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는 지구에서 가져간 재료보다 달에서 조달하는 재료 더 많아질 것"

2019.11.05 17:17
버나드 포잉 유럽우주국(ESA) 국제달탐사연구단 소장이 이달 5일 경기 고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ESA의 ′문 빌리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버나드 포잉 유럽우주국(ESA) 국제달탐사연구단 소장이 이달 5일 경기 고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ESA의 '문 빌리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30년에는 달에서 공장이 구현되고 채소를 길러 먹는 환경도 만들어질 겁니다. 그때는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보다 달에서 조달해 짓는 것이 더 많아질 겁니다. 이를 통해 2040년에는 200명 규모의 기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버나드 포잉 유럽우주국(ESA) 국제달탐사연구단 소장은 이달 5일 경기 고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열린 미래융합관 개관 기념 국제포럼에서 ESA의 ‘문 빌리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포잉 소장은 ESA에서 추진하는 달 표면 우주기지 건설 프로젝트 ‘문 빌리지’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문 빌리지는 3D 프린터로 달 표면에서 영구적으로 운영하는 200명 규모의 기지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지를 짓는 재료는 모두 달에서 조달한다. 포잉 소장은 “달의 자원을 채취해 활용하는 ‘현지 자원 활용’(ISRU)을 활용하면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잉 소장은 “ESA의 문 빌리지 연구는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우주 공간에서 일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지구에서 우주 활동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는 아직 착륙선과 로버, 드릴 등을 보내야 한다”며 “대신 지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달 환경을 구현하는 대형 진공 체임버로 오늘 공개된 건설연의 '지반 열 진공 체임버'(DTCV) 등을 활용하면 지구에서 달에 보낼 기기를 실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잉 소장은 “DTCV를 비롯한 연구소 차원에서 지구에서의 기술이 달 표면에서 어떻게 건축에 활용될지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의 토양은 지구 화산 환경과 비슷하기에 화산지대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연구도 함께 수행한다. 그는 “화산이 있는 하와이라던지 제주도와 같은 다양한 곳을 직접 방문하면서 달에 보낼 기기를 시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의 표면 토양인 ‘월면토’는 지구의 화산암과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 하지만 표면을 지켜줄 대기가 없어 수십억 년간 충격을 받아 30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작은 입자로 잘게 부서져 있다. 포잉 소장은 “이를 3D 프린터 재료로 쓰는 기술을 개발해 활용할 것”이라며 “입자를 3D 프린터 재료로 만들고 물을 추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달의 재료를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에서의 자체 조달을 통해 기지와 인간이 거주할 환경을 짓겠다는 것이다. 포잉 소장은 “2030년에는 공장이 구현되고 채소를 길러 먹는 환경도 만들어질 것”이라며 “2030년에는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보다 달에서 짓는게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도 모두 달에서 조달한다. 포잉 소장은 “달에는 태양빛이 직접 비치기 때문에 태양열은 무궁무진하다”며 “달 남극에 있는 10억 t 가량의 얼도 수소로 전기 분해해 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도 있다”며 “삼중수소는 10t만 있으면 아시아 전역의 에너지를 6개월간 충족시켜준다”고 말했다.

 

포잉 소장은 “지구에는 이미 첨단 건설기술이 많다”며 “이걸 어떻게 달 표면에서 가져갈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달에서의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면 다른 암석형 행성에서도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그는 “화성에도 물과 미네랄이 있고, 진흙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화성에서의 기지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NASA와 ESA 등 우주개발에 먼저 뛰어든 국가들이 달 표면 개발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에 대해 달의 주요 지점을 선점해 후발주자의 우주개발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포잉 소장은 “문빌리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며 “달에서 자원 뿐 아니라 인재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빌리지 프로젝트는 한국의 유망 과학자들이 데이터 분석 능력을 보여주면서 기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잉 소장은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흐름인 ‘뉴 스페이스’에 우주 건설도 편입될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의 역할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포잉 소장은 사견을 전제로 “문빌리지도 30%는 정부에서 자금을 대고 70%는 민간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어느 정도 참여해야 민간이 참여해도 공공의 혜택을 주게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정부가 관련 규율을 정하는 ‘보안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참여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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