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 당뇨병, 조현병까지...'파스' 한 장으로 해결한다

2019.10.23 16:14
노바티스가 2007년에 출시한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 ‘엑셀론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 Neurology 제공
노바티스가 2007년에 출시한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 ‘엑셀론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 Neurology 제공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5일(현지시간) 노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경피흡수 패치형 조현병 치료제 ‘세쿠아도(성분명 아세나핀)’를 승인했다. 피부에 패치를 붙여 약물을 흡수시키는 방식의 조현병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팀이 조현병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6주간 임상3상을 거친 결과, 환각이나 망상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안전성은 기존에 혀 밑에 넣어 복용하던 방식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흔히 '파스'라고 불리는 패치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근육통이나 관절염 통증을 줄일 때, 멀미를 예방할 때 등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돼 왔지만,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요실금, 천식, 허혈성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패치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양승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는 “패치형 치료제는 주사나 경구약에 비해 환자들이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사용이 편리하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도 대량생산이나 유통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치형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효가 24시간 지속될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떼어버리면 돼 안전하다. 주사처럼 매번 고통스럽지 않은데다, 경구약처럼 위장이나 간에서 대사작용을 겪지 않아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위와 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패치에 특별한 과학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패치에 단순히 약물을 코팅하기만 해서는 피부 흡수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피부 표면에는 수십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각질층이 존재하는데, 마치 벽돌(죽은 세포) 사이에 시멘트(지질)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빈틈이 없어 외부 물질이 피부 안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분자 크기가 작고, 피부 장벽의 지질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름과 섞이는 성질이 높은 친유성 약물이 주로 패치형으로 개발됐다. 


제약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약물 흡수율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피흡수를 촉진하는 물질을 바르는 것이다. 한독의 ‘케토톱’은 약물 외에도 약물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고 피부 흡수력을 높이는 층이 추가돼 있다. 


분자량이 크고 친수성을 가진 단백질 약물도 피부로 흡수시키기 위해 이온이나 초음파, 초미세전류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니얼 블랑크슈타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2012년 10월 초음파를 이용해 분자량이 큰 물질을 쉽게 주입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해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컨트롤드릴리즈’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부에 고강도와 저강도 초음파(20kHz~3MHz)를 가하면 피부의 각질층이 일시적으로 연해지면서 분자량이 크고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친수성 약물이 피부에 잘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돼지 피부에 실험한 결과 포도당처럼 작은 분자는 10배, 이눌린처럼 큰 분자는 4배 더 잘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

 

주사, 경구약 등 기존 약물과 비교했을 때 패치형 치료제의 장단점
주사, 경구약 등 기존 약물과 비교했을 때 패치형 치료제의 장단점

코르티솔이나 인슐린 같은 단백질이나,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백신 물질(항원)을 흡수시킬 때는 약물을 혈류까지 보내기 위해 수백 마이크로미터 길이의 미세한 바늘(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넣은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고통 없이 상처를 거의 내지 않으면서 각질층에 구멍을 내 진피층까지 인슐린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외에도 패치에 혈당을 체크하는 센서를 달아 인슐린을 필요한 만큼 전달하거나, 미세전류 자극 센서를 달아 혈액순환을 돕는 등 다양한 형태가 개발되고 있다. 양 교수팀에서도 약물을 정량적으로 전달하고 약물 전달 속도도 제어할 수 있는 팽윤성 함입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해 국립마산병원, 부산대 자회사 에스엔비아와 함께 결핵백신 패치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 개발 경쟁이 뜨겁다. 치매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존 약들은 경구용인데, 치매 환자들은 복용 시간과 횟수를 제때 지키기가 힘들고, 알약을 비롯해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7년 노바티스에서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 ‘엑셀론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을 처음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엑셀론의 제네릭(원드론패치)을 출시했고,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성분명 도네페질)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는 기존 약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위와 간에 부담이 적고 구토나 염증 등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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