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성공하려면 AI웨어·뉴로모픽 집중해야”

2019.11.06 15:11
6일 KISTEP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요포럼에서 권영수 ETRI 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6일 KISTEP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요포럼에서 권영수 ETRI 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정부가 시스템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 연구개발(R&D)에 올해보다 3배 늘어난 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세계 반도체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에 특화한 연산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반도체 설계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이른바 ‘AI웨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반도체본부장은 6일 서울 양재동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제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재도약의 발판 지능형반도체-기술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열린 KISTEP 수요포럼에서 “AI에 특화된 시스템반도체를 구현하는 이른바 ‘AI웨어’를 개발하는 노력만이 시스템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 발제에 나선 권 본부장은 “메모리반도체가 적기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하드웨어라면 시스템반도체는 다양한 연산 기능을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설계 R&D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여년간 국내 반도체 설계 팹리스 회사들이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이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모든 시스템반도체 기능이 들어가면서 시스템과 서비스가 연계된 비즈니스를 하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등이 살아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소프트웨어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위에서 실행되는 전기신호의 일부일 뿐”이라며 “AI웨어 반도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I웨어 개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과 함께 AI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줄이려는 기술적 과제를 돌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 본부장은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된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반도체가 소모하는 전력이 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의 8%에 달한다”며 “주행가능 거리의 10분의 1 가량을 반도체가 소모하고 있는 셈인데 전력을 낮추려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포럼에서 패널로 참여한 손광준 SK하이닉스 테크니컬 리더는 “AI 반도체가 갖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다”며 “전력 소비와 발열을 해결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안 중의 하나로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사한 뉴로모픽 칩이 떠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기초연구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5% 가량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도 채 안된다. 나머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금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스템반도체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패널로 나선 김시호 연세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ICT전문위원장)는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메모리반도체는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투자하면 되는지 명확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시장이 있는지도 불투명해 적절한 투자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목표를 잘 설정하고 꾸준히 투자하면 한국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제조 인프라와 설계인력 모두를 갖춘 몇 안되는 국가”라며 “앞으로 대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호 교수는 “AI 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기회”라고 했다.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AI 반도체 아키텍처도 이와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인텔이나 암(ARM)처럼 AI 반도체 분야를 석권한 기업이 아직 없어 도전장을 내밀만하다는 것이다. 

 

손광준 테크니컬리더는 “최근 4~5년 동안을 보면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 투자 지원이 없어 반도체를 연구하던 대학교 연구자들도 다른 분야로 옮겨 뽑을 인력이 없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무엇보다 반도체 분야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 상생 협력이 중요하다”며 “공급기업의 경쟁력이 곧 수요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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