 임상의사도 많다 호주와 함께 임상시험 최적지로 꼽힌다. 이런 장점을 활용하되, 미국이 주도하는 임상시험 절차 대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제약 산업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이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다. 의사 출신 기업인인 김 대표는 원래 다국적 제약기업인 MSD에서 신약개발 임상연구 이사로 근무하다 2015년 신테카바이오의 경영을 총괄하는 현재의 직책으로 옮겨왔다. 김 대표는 “다양한 약물의 임상연구를 담당하며 임상의 어려움과 위험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15년 이상의 시간이 드는데, 개발 후기로 갈수록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실패시 위험도 커진다. 최종 허가가 난 뒤에도 안심을 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다고 해 허가가 났지만, 수백,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허가 받은 뒤 신독성이 발견되면 회사가 매물로 나올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신중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다.

 

신테카바이오는 바로 이렇게 신중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의 성공확률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높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확보한 유전체 및 의료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개인유전체지도(PMAP)을 이용해 임상시험에 최적화된 유전자 패턴을 지닌 환자군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데, AI로 그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 개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회사도 약 자체보다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사는데, 정밀의학이 녹아 들어간 임상시험 데이터는 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한다.

 

또 하나 집중하는 분야는 암백신이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비교하면 오직 암에서만 발견되는 ‘종양특이적 항원’이 있다. 종양특이적 항원 중 일부는 암세포 증식 과정에서 단백질 서열에 영향을 미치는 서열에 다른 염기가 들어가며 전체 서열이 밀리거나, 한 염기가 다른 것으로 치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암세포에서만 나오는 독특한 새로운 항원을 만드는데, 이를 신항원(네오안티젠)이라고 한다. 개인의 암세포를 차세대염기서열해독기술(NGS)로 해독해 정상세포와 다른, 암세포에서 변이가 일어난 염기서열을 찾고, 이 가운데에서 신항원을 만드는 부분을 백신으로 만들면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만들 수 있다.

 

김 대표는 그 중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변이의 신항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신항원의 단백질 3차원 구조를 AI 예측모델로 검증한다”며 “오픈소스를 쓰면 10%, 글로벌 대기업이 40%를 현재 예측하는데 신테카바이오는 현재 80%까지 예측이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병원과 임상연구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의 후발주자로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한국에게 4차 산업혁명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며 “다가오는 수축사회에서 최초 또는 최고의 기업만이 살아남는 만큼, 다른 AI 신약기업과 차별화된 기술로 바뀐 패러다임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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