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블라인드 채용’ 2년 …만족도 낮고 효과 '글쎄'

2019.11.04 16:00
 

정부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이 연구자를 채용할 때 성별이나 출신학교, 나이를 알리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 채용’을 시행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공정성 있는 인재채용이라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 2년 성과는 초라하다. 오히려 제도가 정착되기커녕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정하게 기회를 보장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지만 적합한 연구자를 뽑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형식만 블라인드 채용을 갖추는 사례도 적잖이 늘어나고 있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들은 2017년 정부가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면접 채용 방식을 도입한 이후 최근까지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적용 당시에도 우수한 연구자를 뽑는 데 블라인드 방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일괄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며 예상했던 우려가 2년여만에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행정직원 등 다른 직군과 마찬가지로 보통 총 4단계에 걸쳐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서류심사와 필기전형, 실무면접, 최종면접 순이다. 박사급이나 연구직군의 경우 일부 연구기관들은 필기전형을 면제하고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바로 실무면접을 진행한다.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들은 시스템을 통해 자기소개서와 외부 경력, 연구 논문이나 대표 학위 논문 등을 제출한다. 이 단계에서 이름이나 출신학교, 나이, 성별, 학점 등이 ‘블라인드’ 처리된다. 인사 담당자들은 제출된 서류만 놓고 서류전형 합격자를 정한다. 

 

서류전형 합격자들은 규정에 따라 자신의 연구성과나 이력 등을 소개하고 평가위원, 동료 연구자들과 연구성과에 대해 토론하는 실무면접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외부 평가 위원들이 응시자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 평가에서 빠지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면접을 통과하면 부원장급 이상 보직자들의 최종면접 절차를 통해 최종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블라인드 채용 면접의 장점은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 없이 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신학교명이나 나이, 성별에 따른 선입견을 평가위원들이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자기 소개서나 연구성과 등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실무면접에서도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연구자들이 전형 과정에서의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출신학교가 전부는 아니지만 출신학교와 학점은 적어도 기본태도의 성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블라인드 면접 과정이 과연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 출연연구기관의 인사 담당자는 “한번 연구자를 채용할 때 지원자가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여명이 몰려 지원자를 꼼꼼이 살펴볼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보통 다 합쳐 1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실무면접·최종면접과 블라인드 처리된 제한된 정보만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장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실성이나 그동안의 연구 역량보다는 면접 시간에 조리있게 말을 잘하는 지원자들이 유리한 측면도 있을 수밖에 없다”며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기 전과 비교해 볼 때 신규 채용 연구자들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예산을 지원받는 출연연 연구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높은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정성보다는 ‘수월성’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 면접으로는 우수한 연구자를 뽑기 어려워 형식만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연구성과 등 제출된 서류에 나와있는 내용으로 출신학교와 지도교수, 몸을 담았던 연구실험실까지도 찾아내 채용에 공공연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출연연구기관의 인사 담당자는 “박사급 연구자들은 논문으로 평가하겠지만, 논문도 어떤 연구 배경에서 나왔고 어떤 연구 실험실에 몸담고 있으면서 논문을 누구와 썼는지도 매우 중요한 정보라는 게 연구자들의 입장”이라며 “오히려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런 정보들을 유추하고 평가에 활용하는 이른바 ‘무늬만 블라인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