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만 하던 백신, 암·감염병 치료 최전선에 선다

2019.11.07 18:36
이달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에서 데이비드 와이너 미국 위스터연구소 수석부사장이 연설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에서 데이비드 와이너 미국 위스터연구소 수석부사장이 연설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백신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어린이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았지만, 지금은 전 연령이 백신을 맞고 있고 암을 예방하는 자궁경부암 백신도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환자에게,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이 최근 개발되고 있습니다.”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데이비드 와이너 미국 위스터연구소 수석부사장(국제백신학회 회장)은 백신 치료의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치료백신과 면역치료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백신 전문가들 외에도 지자체 관계자, 지역주민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백신 치료의 개념과 동향에 대해 정보를 공유했다.

 

백신은 과거 천연두나 소아마비 등 감염병을 치료하는 데 쓰였지만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는 데에도 쓰인다. 수술과 화학적 치료, 방사선 치료에 이어 네 번째 암 치료법으로 꼽히는 '면역 치료'다. 건강한 사람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세포가 발생해도 면역계가 정상 세포와 다른 암세포를 인식하고 없앨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면역반응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잘 찾아 죽이게 하는 방식의 면역치료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와이너 부사장은 그 중 하나인 'DNA 백신'을 소개했다. DNA 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특정 항원에 반응하도록 편집한 DNA를 읽어 스스로를 변형해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이다. 작은 원형 유전자인 플라스미드에 치료 유전자와, 이를 단백질로 발현시키는 전사인자를 넣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항원을 주입하는 백신대신 항원 정보를 면역체계에 전달하는 것이다. 와이너 부사장은 DNA 백신의 창시자로 꼽힌다.

 

DNA 백신은 최근 새롭게 발견되는 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치료할 치료제로 투입됐다. 와이너 부사장은 “기존 백신은 개발부터 임상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DNA 백신은 다르다”며 “바이러스의 구조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이에 반응하는 DNA를 만들어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 백신은 임상에 들어가기까지 15개월이 걸렸고 한국에도 퍼진 메르스는 9개월이 걸렸다. 지카 바이러스도 현재 연구되고 있는데 6.5개월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너 부사장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을 DNA 백신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DNA 백신은 T세포가 암을 말려죽이도록 만들어, 바이러스가 암을 발현하지 못하게 한다”며 “임상시험 결과 50%는 암세포가 줄었고, 40%는 암이 완전 사라졌다”고 말했다.

 

생존률이 12~15개월밖에 되지 않는 악성 뇌종양인 다형성교모세포종(GBM)에 면역 치료를 적용한 임상 결과도 공개했다. 와이너 부사장은 “종양과 관련한 3개 항원을 발견해 T세포가 이를 공격하도록 유도했다”며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52명의 피험자 중 80%가 ‘무진행생존(PFS)’ 기간이 6개월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임신혁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면역치료의 효능을 높이는 데 장내세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인간 유전자를 파악해 병을 막기 위한 ‘휴먼 게놈 시퀀싱’을 완료했지만 병을 정복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병을 일으키는 유전적인 요소 외에도 환경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며, 그 요소 중 하나가 장내세균”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장내세균이 면역치료의 효능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임 교수는 “면역치료제도 환자의 80% 가량은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데, 약효를 조이는 쥐의 장내세균을 약효가 나타나지 않던 다른 쥐에게 이식했더니 그 쥐에게도 역시 약효가 나타났다"며 “장내세균이 차세대 치료제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엠리히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임상면역학과 교수는 면역치료제의 한계점을 짚었다. 그는 "면역 치료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T 세포치료제, 자연살해세포, 면역세포의 능력을 높이는 백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 중 CAR-T 산업만 2028년 33억 4800만 달러(3조 8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망이 밝다"면서도 "면역치료제를 생산하는 과정이 모두 수작업이다보니 품질관리 기준이 없고 가격도 극도로 비싸다”고 말했다. CAR-T 1회 치료 비용은 미국 기준 약 47만 달러(약 5억4500만원)다. 그는 “어떤 환자에게 잘 듣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보니 환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분명하지 않고, 제조하는 데 시간이 걸려 즉각적으로 치료에 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엠리히 교수는 면역치료제의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위한 소형 면역치료제 제조 장비를 개발하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제약업계에 의존하지만 20년 이후에는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작고 고도화된 자동화 장비로 세포를 직접 만들 수 있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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