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물질 성질 가진 입자, 상온서 조절하는 기술 나왔다

2019.10.30 00:00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왼쪽)와 송현규 연구원. KAIST 제공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왼쪽)와 송현규 연구원. KAIST 제공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입자를 상온에서 만들고 제어할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런 입자는 지금까지 영하 273도의 극저온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빛을 이용한 미래 소자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와 송현규 연구원팀이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가는 육각기둥 구조 반도체를 이용해 극저온에서만 만들 수 있던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을 응축하고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반도체나 절연체 속에는 에너지를 받아 평소보다 에너지가 높아진 ‘들뜬’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전자가 빠져나간 자리(양공)도 들뜬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전자는 정전기적으로 음(-)의 성질을 갖고 양공은 양(+)의 성질을 갖기에, 두 들뜬 입자가 결합하면 중성이 되면서 입자와 비슷한 상태의 ‘준입자’라는 상태가 된다. 이 준입자를 엑시톤이라고 한다.


만약 반도체 내부에 빛 입자(광자)가 들어가 엑시톤과 오래 머물면 두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이 형성된다. 이 입자는 빛과 물질의 특성을 동시에 지녀 미래 광소자 등에 쓰일 후보 입자로 꼽히고 있다. 질량은 전자의 10만 분의 1, 원자의 10억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가볍고, 많은 입자들이 하나의 입자처럼 같은 에너지 상태를 공유하며 뭉쳐 움직이는 응축도 가능해 소재나 소자로 활용하기 유리하다.


엑시톤-폴라리톤은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기존에는 비소화물 기반의 반도체를 쓰고 내부에 빛을 가두기 위한 거울을 만들어 엑시톤-폴라리톤을 만들었는데, 열에너지를 만나면 엑시톤이 다시 전자와 양공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절대0도(영하 약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질화물 기반의 반도체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질화물 기반 반도체는 상온에서도 엑시톤이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 빛을 가두는 거울 구조를 균일하게 만드는 게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조 교수팀은 거울 대신 반도체 자체를 육각기둥 모양 막대 구조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빛이 육각기둥 내부에서 반사를 거듭하며 갇히게 돼, 별도의 거울 없이도 빛이 엑시톤과 오래 반응하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반도체 육각기둥 구조에서 생성되는 상온 엑시톤-폴라리톤을 응축하고,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제공
연구팀은 반도체 육각기둥 구조에서 생성되는 상온 엑시톤-폴라리톤을 응축하고,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제공

연구팀은 레이저를 이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의 응축 현상의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여러 입자가 파장의 에너지 상태를 공유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인 ‘결맞음’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으로, 향후 신개념 레이저나 광소자, 특정 문제를 푸는 양자 계산기(양자시뮬레이터), 초유체 집적회로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복잡한 저온 장치가 필요없는 상온 엑시톤-폴라리톤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상온에서 작동되는 다양한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옵티카’ 20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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