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한국 동물생명공학 선구자 한인규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2019.11.01 19:28
고 한인규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고 한인규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한국의 동물생명공학을 세계적 지위로 끌어올린 학자이자 끊임없는 기부를 통해 후학 양성에도 힘쓴 한인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달 1일 오후 3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34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1956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부터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교수로 부임해 1989년 농과대학장을 지낸 후 2000년 정년 퇴임했다. 그동안 1971년 한국과학상, 2000년 대한민국 녹조훈장, 200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상 등을 받았다. 2015년에는 2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교수는 한국의 동물생명공학, 동물영양학과 사료공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킨 주역이다. 미국 유학에서 터득한 화학분석법과 실험동물 사육기술의 한국 내 도입을 선도하며 총 670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실었다. 축산학 및 영양사료학 분야의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동물영양학’, ‘사료자원핸드북’ 등 111권의 저서를 남겼다.

 

한국의 동물과학 기술 위상 제고에도 기여했다. 한국에서 한국축산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여양사료학회 등 여러 학회 창립에 참여했다. 아세아태평양축산학회(AAAP) 창립을 도모하고 국제학술지를 창간해 SCIE급 학회지로도 육성시켰다. 1993년에는 세계축산학회장으로 선임되며 8차 세계축산학회를 서울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1991년부터 3년간 서울대 농생대 최초의 민선학장으로 일하며 서울대 뿐 아니라 전국 농생대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 우선 수원에 있던 서울대 농학캠퍼스를 지금의 관악캠퍼스로 옮기고 농과대학의 명칭을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바꿨다. 세계은행의 교육차관을 얻어 6000만 달러의 연구용 기자재를 서울대를 비롯한 12개 국립농과대학에 배정하며 연구환경 개선에 이바지했다. 역대 학장 중 가장 많은 공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서울대 농생대 정원에 한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식수와 의자가 마련됐을 정도다.

 

2001년부터는 3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으로 일하며 한림원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경기 성남의 한림원 회관을 짓고 준공식에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하는 등 과학기술 홍보에 앞장섰다. 당시에 사재 1억 원을 출연해 회관 건설의 국고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과학기술 현안에 대한 정책 대응과 함께 관련 법규 및 제도의 개선방안을 건의하는 ‘한림원의 목소리’도 한 교수가 만들었다.

 

한 교수는 끊임없는 기부를 통해 농업생명과학 분야 후학 양성에도 큰 공헌을 했다. 학장으로 일하던 1991년에는 사재 1억을 출연해 농업생명과학 및 대학 발전에 공헌한 후배 교수에게 수여하는 상록연구대상을 제정했다. 2000년 정년 퇴임 후에는 8억원을 기부해 목운(한인규 교수의 아호)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목운문화재단은 현재까지 국내외 초중고교 및 농업생명과학대 대학생과 대학원생 605명에게 총 7억8327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2009년에는 1억원을 출연해 ‘서울대 상록문화재단’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지내고 우수 농생대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 교수의 2013년 인터뷰를 보면 한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난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돈이 없어 어렵게 생활하다 보니 가난한 인재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며 “재산이 많은것도 아니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자는 소박한 생각이다. 남에게 베풀면 우선 내 마음이 즐겁고 편하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 장례식장 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이달 3일로 장지는 충남 천안 천안공원이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조화 및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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