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미래병원] 전기에서 디자인, AI까지 휠체어의 끝없는 변신

2019.10.30 09:00
 

국토교통부가 다리가 불편한 환자도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28일부터 고속버스 노선 몇 구간에 휠체어탑승 장비를 시범적으로 장착한다고 밝혔다. 부산-서울,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등 4개 노선 고속버스에는 3개월간 휠체어전용 승강구와 승강장치, 가변형 슬라이딩 좌석, 휠체어 고정장치 등을 장착한다. 

 

이렇게 여러 장치를 장착해야 하는 이유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의 속도는 시속100km가 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고속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휠체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시험에 통과한 제품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내 지지대에 휠체어를 고정하거나, 버스가 급정거하더라도 미끄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휠체어가 이제 막 고속버스에 안전하게 오르는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건강한 사람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비교적 빠르게, 그리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 휠체어의 변신은 ‘전기’와 ‘디자인’ 덕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취리히예술대 공동연구팀이 휠체어의 원 바퀴 한 쌍 사이에 컨베이어밴드처럼 길게 돌아가는 고무 보조바퀴 한 쌍을 더 달아 개발한 ′스큐보′. 편평한 곳에서는 둥글고 커다란 원바퀴로 다니지만 계단이나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는 기다란 보조바퀴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한다. 스큐보 홈페이지 제공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취리히예술대 공동연구팀이 휠체어의 원 바퀴 한 쌍 사이에 컨베이어밴드처럼 길게 돌아가는 고무 보조바퀴 한 쌍을 더 달아 개발한 '스큐보'. 편평한 곳에서는 둥글고 커다란 원바퀴로 다니지만 계단이나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는 기다란 보조바퀴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한다. 스큐보 홈페이지 제공

수동 휠체어는 처음 발명된 1783년 이후 디자인이나 기능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다리가 불편한 환자가 앉아있기만 해도 건강한 사람의 도움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수동 휠체어를 타려면 손과 팔의 힘으로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전기 힘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가 등장했다. 

 

전기의 힘으로 다녀도 한계는 여전히 존재했다. 기존 디자인의 휠체어는 바퀴가 무척 커서 운전하기가 힘들고. 차도에서 보도블럭으로 올라가는 높은 턱이나 계단 등은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바퀴 크기를 줄이면 자갈길이나 모래밭에서 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 학계에서는 좌석과 등받이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 크기를 줄이고, 바퀴의 디자인을 바꾼 새로운 휠체어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휠체어가 다니기 힘들던 길을 편히 다니게 하는 게 목표다. 

 

2017년 6월 미국 네바다대 컴퓨터과학및공학과 첨단로봇및자동화연구실팀은 최근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휠체어의 형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국제전기전자공학회지가 발행하는 학술지 'IEEE 익스플로'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휠체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크고 작은 바퀴가 여러 개 달려 있거나 탱크처럼 기다란 보조 바퀴를 가진 형태다. 

 

바퀴가 여럿 달린 경우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여러 개의 바퀴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굴러 휠체어가 예기치 않게 빠르게 내려가거나 굴러떨어지지 않게 지지한다. 보조 바퀴를 지닌 경우에는 바퀴가 계단에 닿는 표면적을 넓혀 안전성을 더 높였다.

 

2017년 영국디자인박물관이 선정하는 비즐리디자인상 교통수단 부문에서 쇼핑카트로봇과 저공해수상택시 등을 제치고 최고 수상작으로 뽑힌 ‘스큐보’도 탱크식 보조바퀴가 달린 휠체어다. 스큐보를 개발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취리히예술대 공동연구팀은 휠체어의 원 바퀴 한 쌍 사이에 컨베이어밴드처럼 길게 돌아가는 고무 보조바퀴 한 쌍을 더 달았다.

 

편평한 곳에서는 둥글고 커다란 원바퀴로 다니지만 계단이나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는 긴 보조바퀴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한다. 그 해 연구팀은 스큐보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제로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네바다대 연구팀은 2010년 들어 각종 센서가 달린 ‘스마트휠체어’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하는 센서를 달아 휠체어가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를 주거나, 뇌파를 수집, 전송해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조종하는 식이다. 

 

2011년 말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팀은 뇌파제어기술을 접목해 휠체어나 로봇팔을 생각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휠체어를 움직여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센서를 머리 여러 곳에 붙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뇌파로 휠체어를 조종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데다, 휠체어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시속 2km 이하)는 한계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손하나 까딱 않고도 조종 가능한 AI 휠체어 등장 

 

인텔과 브라질 로봇제조업체 후박스로보틱스에서는 사람의 표정을 읽어 조종 가능한 휠체어 시스템 ‘휠리7’을 개발했다. 사용자의 표정 9가지를 저장하는 데 단 7분이 걸리며, 저장된 표정에 따라 휠체어를 전진, 회전, 정지시키는 등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얼굴을 3D로 스캔하고 표정 변화 등을 읽는 안면인식 AI가 장착된 덕분이다. 
인텔과 브라질 로봇제조업체 후박스로보틱스에서는 사람의 표정을 읽어 조종 가능한 휠체어 시스템 ‘휠리7’을 개발했다. 사용자의 표정 9가지를 저장하는 데 단 7분이 걸리며, 저장된 표정에 따라 휠체어를 전진, 회전, 정지시키는 등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유튜브(https://youtu.be/0lq4puMx4bI)를 통해 표정 변화로 휠리7을 조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텔, 후박스로보틱스 제공

전문가들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휠체어에도 역시 딥러닝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환자 중 노인의 비율이 높은데, 운전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과 브라질 로봇제조업체 후박스로보틱스에서는 사람의 표정을 읽어 조종 가능한 휠체어 시스템 ‘휠리7’을 개발했다. 사용자의 표정 9가지를 저장하는 데 7분이 걸리며, 저장된 표정에 따라 휠체어를 전진, 회전, 정지시키는 등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얼굴을 3D로 스캔하고 표정 변화 등을 읽는 안면인식 AI가 장착된 덕분이다. 

 

로잔연방공대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휠체어와 달리 신체에 십수 개의 전극을 일일이 붙일 필요가 없어 간편하고, AI가 사람의 표정을 읽는 정확도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 후박스로보틱스에서는 하지마비 환자와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대규모 생산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휠리 베타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실내 구조를 스캐닝해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구조들을 예측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환자의 근육 경직이나 긴장 등을 감지해 낙상 등 사고를 방지하는 등 다양한 AI 휠체어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과 후박스로보틱스가 개발한 ′휠리7′은 얼굴을 3D로 스캔해 9가지 표정을 구분, 인식하고 저장할 수 있다. 저장된 표정에 따라 휠체어를 전진, 회전, 정지시키는 등 자유롭게 조종 가능하다. 후박스로보틱스 제공
인텔과 후박스로보틱스가 개발한 '휠리7'은 얼굴을 3D로 스캔해 9가지 표정을 구분, 인식하고 저장할 수 있다. 저장된 표정에 따라 휠체어를 전진, 회전, 정지시키는 등 자유롭게 조종 가능하다. 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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