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닥터스] "난임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의 건강과 행복"

2019.10.25 16:20
23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외래에서 만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출산율 저하와 난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난임과 임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또한 결혼과 부부생활의 목적이 임신과 출산에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23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외래에서 만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출산율 저하와 난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난임과 임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또한 결혼과 부부생활의 목적이 임신과 출산에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기의 수는 0.98명이다. 1970년 4.53명에서 1983년 2.06명, 2001년 1.31명, 2018년 0.98명으로 약 50년간 급감해왔다. 역설적으로, 아기가 생기지 않아 난임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는 2007년(약 16만명) 대비 2018년(약 22만9000명) 4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와 난임 문제를 하나의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가임력이 가장 좋은 생물학적 나이는 남성과 여성 모두 20대다. 하지만 20대에 결혼도 출산도 어려운 사회적 여건 속에 가임력이 저하된 고령이 되어서야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면서 난임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 이혼통계에 따르면 남자여자의 초혼연령은 2008년 각각 평균 29세, 27세였으나 지난해 평균 33.2세, 30.4세로 많아졌다. 첫 아이를 낳는 엄마의 평균 연령도 1997년 27.1세에서 2008년 29.6세, 2015년 31.2세, 2018년 31.9세로 계속 증가했다.

 

난임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난임 부부와 임산부, 양육모를 위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2016년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전, 산후에 우울증 검사를 지원(제10조 5항)하고, 난임전문상담센터를 설치 운영(제11조 4항)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6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열고 난임 부부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관련 진단을 하고 상담, 치료를 하고 있다.

 

23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외래에서 만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난임과 임신, 출산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센터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물었다. 

 

 

Q 임신을 기다리는데 오랫동안 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여러 번 실패를 하다 보면 낙담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심각할 수 있나

 

연애하는 동안, 또는 임신 생각 없이 신혼기를 보낼 때는 잘만 되던 성생활도 즐거움이 떨어지고 ‘숙제’가 될 수 있다. 임신을 위한 수단이 돼 부부간의 가장 친밀한 소통을 잃을 우려도 있다.

 

난임 진단을 받을 때부터 치료를 받는 전체 과정이 모두 스트레스다. 직접적인 스트레스는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시술(시험관아기) 등 난임 치료를 받아도 단번에 아기가 생기기가 쉽지 않아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임신 실패로 여성 스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일상생활이 힘들어 질 수 있으며, 결국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까지 어려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 난임으로 인한 우울증은 뚜렷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일반 우울증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난임 진단을 받고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 난임치료 중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때,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다태아 임신 등으로 임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클 때, 힘들게 아기를 가졌으나 자연 유산됐을 때, 난임 치료를 그만 해야 할지 고민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부부에게 큰 힘이 된다. 

 

난임 환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난임 치료는 부부의 선택’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건강과 부부의 행복’이라는 점이다. 난임 치료를 받는 동안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함께 부부의 행복을 잃는 몇몇 환자들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Q 임신 중 또는 산후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알려져 있다. 여전히 심각한가
 
임신을 하고 나면 호르몬의 변화와 앞으로 육아에 대한 우려, 본인의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 등으로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 임신부의 14~23%가 임신 중 우울증을 경험하며, 이 중 13%가 임신 중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임신부들은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도 정서적 스트레스가 가려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예민해졌다’, ‘입덧 때문에 힘든 거다’는 식의 말을 듣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말기에는 몸이 무거워져 활동성이 떨어지고 분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임신 동안 우울증을 겪으면 영양 섭취를 소홀히 하거나 약물을 오남용하거나,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등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산전 진찰을 소홀히 하거나 태아에 대한 심적 관계가 불안정해지는 등 아기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신부는 우울증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태아에게 약 복용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엄마가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만약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았더라도 절대 임의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증세가 재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임신 중 우울증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 또는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산후 우울증 역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산모의 10~20%가 아이를 낳고 4주 이내에 산후 우울증을 경험하는데 이들 중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들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거나, 이후 독박육아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전문가의 진단과 상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Q 이런 환자들을 위해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생겼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주로 하는가. 지난 1년간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이곳에서 지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개소한 다음날(2018년 6월 2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중앙 센터와 인천(가천대 길병원)과 대구(경북대병원), 전남(현대여성 아동병원)에 있는 권역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건수는 총 1만5089건이나 된다. 이 중 난임부부가 27%, 임신부가 35%, 산모와 양육모가 37% 정도다. 중앙 센터에서는 절반 이상(58%)이 난임 부부다. 그만큼 난임으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연계할 만큼 극심한 우울증은 난임부부(27%)나 임산부(27%)보다는 산모와 양육모(45%) 쪽이 훨씬 많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우울증이 그만큼 심각하다. 

 

센터에서는 임신을 준비하는 난임 치료 환자, 임신부, 출산 후 3년 이내 산모(미혼모는 출산 후 7년 이내)를 대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지 개별적으로 진단하고 심각도를 파악해 지원한다. 센터에 상주하는 전문 상담사가 1:1로 상담하고, 증세가 극심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연계해 준다.  이외에도 중앙 센터에서는 환자들을 검사하고 상담하는 일 외에도 표준화된 업무 가이드라인과 평가 지표, 상담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산부인과와 난임시술의료기관, 보건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난임 및 임산부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차 교육에서 72명, 올해 5월 2차 교육에서 91명이 수료했다. 이달 26일 3차 교육을 앞두고 있다. 이들에게 난임이나 임신, 출산을 겪은 환자가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적으로 알려준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들만이 겪는 과정이기 때문에 여기서 초래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국가적인 사업을 통해 임신 준비부터 임신, 출산 등 전 과정을 겪는 여성들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우울증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장기적으로는 난임과 임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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