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촌평] 월드시리즈 중계에 등장한 우주인

2019.10.28 14:24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19 국제우주대회(IAC)가 25일 닷새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현지 취재를 마치고 들어선 저녁 숙소 TV에서는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 최종 결선인 월드시리즈가 중계됐다. IAC가 열린 워싱턴을 연고로 한 워싱턴 내셔널즈팀의 월드시리즈 상대팀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이 여고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스페이스센터가 있는 휴스턴인만큼 흥미로운 매치업이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의 시구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인 중 한 명인 버즈 올드린이 맡았다. 1930년생인 버즈 올드린은 89세의 나이에도 비교적 건강하게 시구를 마쳤다. 3차전 4회가 끝난 뒤 야구와는 전혀 다른 낯선 화면이 미 전역을 대상으로 이뤄진 중계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화면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세 명의 우주인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 중 2명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류 최초로 여성 우주유영에 성공한 미국 여성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흐와 제시카 메이어였다. 이들은 중력이 약한 ISS 내부에서 야구공을 던지고 미세 중력으로 느리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배트로 치는 장면을 연출하며 환하게 인사했다. 

 

여성 우주인들의 임무는 인류 첫 여성 우주유영이었다. ISS의 배터리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우주유영에 나섰고 6시간 30분간의 작업을 마치고 ISS에 성공적으로 복귀해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인사한 것이다. 

 

25일 미국 전역에 방송된 화면은 국제우주대회가 폐막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시청률이 높은 월드시리즈 중계를 지켜본 미국민들은 미국 정부의 향후 우주개발 계획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정부의 막대한 우주개발 예산 투입에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각국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쉽게 구현하지 못하는 꿈을 현실화하고 우주개발에 대한 리더쉽을 유지한다는 메시지로 국민들의 자긍심을 자극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우주를 향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꿈과 비전을 현실화하는 모습을 통해 우주를 친숙하게 하고 자신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정신을 일깨워줬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NASA와 민간 우주기업들만의 도전이 아닌 ‘자신의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연출했다. 

 

어찌 보면 영악할 만큼의 ‘쇼잉(Showing)’이나 ‘마케팅’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미래 세대의 장래 희망이 공무원과 ‘유튜버’로 귀결되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우주 개발과 우주로 향한 과학자 등을 꿈꿀 수도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크다. 

 

18일 세계 첫 여성만으로 이뤄진 우주 유영에 성공한 다음날 뉴욕 월가의 다우존스와 경제, 산업, 비즈니스를 다루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는 여성 우주인들의 사진이 실렸다. 우주 개발이 경제와 산업, 비즈니스에 그만큼 큰 영향을 준다는 방증이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투자자들 중심의 월스트리트저널 독자들이 그만큼 도전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세계 우주 개발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스타트업들, 연구자들, 학생들 등 6000여명이 모인 2019 IAC는 정책이나 비즈니스, 향후 우주개발 계획 외에도 이처럼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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