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진행된 과방위 국감...'조국 소용돌이'에 실종된 과기계 이슈

2019.10.22 18:45
10월 2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10월 2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2일부터 시작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및 산하기관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국정 전체를 소용돌이처럼 빨아들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에도 관련 질의가 쏟아져 나왔다. 때문에 일본의 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등 산적한 과기계 현안이 묻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원안위 국감은 다양한 정책 질의가 등장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문제삼는 등 여전히 정치적 쟁점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ICT) 현안 대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을 둘러싼 자녀 논란으로 점철됐다. 국감 현장은 ‘조국, 또 조국’이었다. 연구윤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무회의, 실시간 검색어, KIST 조형물 등 모든 질의는 조 전 장관과 연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감 기간 내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첫날인 2일 진행된 과기정통부 국정감사는 청와대가 지난달 10일 KIST에서 국무회의를 연 것을 두고 조 전 장관의 딸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막기 위한 ‘조국 구하기’의 일환 아니냐는 등의 의혹 제기로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버스 공공 와이파이 사업, 조 전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최근 이슈가 된 실시간 검색어 등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질의가 집중됐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출연연구기관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학생연구원 신분으로 사흘 근무하고 3주짜리 근무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과 관련해 KIST에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제공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출연연구기관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학생연구원 신분으로 사흘 근무하고 3주짜리 근무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과 관련해 KIST에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제공

11일 진행된 과기정통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조 전 장관 딸의 이름이 KIST L3연구동에 설치된 조형물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한번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이 조형물은 1966년 KIST 설립 당시부터 KIST를 거쳐간 연구자들과 직원들의 이름이 연도별로 새겨져 있는데 사흘 근무하고 3주짜리 근무 증명서를 발급받은 조 전 장관의 딸이 함께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것이다. 이병권 KIST 원장은 당시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흘렸다. 의원들은 한국연구재단을 향해 조 장관의 딸이 고등학생때 제 1저자로 의학 논문을 쓴 것과 관련해 이것이 연구부정이 아니냐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조 전 장관에 집중된 국감은 일단락될 것처럼 보였으나, 현장은 여전히 조국 이슈로 시끄러웠다. 18일 진행된 과기정통부 종합감사도 조형물에 새겨진 조 전 장관 딸의 이름을 KIST가 삭제할 것인지 여부를 이 원장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에 이 원장은 “조씨를 삭제할 기준을 마련하고 조 씨처럼 문제가 되는 인물을 찾기 위해 조형물에 새겨진 2만6077명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 다음으로 야당 의원들이 집중한 사안은 문미옥 제1차관 자녀의 부정 수상 의혹 논란이었다. 문 차관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으로 역임할 당시 자녀가 WISET에서 상을 두 차례 수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자녀가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상을 받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문 차관은 “법이나 절차를 어긴 적이 없다”며 “당시 학생부 작성요령과 서울대 2015년 입시 자기소개서 가이드에 따르면 학교 외부 수상 내역은 작성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R&D 혁신 방안과 기초과학연구원(IBS) 감사지연 문제, 출연연구기관 연구과제중심제도(PBS)·정년 및 인력, 국방부 전문연구요원제도 등 산적한 과기계 현안은 실종됐다. 의원실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각종 자료는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한 채 묻혔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외부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는 과기정통부 국감과 대조적으로 정책 질의가 주를 이뤘다. 이달 7일 열린 원안위 국정감사와 21일 열린 종합감사에서는 원전 주변에 자주 출몰하며 문제가 된 드론 방호와 공극이 다수 발견된 원전의 후속 조치, 포화상태에 다다른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 원전 안전에 대한 현안 질의가 다수 나왔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질의와, 지난해 라돈침대 사태로 문제가 불거진 생활방사선 안전대책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 정부 들어 원안위 국감의 단골 소재가 된 탈원전 정책 문제와 원안위 및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편향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과거 탈핵 시민운동가 전력을 가진 김혜정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의원들은 “재단이 이념이 비슷한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원안위에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국형 원전 등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도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 경쟁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원안위원장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자력 규제만을 담당하는 기관인 원안위로써는 “주어진 역할 내에서 검토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는 질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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