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리포트]아마존이 활활 타고 있다

2019.10.26 06:00
위성으로 관찰되는 브라질 아마존의 산불모습. NASA Earth Observatory
위성으로 관찰되는 브라질 아마존의 산불모습. NASA Earth Observatory

지난 8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한 장의 충격적인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엔 지구 최대의 열대우림인 아마존이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규모의 산불에 휩싸인 모습을 담고 있다. 

 

전 세계 열대우림이 몇 달째 활활  

 

아마존은 남미에 펼쳐진 750만km²의 넓은 열대우림으로, 브라질, 볼리비아 등 8개 국가에 걸쳐 있다. 하지만 벌써 세 달이 넘도록 꺼지지 않는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어서 NASA는 9월에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지역이 회색의 뿌연 연기로 뒤덮인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인도네시아의 산불 역시 세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열대우림은 적도 지역에 걸친 거대한 숲이다. 지구의 동식물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살고 있고, 나무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로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로 열대우림이 파괴돼 아마존만 해도 80년대 이후로 벌써 10%가 넘게 파괴됐다.

 

NASA의 아쿠아 위성과 테라 위성이 관측한 산불. NASA Earth Observatory 제공
NASA의 아쿠아 위성과 테라 위성이 관측한 산불. NASA Earth Observatory 제공

열대우림에서 일어나는 불의 80% 이상은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이번에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에서 난 산불 역시 개발을 위해 고의로 방화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돼 전 세계가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꺼지지 않는 큰불의 원인은 '사람'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브라질에서만 무려 14만 건이 넘는 산불이 일어났다.  주로 건기인 7월부터 9월에 집중되어 나타났는데, 8월과 9월에만 각각 5만 건 정도의 산불이 발생했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산불이 아마존을 불태우고 있다는 말이다. Victor Moriyama/그린피스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브라질에서만 무려 14만 건이 넘는 산불이 일어났다. 주로 건기인 7월부터 9월에 집중되어 나타났는데, 8월과 9월에만 각각 5만 건 정도의 산불이 발생했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산불이 아마존을 불태우고 있다는 말이다. Victor Moriyama/그린피스

“나무가 있는 삼림은 개발하는 데 1만m²당 400달러가 필요하지만, 불 탄 삼림은 30달러면 충분하다.”


국제산림연구센터 해리 푸르노모 박사는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숲의 거대한 나무를 베어내고 이를 다시 숲 밖으로 나르는 것보다, 모두 불태워 폐허로 만들어 버리면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불을 지른다는 뜻이다.


폐허가 된 땅은 먼저 소를 키우는 목초지로 개발된다. 현대인이 육식을 즐기기 시작하며 점점 더 많은 고기가 필요해졌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국으로, 목초지를 넓히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이다.  팜유는 팜나무 열매의 과육에서 짜내는 식물성 기름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름이다. 빵과 과자, 라면뿐만 아니라 세제, 비누 등에도 들어 있다. 즉 인도네시아에서는 열대우림을 베어내 돈이 되는 팜나무 농장을 세우는 것이다. 그밖에도 종이의 재료인 펄프, 다양한 작물, 도로와 도시 건설을 위해 열대우림의 울창한 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환경 단체에서는 각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방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화재 진압을 돕겠다는 다른 국가들의 손길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구 전체의 재앙이 된 산불

 

인도네시아 산에서 발견된 뱀의 시체.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해 불에 타 죽었다.  Grada Satwa foundation
인도네시아 산에서 발견된 뱀의 시체.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해 불에 타 죽었다.  Grada Satwa foundation

이렇게 몇 달씩이나 초대형 산불이 이어지면 그 피해는 얼마나 클까? 열대우림에서 사는 동물들은 뜨거운 열기로 죽고, 연기는 옆 나라까지 퍼져 사람들도 피해를 입는다. 지구 전체엔기후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 야생 고양이과 동물 보호단체인 ‘판테라’는 아마존에 사는 최소 500마리의 재규어가 이번 산불로 인해 죽거나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위성 데이터를 통해 아마존에서 불이 난 지역과 재규어의 서식지를 대조한 결과다. 또한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은 이번 인도네시아의 산불로 인해 보호 중이던 오랑우탄 37마리가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건 이곳에 사는 동물이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산불예방진화연구실 임업연구사는 “산불이 뿜어내는 열기는 1200도에 가깝다”며 “이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생물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산불의 연기는 사람들의 호흡기와 눈도 공격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나무를 태워 발생하는 연기 속에는 크기 4㎛이하의 먼지들과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물질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지난 9월, 산불 연기가 도시를 덮쳐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급성호흡기감염증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연기는 수백 km를 날아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친다. 실제로 지난 9월 인도네시아의 옆 나라인 말레이시아의 보건부는 산불 이후 천식 환자가 16%나 증가했으며, 결막염 환자는 25%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9월까지 말레이시아에 있는 2500여 개의 학교가 휴교를 해 1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산불 연기는 싱가포르와 필리핀까지 퍼져 하늘을 뿌옇게 뒤덮었다. 

 

9월 17일의 인도네시아 부근 탄소 농도를 나타낸 지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의 연기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NASA Earth Observatory 제공
9월 17일의 인도네시아 부근 탄소 농도를 나타낸 지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의 연기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NASA Earth Observatory 제공

 

불로부터 지구를 구하라

 

과학자들은 불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산불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해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제’를 산에 뿌린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난연제는 증발이 빨라 뿌리는 과정에서 많은 양이 사라지고, 난연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도 짧다. 또한 난연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에릭 아펠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과학공학과 교수팀은 산불이 넓게 확산하는 일을 막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9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펠 교수는 ‘하이드로젤’이라는 물질을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은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인체와 자연에 무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증발 속도도 느려 기존의 난연제보다 더 우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을 대규모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캘리포니아 지역 잔디에서 테스트하는 모습. 왼쪽은 잔디에 불이 붙은 직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하이드로겔을 이용한 모습. Eric Appel/스탠포드대
캘리포니아 지역 잔디에서 테스트하는 모습. 왼쪽은 잔디에 불이 붙은 직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하이드로겔을 이용한 모습. Eric Appel/스탠포드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은 배터리와 중고 스마트폰, 녹음기와 태양전지판으로 이루어진 ‘가디언’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열대우림에서 나는 소리를 감시한다. 중고 스마트폰이 녹음기에서 녹음된 소리를 서버에 전송하면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어떤 소리인지 구분해내는 원리다. 평소엔 자연의 소리만 들리지만, 사람이 불법으로 침입해 소리를 내면 이를 파악해 지역 단체에 경보를 보낸다. 


환경 단체는 물론 기업들도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의 패션업체인 ‘VF코퍼레이션’과 스웨덴의 패션업체인 ‘H&M’은 아마존이 목축지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라질산 소가죽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선 ‘아마존을 살려달라’고 외치는 거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거대한 피해를 남기는 산불은 얼핏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산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열대우림을 파괴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산불로 오랑우탄이 고통 받고 있어요”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BOSF)과 일문일답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BOSF)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BOSF)

Q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은 산불로 어떤 피해를 입나

서식지를 잃는 게 가장 크다. 살 곳을 잃은 오랑우탄이 근처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산불 연기로 호흡기 질환을 앓기도 한다. 올해에도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오랑우탄 37마리가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

 

 Q BOSF는 어떻게 오랑우탄을 산불로부터 보호하나

우선 정부기관으로부터 살 곳을 잃거나 연기에 피해를 입은 오랑우탄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그 다음 전문가들과 함께 오랑우탄이 있는 곳으로 가서 구조작업을 한다. 구조된 오랑우탄은 BOSF의 재활 센터로 옮겨져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만약 오랑우탄이 건강할 경우엔 불이 나지 않는 지역으로 이들을 옮겨준다. 오랑우탄은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절멸 위급’ 상태로 지정한 동물이다.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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