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촌평] 우주청이 우주강국을 보장할까

2019.11.01 14:00
 

전세계 우주개발과 우주산업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국제우주대회(IAC)에서는 매년 각국의 우주개발 연구기관과 민간 우주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마련한다. 연구개발 성과나 위성, 우주선, 발사체 등 모형을 보여주며 전세계 우주관계자들은 물론 투자자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네트워킹한다. 

 

올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AC의 전시 부스는 각국 우주청(Space Agency)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가 대규모 전시 부스를 뽐내며 눈길을 붙잡았고 유럽우주국(ESA)도 질세라 대형 부스를 공개했다. 눈길을 끈 것은 벨기에,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별도로 부스를 마련한 것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를 비롯해 브라질, 태국 등 우주개발 분야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들이 우주청 부스를 공개한 점이다. 

 

이들 신흥국들이 앞다퉈 우주청을 만들고 IAC에 부스까지 마련하며 우주개발 대열에 뛰어든 이유와 메시지는 명확하다. 더 이상 우주개발과 우주 비즈니스는 일부 국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발사체와 위성 활용 비용이 내려가며 우주개발의 문턱이 낮아지고 뉴스페이스로 대변되는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국내에서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와 달 궤도선 발사 등 굵직한 우주개발 이정표를 앞두고 우주청 설립 등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의원실은 지난 10월 31일 우주청 신설을 위한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여된 국가기관에 의해 우주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직으로는 집중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고 여러 부처의 우주개발 관련 정책들을 제대로 종합·조정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도 포함됐다. 

 

그러나 과연 우주청이 설립되면 우주개발 전문가들과 과학자들, 산업계가 만족할 만한 우주개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 지원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0여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 사업은 집권하는 정부의 부침을 겪었다. 

 

특히 달 탐사 사업은 시점만 선언할 뿐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추진 체계를 갖추지 못한 데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여러 차례 일정 조정을 거쳤다. 그럴 때마다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연구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전문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청이 설립된다고 전문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독립적인 뚝심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낙관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우주청 설립을 통해 지향하는 명확한 미션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단순히 우주개발 강국을 만들자는 선언으로는 공허하다. 구체적인 목표와 미션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순서로 논의해야 한다. 일례로 유럽의 강소국 룩셈부르크는 국가총생산(GDP) 중 2%는 우주산업에서 나온다. 룩셈부르크는 우주 자원 탐사와 우주 광물을 통한 비즈니스 전개, 우주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비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주청 설립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위성 발사나 우주발사체 발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쇼’라거나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왜 정부가 우주에 투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우주강국은 우주청 설립이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명확한 전략과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역량 확보, 국제협력, 국민적 동의에 근거한 흔들림 없는 예산 지원을 통한 자긍심 확보 등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주청을 설립해 이 모든 것들을 흔들림 없이 해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청 설립이 곧바로 우주강국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데서 우주청 설립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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