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3·4호기 무더기 공극 책임 추궁에...시공사 현대건설 "법적 의무 다했다"

2019.10.21 18:52
이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송진섭 현대건설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송진섭 현대건설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지난 7월 한빛원전 4호기 원자로 격납 건물에서 벽 두께에 11㎝ 모자란 157㎝ 깊이의 수평 공극(구멍)이 발견되는 등 수백 개의 공극이 발견되며 부실시공 논란을 빚은 한빛 3·4호기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하자보수 기간을 거쳐 법적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현대건설의 한빛 3·4호기 부실시공 가능성을 거론하며 책임을 인정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송진섭 현대건설 전무(부사장)는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 있다”며 끝까지 현대건설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공극은 올해 4월 처음 발견됐다. 당시에는 정확한 깊이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원안위 등의 조사 결과에 따러 7월 최대 157㎝의 공극이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공극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건설 당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외부 뼈대를 지지하기 위해 설치한 보강재를 치우지 않고 공사한 것이 꼽힌다. 보강재에 가려진 부분 아래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어린 아이가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고 큰 구멍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빛 3호기와 4호기의 공사는 예정 기간보다 8개월 늦게 시작하고도 2개월 일찍 끝나 공사기간을 10개월 단축했다”며 공사기간을 줄인 것이 부실공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공사 당시 현장에서 설계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보강재를 두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그냥 진행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현대건설 측은 발주처에서 받은 설계대로 공사를 수행했을 뿐이라 답했다. 송 전무는 “당시 (설계를 담당한) 한국전력기술에 놓아도 되는지 질의를 했고 한전기술은 그대로 해도 좋다고 했기 때문에 한 것”이라며 “발주처에서 받은 시방서대로 했지 현장에서 임의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 일정 부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석 한수원 부사장은 "설계를 담당한 한국전력기술이 보강재를 빼면 원전 벽을 막는 내부철판(CLP)의 용접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보강재가 있더라도 콘크리트를 꽉 채울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시공사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대건설이 한빛 3·4호기를 수주한 것은 원전 건설 기술력을 입증받았기 때문 아니냐”며 “보강재가 있더라도 콘크리트를 제대로 넣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전무는 “한쪽 면이 보이지 않은 채 하는 시공이었다며 “이후에는 콘크리트 기술이 발달하며 이런 문제가 해결됐는데 당시 시공에서 기준을 저희가 좀 어렵게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현대건설이 책임을 인정하라며 집요한 추궁을 이어갔다. 하지만 송 전무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인 규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고 원인파악을 하는 중이다”라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하겠지만 지금은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서 분석을 거쳐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원안위는 한빛 3·4호기의 공극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이달 17일 현대건설 등과 '한빛원전 3·4호기 격납건물 공극 현안 관련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협의체에는 한빛 3·4호기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자인 현대건설이 우선 참여했다.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과 규제기관인 원안위 및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콘크리트학회 관계자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은 이달 7일 열린 원안위 국감에서 “현대건설이 하자보수 기간과 상관없이 국민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지는 자세로 보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현대건설의 태도는 달랐다. 송 전무는 “1995년과 1996년 한빛 3,4호기를 준공한 이후 5년간 하자보수기간을 거쳐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사 보수비용 부담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 건설사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무의 답변에 국감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건설이 소속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데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며 “책임을 피하려다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도 “157㎝ 공극, 200개 이상 공극이 생겼으면 한수원도 책임이 있지만 시공이 잘못된 거다”라며 “그런데도 부실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현대건설을 대표해서 오신다고 해서 책임있는 말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유감”이라며 “현대건설이 시공한 해외 원전에서도 공극이 발견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답변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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