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한수원 감사에 부담 느꼈나... 월성1호기 영구정지 의결 보류

2019.10.11 17:53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 영구정지 안건의 의결을 보류했다. 국회에서 영구정지 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진행중인 만큼 이를 의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안건이 언제 다시 원안위에 상정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제109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허가하는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논의했다. 원안위는 약 한 시간에 걸쳐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의결을 보류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첫 운행을 시작했다. 2012년 한 차례 운영연장 허가를 받아 2022년까지 운영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지난해 6월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지난 2월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가 신청됐고 원안위는 지난달 27일 열린 108회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심사결과’를 보고받았다. 허가 심사를 담당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제출했다.

 

문제는 한수원이 월성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한 결정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한 배경인 경제성 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의 의결이 이뤄지면 감사원은 반드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원안위가 영구정지 를 의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위촉된 후 이날 처음으로 원안위 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추천 원안위 위원인 이병령 위원과 이경우 위원은 안건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병령 위원은 “국회 합의로 감사가 요청됐는데 원안위가 이를 의결안으로 올린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원안위는 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하는 사안 중 규제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승인한다”며 “안건에 대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병령 위원은 “국회가 감사 청구를 요청한 지 며칠만에 원안위가 이를 의결하면 국민들이 아무도 이해해줄 수 없을 것”이라며 “한수원이 공적 기관인데 7000억 원을 들여 수명연장을 시켜놓고 이제와 영구정지를 하면 원안위를 포함해서 공공기관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과 똑같다”며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경우 위원(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유효기간이 3년 남은 국가 자산을 지금 영구정지 신청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병령 위원은 “한수원이 처분한 사안인 만큼 한수원 사장도 참고인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한수원 사업자의 말을 회의에서 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차기 심의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엄 위원장은 “원안위는 운영변경 허가안이 올라왔을 때 이를 확인하고 원전이 영구정지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운영되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이라며 “혹시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외부 의견에 구애받지 않도록 원안위 설치법에도 직무상 독립성이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원자력 안전을 지켜낼 때 경제성 등의 요소가 개입되면 힘든 부분이 있다”며 “원안위가 철저히 주의하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감사원에서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심의의결을 할 수 있는지는 확인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안건 보류를 제안했고, 위원들의 동의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김호철 원안위 의원은 월성원전 영구정지 안건에 대해 회피를 선언하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월성원전 수명연장 반대 소송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밖에 원안위는 한수원이 한울 5·6호기의 주기안전성평가 사항을 보완해 제출한 ‘한울 5·6호기 주기안전성평가 안전성증진사항 이행계획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주기안전성평가는 원전 안전성을 10년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또 신고리 5·6호기 원자로용기 비파괴검사 기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원자력이용시설 건설 변경허가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이날 원안위는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해 화재방호계획을 수립할 근거를 마련하고 용어를 정비하는 등 내용이 담긴 ‘화재방호 관련 원안위규칙 및 고시 제정 및 개정안’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리고 심의를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건설변경허가 심의 효율화를 위한 안건작성방식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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