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회사와 보험사는 왜 달탐사에 뛰어들었나

2019.10.25 20:38
이달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우주산업 생태계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워싱턴=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이달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우주산업 생태계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워싱턴=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이달 21~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19 국제우주대회(IAC)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구체적인 달 탐사 계획이 소개됐다. 미국이 2024년까지 ‘백 투 더 문(달로의 복귀)’를 구체화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상세 계획을 소개한 데 이어 일본과 유럽연합(EU)도 달 탐사를 위한 협력 계획도 내놨다. 일본 아이스페이스와 영국의 스페이스비트 같은 신생 우주기업들도 독자적인 달 착륙 계획을 내놓으며 이런 새로운 유인 달 탐사 시대를 예고했다.  

 

국내 산업계는 ‘우주의 산업화는 아직 멀었다’ ‘우주 기업은 돈을 벌지 못한다’ ‘우주는 대기업이나 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런 평가는 세계 우주 산업계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미국만 해도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탐사에 점점 더 많은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달 23일 IAC 행사가 열린 월터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는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을 구체화할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격려하는 우주비행의식상(space flight awareness award) 시상식도 열렸다. NASA는 1963년부터 유인 우주탐사에 참여하는 기업 가운데 임무 성공에 이바지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 상을 주고 있다.  미국의 우주탐사에 공헌하는 기업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성격이 짙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메이저 툴앤 머신과 NTS, 스미스 인터커넥터, 퓨처러믹, 크로스웍스 테크놀로지스 등 5개 기업은 미국의 달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발사체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과유인우주선 오라이언 등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플로리다와 인디애나,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각지에 자리한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이다.
 

미국 민간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스는 세계최대 물류회사 DHL과 공동으로 최초의 달 물류서비스를 선보였다. 애스트로보틱스 제공
미국 민간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스는 세계최대 물류회사 DHL과 공동으로 최초의 달 물류서비스를 선보였다. 애스트로보틱스 제공

오랜 우주개발 역사를 지닌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들 기업은 1972년 12월 이후 47년 만에 다시 시작된 미 정부의 달 탐사 계획에 대해 위험을 크게 느끼지 않는 눈치다. 까다로운 우주개발 사업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술의 혁신을 이뤘고 이를 제품화하면서 전통적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이언 우주선의 데이터 송신에 사용할 초고속 광커넥터를 개발하는 스미스 인터커넥트 지나 프리에토 이사는 “발주처인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세계 최고 속도의 데이터 송수신 커넥터를 개발했다”며“향후 오라이언 우주선을 통해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콘트랙터로 불리는 협력사를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는 NASA의 태도도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NASA 관계자는 이날 시상식에서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보잉과 로켓다인 등 대기업들과 협력할 뿐 아니라 미국 내 50주에 걸쳐 3800개 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이들이야말로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우주산업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이 나서 달 탐사에서 미래 사업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일본의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2021년과 2023년 달 표면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항공회사인 일본항공을 비롯해 소재 기업인 시티즌과 점화 플러그 회사 NGK, 기계회사 스즈키, 보험사인 미츠이 스미토모가 투자자로 나섰다. 모리타 다케시 일본항공 전략 이사는 “일본항공은 초음속 항공기와 우주, 벤처 투자에서 새로운 미래 사업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NGK 스파크 플러그 역시 아이스페이스 투자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상태 배터리를 달에서 시험하는 기업을 꿈꾸고 있다. 미츠이 스미토모 역시 아이스페이스 투자를 통해 달 탐사에 나설 정부와 기업을 위한 보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 탐사선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달에서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셈이다. NGK스파크 플러그의 관계자는 “달 탐사 사업에 대한 투자는 회사 근로자들의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 달에서의 사업에 착수한 기업도 있다. 세계 최대의 물류 운송 회사인 DHL은 이미 달에 소포를 보내는 문박스 운송 서비스를 올 초 선보였다. DHL은 민간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스와 손잡고 2년 내 달에 지름 2.5cm 크기 소포를 보내는 상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애스트로보틱스는 현재 페리지그린이라는 200kg짜리 착륙선과 그리핀이라는 400kg짜리 착륙선, 달 표면을 움직이는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 

 

댄 핸드릭슨 애스트로보틱스 부사장은 “달 탐사선은 복잡성이 적고 신뢰성이 높도록 설계됐고 제작되고 있다”면서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달 표면에 내려앉으면 DHL처럼 전통적인 운송 물류 기업에 ‘우주물류’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카마다 다케시 아이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달 탐사는 건설사와 투자자 등 다양한 기업들에 영감을 줄 수 있다”며 “달 탐사 사업의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달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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