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규정 무더기 어긴 방사선투과업체 3곳에 과징금 총 3억 2000만 원

2019.10.25 18:50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도시가스 배관검사를 하는 A 업체는 사람이 다니는 도시 내에서 방사성 물질을 쓰는 가스 배관 검사를 수행했으나 안전관리 규정을 다수 지키지 않았다. 방사선을 막는 납 차폐제도 쓰지 않았고, 경계에 경광등을 설치하고 주의사항을 게시해야 하는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 방사선투과검사를 행하는 사람은 방사선을 측정하는 개인선량계와 직독식선량계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 역시 착용하지 않았다.

 

A 업체는 올해 1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방사선을 내는 물질인 방사선원 사용내역 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 내역을 매일 기록한 후 방사선안전관리자가 확인해 서명해야 하지만, 55회 중 29회는 서명이 누락됐고 18회는 대리 서명했다. 안전관리자는 작업현장을 확인하고 작업방법 및 절차를 수립하는 등 안전관리 직무도 수행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 25일 서울 종로구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제110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A업체 등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업체 3곳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사선 이용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정기 및 특별검사 결과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업체 3곳이 적발됐다. 이 중 방사선이용기관 A에게는 8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고, B, C에 대해서는 1억 2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이뤄졌다.

 

B 업체와 C 업체는 제보에 의해 적발됐다. 압력용기를 제작하는 B 업체는 전용 사용시설이 아닌 일반공장 내부에서 방사선투과검사를 실시했다. 이런 경우에는 관리구역을 설정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작업시에 쓰도록 허가된 동위원소 대신 다른 동위원소를 쓴 것도 확인됐다. 작업조를 2인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사용 일지는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작업을 수행한 종사자도 피폭선량을 매번 보고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배관을 제작하는 C 업체도 비슷한 사유를 근거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안위는 A 업체처럼 야외에서 배관을 검사하는 방사선투과 검사업체가 규정을 지키지 어려운 측면이 있어 잇따라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업체에서 쓰는 방사성 물질인 방사선원의 사용 기준을 정비하는 ‘방사선 안전관리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이날 안건에 올렸다.

 

안건에는 또 종사자와 일반인의 피폭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용시설이 아닌 야외에서 방사선투과검사를 할 때 쓰는 방사선원을 방사선에너지가 낮은 핵종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야외 투과검사에서는 이리듐(Ir-192)이 주로 쓰였는데, 피폭위험을 줄이기 위해 방사선을 막는 30㎜ 두께의 납 차폐제를 써야 했다. 이것이 약 80㎏ 무게로 무거워 작업자들이 설치를 기피하면서 피폭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았다.

 

원안위는 방사선투과검사 업체 등 관계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셀레늄(Se-75)으로 바꾸기로 했다. 셀레늄은 차폐제가 12㎜ 두께면 충분하고 방사선관리구역도 좁힐 수 있어 안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과력이 낮아 20㎜ 이하 검사대상물만 적용할 수 있고 도입비용이 10배 가량 비싼 만큼 셀레늄 사용이 불가능하면 이리듐을 쓰도록 하고, 사전 안내와 적용 유예기간을 둬 셀레늄의 공급이 많아지며 비용이 낮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원안위에선 방사선투과검사 업체의 의견을 위원들이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이를 확인한 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이날 원안위는 또 다른 규제 해소안인 ‘핵물질 관련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 및 고시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는 심의 및 의결했다. 원안위는 핵물질 사용자의 허가 및 신고 기준과 방사선량 기록 주기를 안전성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핵연료의 재료가 되는 핵연료물질 사용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핵연료물질 사용자의 방사선량 기록 주기도 매일 1회에서 매주 1회로 원전사업자와 같은 기준으로 조정했다. 핵연료물질의 원료인 우라늄광과 토륨광 등 핵원료물질 사용신고 기준도 농도와 사용량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신고를 면제해 주는 것에서 하나라도 만족하면 신고를 면제하기로 했다.

 

올해 5월 전남 영광 한빛원전 1호기가 열출력 급증을 이유로 수동정지한 사건의 후속 대책도 논의됐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동정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급파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과 열출력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이에 따라 출력 급증이 발생한 지 12시간이 지나서야 원자로를 수동정지해 늑장대처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수원의 안전문화가 결여돼 생긴 일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사건의 후속대책으로 원안위는 운영기술지침서에서 즉시 정지가 필요한 사건을 구체화하고 안전문화 결여 사건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하는 내용의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시 보고·공개 규정 일부 개정고시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원자로 정지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한수원과 이견을 빚은 열출력도 ‘노외핵계측기로 측정한 열출력’으로 구체화했다. 또한 사건 등급평가 결과 안전문화 결여로 1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안전문화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밖에 원안위는 핵연료주기시설의 화재방호계획을 수립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다른 법령과 맞도록 용어를 정비하는 ‘화재방호 관련 원안위규칙 및 고시 제·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 방사능방재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안이 담긴 ‘제2차 국가방사능방재계획안’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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