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한 수 가르쳐주마'라는 소셜 자경주의

2019.11.02 08:00
출처: xkcd(https://xkcd.com/386)
출처: xkcd (https://xkcd.com/386)

인터넷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의견 차이로 벌어지는 다양한 논쟁들이 있다. 대부분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논쟁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맞고 너는 완전히 틀리다는 말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토론에 소모했지만 내가 맞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처음보다 의견 차이가 더 커지기도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동물이다. 90%가 넘는 사람들이 지식, 능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나는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서든 다들 일단 내가 남들보다 올바른 소리를 할 확률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토론에 임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논쟁은 늘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또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의견을 남들이 모두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내 의견이 더 우월하더라도 사람들은 각자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개인차가 있다. 


미국 캔사스주립대의 심리학자 도날드 소시에 교수는 마치 법이 없던 시절 자율방범단 같은 자경단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계도하고 다녔던 것처럼 현대 사회에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일명 사회적 자경단이 있다고 생각했다. 소스를 찍어먹는 게 옳은가 부어 먹는게 옳은가와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크고 작은 의견 차이까지 누군가 혹시 헛소리(나와 다른 생각)를 하지는 않는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다니다가 “넌 틀렸어. 당연히 찍먹(찍어 먹기)이지”라며 자신의 생각을 요요하는 식이다.  이는 유난히 자신의 의견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깔아뭉개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통제감과 권력감을 유지하는 행위다. 


소시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보인다. 


①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계몽할 의무가 있다. 
② 보통 내 말이 옳으므로 사람들은 내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③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계몽시키고 잘못을 고쳐줄 책임이 있다.  
④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올라있는 상상을 즐겨 한다. 
⑤ 이 사회에는 무식하고 멍청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⑥ 무엇이 옳은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속이 터진다.

 

각종 차별주의자나 혐오주의자, 테러리스트 같이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명백한 사실 관계를 틀린 경우를 제외하고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의견 차이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남의 삶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며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람이 된다. 타인이 부먹을 하든 찍먹을 하든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지만 그건 잘못되었다고 괜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악플을 끄적이는 식이다.  알고 보면 가장 많은 피해를 일으키고 다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다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했으니까 비난받는 게 마땅하지 않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 말은 그대로 본인한테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 같은 존재가 아닌 한 자신도 누군가에게 똑같이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타인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 의견에 대한 비판 등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난을 잘 받아들인다고 해도 모두가 모두에게 별 것도 아닌 일로 소모적인 비난을 시전하는 사회는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소시에 교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비슷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이 사람의 의견에 얼마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름 설득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생각이 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멍청하고 성격도 나쁠 거 같다고 응답하는 등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의견을 보이는 사람에게 편지 같은 걸 써보라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불필요한 공격적인 말투나 멍청한 너를 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우월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고로 이런 말투와 태도로는 1 + 1 = 2 같은 자명한 사실도 쉽게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상 자경단 같은 태도를 적게 보인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보이든 그렇지 않든 그 사람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자경단적인 사람들은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정도가 커서 자신과 의견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확연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인의 의견에서 별로 배울 것이 없었으며 별로 설득되지 않았다고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견은 가지는 것이지 휘두르는 게 아니라는 말처럼 남의 일은 신경 끄고 내 일이나 신경 쓰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악플을 다는 등 타인을 열심히 비난하고 다니는 경우, 남을 깎아내리는 데서 반짝 내가 상승하는 것 같은 쾌감이나 타인의 삶을 내 손으로 주무를 수 있다는 권력감과 통제감이 따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무의미한 논쟁들이 그렇듯, 얻는 것 없이 삶이 소모될 뿐이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전부 귀담아 듣지 않듯 다른 사람들도 내 의견을 들을 의무는 없으며 내 의견은 나한테만 중요하다는 사실 기억해보자. 

 

참고자료

-Saucier, D. A., & Webster, R. J. (2010). Social vigilantism: Measuring individual differences in belief superiority and resistance to persuas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6, 19-3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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