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DNA로 인류 기원 알기 어려워" 남아프리카 기원설 무너지나

2019.11.01 19:01
버네사 헤이스 호주 가반의학연구소 교수가 남아프리카 코이산 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해독했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인류의 발상지와 시기를 찾은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됐지만, 내용과 방법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 제공
버네사 헤이스 호주 가반의학연구소 교수(가운데)가 남아프리카 코이산 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해독했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인류의 발상지와 시기를 찾은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됐지만, 내용과 방법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 제공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의 기원 시점과 발상지를 20만 년 전 남아프리카의 보츠나와 북부로 지목한 이번주 ‘네이처’ 논문 내용에 대해 일부 고인류학자와 유전학자들이 학문적 이견을 표하고 나섰다. 연구에 사용된 유전학 기술이 낡고 한계가 많아 인류의 기원을 정확히 지목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미 화석 및 핵 DNA 해독 결과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곳곳에서 현생인류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여럿 제기돼 있는데, 이를 다 무시하고 남아프리카로 특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연구를 한 연구팀은 “현생인류가 남아프리카 한 곳에서만 처음 기원했다고 주장한 게 아니다. 다른 곳에서 20만 년보다 먼저 발생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라며 “다만 이들 가운데 살아남아 현재까지 전세계에 퍼져 나간 인류의 기원을 살펴본 결과”라고 맞섰다. 

 

(관련 기사 : "첫 현생인류는 20만년 전 남아프리카人…지구 자전축 변화 따른 기후변화로 확산")

 

이번 논문은 10월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호주 가반의학연구소와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결과다. 버네사 헤이스 가반의학연구소 교수팀은 남아프리카인 198명의 혈액 시료를 이용해 세포 내 소기관으로 어머니에게서 자식에게로 독립적으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해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같은 단일염기다형성(SNP) 변이를 공유하는지에 따라 L0~L6까지 7가지 ‘혈통’으로 나뉠 수 있다. 연구팀은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L0를 지닌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DNA를 해독했다. 여기에 기존에 이미 해독된 1200여 건의 L0 미토콘드리아 DNA 정보를 추가로 분석한 뒤, 이 집단이 처음 등장한 시기를 추적했다. 시간이 흐르면 먼지가 쌓이듯 DNA에도 변이가 일정한 속도로 축적되는데, 그 축적량을 측정해 등장 시간을 역으로 추정하는 기술이다. ‘분자시계’라고도 부른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20만 년 전 보츠나와 북부에서 오늘날 존재하는 현생인류의 조상이 처음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팀은 육지 및 해양 퇴적물을 연구해 25만 년 전 이후 남아프리카의 기후를 밝혀, 이들 인류가 13만 년 전 및 11만 년 전부터 각각 북동쪽 및 남서쪽으로 이주할 환경이 마련됐고 실제로 확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요인은 지구의 자전축 변화를 꼽았다.


●”미토콘드리아 DNA, 인류 기원 특정하기엔 역부족” 지적 제기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많은 고인류학자와 유전학자들이 이견을 나타냈다. 비판은 주로 호주 팀의 유전학 연구 결과에 집중됐다. 요약하자면, 미토콘드리아 DNA만으로는 인류의 기원 시점과 장소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다. 


포문을 연 것은 영국의 고인류학자 크리스 스트링거 런던 자연사박물관 교수다. 그는 논문이 발표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논평을 발표해 “미토콘드리아 DNA는 인류의 기원을 특정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트링거 교수는 “우리(현생인류)는 아프리카 다양한 곳의 선조로부터 영향을 받은 뒤섞인 존재(amalgam)”라며 “유전자의 일부만으로 이렇게 조각조각난 인류 기원의 복잡함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이언스’ 역시 29일 뉴스 기사에서 “현대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아프리카 옛 인구집단의 역사를 추적하기에는 부실한 도구”라는 사라 티시코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논평을 통해 비판에 가세했다. 

 

20만~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는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해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2),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칼라하리 코이산)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만~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는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해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2),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칼라하리 코이산)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이상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는 30일 ‘이상희의 인류진화’ 유튜브 채널에서 “미토콘드리아 DNA 다양성은 중요한 정보가 있지만, 다양성 돌연변이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분자시계 접근법이 맞는지에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돌연변이 발생시점이 집단이나 종의 발생 시점은 아니다”라며 “L0가 발생한 시점이 새로운 집단이나 새로운 종의 발생 시점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유전학자인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인구 계통 추적 연구의 정확도에 의문을 표했다. 정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DNA와 같이 단일한 좌위를 쓰는 경우 실제 사람 집단의 역사인 인구 계통도(population tree)가 유전자 계통도(gene tree)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제대로 파악하려면 많은 독립된 좌위에 대해 여러 유전자 계통도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L0 그룹의 세부 구조를 아주 잘 알려주는 연구지만, 과거 집단의 역사를 추정하기에는 가정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의 발생 지점을 특정 지역으로 한정한 데에 무리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 이상희 교수는 “20만 년 전 등장해 13만 년 뒤 처음 이동하기까지 7만 년 동안 그 지역에 있었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아무리 이 지역이 넓다 해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L0를 가진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지점이 20만 년 전 (조상이 살던)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착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과거의 인종 분리 정책에 의해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이주하기도 했는데 연구는 이런 사실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L0의 주된 가지들이 속한 시료가 다 나오는 곳이 보츠와나 지역이라 이 지역을 기원지로 꼽은 것 같은데, 단순히 그렇게 보기에는 수만 년 동안 이 지역에 인구 변화가 많았던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집단유전학자인 폰투스 스코글룬트 영국 프랜시스크릭 연구소 교수도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최근 수 년 동안 매우 많이 이주하고 섞여왔기 때문에, 20만~7만 년 전 사이에 인류가 이동하지 않았다는 대단히 제한적인 가정이 있을 때만 현생인류 DNA로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시코프 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손이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한, 또다른 큰 인류집단으로부터 남아프리카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L0 계통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제기된 비판은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팀의 사전 브리핑과 '네이처'가 주최한 전화 브리핑에서 기자들에 의해 제기됐던 질문이다. 연구팀은 당시 "이번 연구에 포착되지 않은 다른 현생인류가 다른 지역, 시기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 살아남아 있는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적했을 때 찾을 수 있는 가장 앞선 인류의 탄생 시점과 장소를 알아낸 연구"고 밝혔다. 수만 년 사이의 남아프리카 인구 이주 가능성과, 남성의 Y 염색체를 통한 추적 결과와 상반된다는 비판(Y염색체를 이용해 같은 분자시계 기법으로 추적하면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가 기원으로 나온다)에 대해 헤이스 교수는 "남성은 이동도 많고 뒤섞이기도 해 흩어져 추적이 안 되지만, 모계 혈통은 '타임캡슐'과 같이 추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L0의 다양한 세부 유전형 인구집단의 이주를 보여주는 지도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묘사된 북동쪽 인구 확산이 13만 년 전, 보라색 인구 확산이 11만 년 전 이후 일어난 두 번의 주요 확산 현상이다. 주황색 지점이 최초의 발상지이고, 이 지역에는 여전히 칼라하리 코이산 족이 살고 있다. 네이처 제공
L0의 다양한 세부 유전형 인구집단의 이주를 보여주는 지도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묘사된 북동쪽 인구 확산이 13만 년 전, 보라색 인구 확산이 11만 년 전 이후 일어난 두 번의 주요 확산 현상이다. 주황색 지점이 최초의 발상지이고, 이 지역에는 여전히 칼라하리 코이산 족이 살고 있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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