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베이비’ 조기사망 가능성 제기 연구논문 철회

2019.10.15 00:00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라스머스 닐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과 교수가 최근 실었던 연구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큰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철회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닐슨 교수팀은 지난해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수정란을 편집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갖고 태어난 여아 쌍둥이, 일명 ′디자이너 베이비′가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메디신’ 6월 25일자에 실었었다. 펍메드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라스머스 닐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과 교수가 최근 실었던 연구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큰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철회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닐슨 교수팀은 지난해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수정란을 편집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갖고 태어난 여아 쌍둥이, 일명 '디자이너 베이비'가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메디신’ 6월 25일자에 실었었다. 펍메드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라스머스 닐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과 교수가 최근 실었던 연구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큰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철회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닐슨 교수팀은 지난해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수정란을 편집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갖고 태어난 여아 쌍둥이, 일명 '디자이너 베이비'가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메디신’ 6월 25일자에 실었었다. 당시 논문이 실렸던 페이지(doi: 10.1038/s41591-019-0459-6)에는 현재 ‘철회된 논문(Retracted Article)’이라 명시돼 있다.
 
지난해 11월, 허젠쿠이(賀建奎)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으로 수정란의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여아 쌍둥이를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유전자를 편집한 후 수정란을 비롯해 태아의 발달 단계를 관찰하고, 그리고 출생 후 쌍둥이의 유전자를 분석해 에이즈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음을 확인했다"며 "건강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퍼지고 전 세계 학자들은 과학 윤리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올해 초 허 교수는 대학에서 해고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 유전자 편집에 대한 지침을 설정하기 위해 위원회를 꾸렸다. 

 

에이즈 관련 유전자 CCR5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없앤 디자이너 베이비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디자이너베이비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유튜브 제공
지난해 11월, 허젠쿠이(賀建奎)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으로 수정란의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여아 쌍둥이를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가 없앤 유전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세포에 침입하는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CCR5다. 이 유전자를 없애면 이론상으로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지 못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유튜브 제공

허젠쿠이 교수가 없앤 유전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세포에 침입하는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CCR5다. 이 유전자를 없애면 이론상으로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지 못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이 유전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갖고 있지만, 백인의 경우 100명 중 1명꼴로 이 유전자가 결여돼 있다. 대체적으로는 이 유전자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는 단독으로 기능하지 않고, 수~수십 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디자이너 베이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 외에 CCR5가 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역할이나 구체적인 발현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허젠쿠이 교수팀의 연구는 같은 분야 다른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이너 베이비들이 CCR5만 말끔하게 제거된 뒤 태어났는지에 대한 보장도 없다. 허 교수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 출산, 사망할 때까지 추적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추적 조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디자이너 베이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또 성인이 돼 유전적 돌연변이 없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들, 디자이너 베이비 조기 사망 점 쳐

 

닐슨 교수와 그의 제자인 신주 웨이 박사후연구원은 CCR5를 없애면 기대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들은 영국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에 등록된 약 4억 명의 사람들의 유전정보와 건강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CCR5를 제거하면 CCR5를 가진 사람보다 76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21% 더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키란 무수누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CCR5의 일부를 없애면 이 유전자에 대해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CCR5-Δ32)가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 홍콩에서 열린 제2회 국제인간유전자편집조직위원회 회의에서 "백인 100명 중 1명이 CCR5가 결여된 대신 이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며 "이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독감바이러스(인플루엔자바이러스)나 웨스트나일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CCR5가 없으면 독감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모기에 물려 흔히 감염되는데, 감염자의 20%는 뇌염이나 뇌수막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둥이 두 명 중 적어도 한 명이 CCR5-Δ32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마르쿠스 카울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중국에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CCR5는 뎅기열과 황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CCR5가 만드는 단백질은 베타케모카인(β-케모카인)이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플라비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돕는다"며 "플라비바이러스에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와 뎅기열바이러스, 황열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등이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CCR5를 잃은 아이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훨씬 취약할 뿐 아니라, 백신에도 심각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수십 개의 연구결과에서 CCR5가 폐와 간, 뇌를 여러 만성질환과 감염질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을 지적했다. 또한 CCR5가 결핍된 사람이 다발성 경화증을 앓으면 조기 사망할 위험이 2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닐슨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 여러 가지 오류 발견돼

 

션 해리슨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 역학과 책임연구원은 6월 말에 발표된 닐슨 교수팀의 논문을 보고 몇 가지 오류를 찾아 본인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사진은 블로그에 쓴 글의 일부. 션 해리슨 블로그 캡처
션 해리슨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 역학과 책임연구원은 6월 말에 발표된 닐슨 교수팀의 논문을 보고 몇 가지 오류를 찾아 본인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사진은 블로그에 쓴 글의 일부. 션 해리슨 블로그 캡처

하지만 학계에서는 CCR5-Δ32를 가진 사람들이 일찍 죽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이 돌연변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연구팀들이 수십만 명의 유전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들을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CCR5가 없으면 조기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션 해리슨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 역학과 책임연구원은 6월 말에 발표된 닐슨 교수팀의 논문을 보고 몇 가지 오류를 찾아 본인의 블로그(seanharrisonblog.com/2019/06/20/ccr5-%E2%88%8632-is-deleterious-in-the-homozygous-state-in-humans-is-it/)에 공개했다.

 

그가 짚은 오류 중 하나는 먼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람들 간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CCR5 대신 CCR5-Δ32 돌연변이를 가진 것만으로 사망 나이를 조사했는데, 이들 중 가족이 포함돼 있다면 다른 유전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닐슨 교수팀은 연구에서 가족관계나 이로 인해 유전자 분석이 편향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해리슨 책임연구원은 또한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유전체들이 품질이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XX 또는 XY가 아닌 다른 형태) 일부 결손이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닐슨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이런 점도 무시했다. 

 

그는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백인, 영국인'에 제한한 연구결과라는 사실도 꼽았다. 이밖에도 그는 연구 상 여러 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결국 닐슨 교수는 지난 8일 네이처에 낸 논문을 철회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백인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와 달리, 디자이너 베이비들은 자연적으로 유전자를 잃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CCR5-Δ32를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 편집의 위험성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리슨 책임연구원 역시 블로그를 통해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아기는 끔찍하다"며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건강과 생명에 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타 채로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법학및생명윤리학과 교수(국제인간유전자편집조직위원회장) 등 생명윤리학자들은 "앞으로 인간 배아를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하려는 시도가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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