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하면 변하는' 양자, 정확히 보고 제어하는 기술 나왔다

2019.10.25 19:49
IBM 연구소와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산화마그네슘 표면위에 올린 타이타늄 원자의 양자 상태 가운데 하나인 스핀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컴퓨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M 연구소 제공
IBM 연구소와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산화마그네슘 표면위에 올린 타이타늄 원자의 양자 상태 가운데 하나인 스핀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컴퓨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M 연구소 제공

그 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원자 하나 하나를 정확히 관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양자컴퓨터의 정보 기본단위(양자비트, 큐비트)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토퍼 루츠 IBM 알마덴 연구소 연구원과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최태영, 박수현 팀리더, 배유정 연구위원팀은 단일원자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제어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5일자에 발표했다.

 

원자로 구성된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의 특성으로 관측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쳐 양자의 상태를 정확히 관측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양자의 상태를 정보 처리에 이용하고자 하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큰 '벽'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금속인 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타이타늄 원자를 이용해 단일 원자의 양자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방법을 연구했다. 타이타늄 원자는 ‘스핀’이라는 양자적 상태가 비교적 단순한 양자다. 마치 '모' 아니면 '도'만 나오는 윷놀이와 비슷하다.


연구팀은 원자 하나에서 이 스핀 정보를 측정하기 위해 전파(마이크로파)를 이용했다. 마이크로파는 스핀 정보를 읽기 위해 흔히 쓰이는 매체로, 보통은 원자에 연속적으로 쏴서 이 때 나오는 스핀 정보를 읽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관측을 한 양자는 정보가 변하기 때문에, 마이크로파를 받은 전파는 두 가지 상태를 계속해서 바꾸게 된다. 이 경우 스핀을 원하는 상태로 제어하기 어렵고, 정확히 읽을 수도 없다.

 

마치 어둠 속에서 윷가락을 던지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불을 켰는는데, 빛을 받은 윷가락이 '모'와 '도' 사이에서 연속해서 끊임없이 변해 도저히 결과를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꿔 마이크로파를 타이타늄에 연속으로 쏘는 대신, 마이크로파를 세밀하게 조절해 나노초(10억 분의 1초) 단위로 순간적으로 끊어 쐈다. 그 결과 타이타늄의 스핀 상태가 계속 바뀌는 현상을 줄이고, 원하는 스핀 상태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윷가락이 모인지 도인지 정확히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신 원리를 정리했다. 마이크로파를 짧게 끊어 보내는 장치(RF Generator)를 이용해 주사전자현미경의 탐침 끝(고깔을 뒤집은 것 같은 모양)에서 마이크로파를 쏘아 보낸다. 이 때 끝의 스핀 방향(흰 화살표)가 타이타늄 원자(금색)의 스핀 상태와 공명하고, 스핀 상태를 읽어들인다. 빨간색 화살표와 파란색 화살표는 두 가지 스핀 방향을 나타내고, 녹색은 두 상태가 결정되지 않은 양자역학적 중첩을 의미한다. 사이언스 제공
이번 연구의 핵신 원리를 정리했다. 마이크로파를 짧게 끊어 보내는 장치(RF Generator)를 이용해 주사전자현미경의 탐침 끝(고깔을 뒤집은 것 같은 모양)에서 마이크로파를 쏘아 보낸다. 이 때 끝의 스핀 방향(흰 화살표)가 타이타늄 원자(금색)의 스핀 상태와 공명하고, 스핀 상태를 읽어들인다. 빨간색 화살표와 파란색 화살표는 두 가지 스핀 방향을 나타내고, 녹색은 두 상태가 결정되지 않은 양자역학적 중첩을 의미한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스핀 등 양자의 상태를 제어하는 정밀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측에 의한 영향을 적게 받는 만큼, 향후 개별 원자를 연구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인리히 단장은 “표면 위 원자의 양자시스템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 연구”라며 “이런 양자시스템을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원자로 이뤄진 시스템에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통제하는 큐비트의 수를 늘릴 계획이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서로 양자역학적으로 관련을 맺은 큐비트가 많을수록 연산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