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프로듀스X 101 투표 조작 의혹

2019.10.12 08:00
1명을 뽑아 총 11명이 '엑스원(X1)' 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멤버로 뽑힌다. 동아일보DB
프로듀스X101 최종 멤버는 20명 중에서 4차 투표와 생방송 투표로 10명을 뽑고 마지막으로 1~4차 및 생방송 누적 투표수를 기준으로 1명을 뽑아 총 11명이 '엑스원(X1)' 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멤버로 뽑힌다. 동아일보DB

“우리 연습생이 대체 왜 떨어진 거야! 결과가 이상해!”

 

‘100% 국민 프로듀서가 뽑은 연습생이 국가대표 아이돌이 된다!’는 콘셉트로 인기를 끈 엠넷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2019년 7월 방영된 ‘프로듀스 X 101’은 수많은 논란을 낳은 끝에 제작진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방송을 시청한 네티즌이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최종 득표수가 모두 7494.442의 정수배를 반올림한 수로 표현된다며 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수학자가 네티즌이 제기한 여러 의혹을 수학으로 정리했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프로듀스 X 101의 최종 순위발표식이 있었던 2019년 7월 19일, 일부 네티즌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번도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 없었던 김민규 연습생이 최종 데뷔조인 11명 안에 들지 못하는 등 예상 밖의 결과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득표수를 분석하던 네티즌은 수들 사이에서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최종 생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요한 연습생. 동아
최종 생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요한 연습생. 동아

 

● 4대 의혹 정리

 

의혹 ① 의심스런 수 7494, 7495, 29978

투표 결과를 의심한 네티즌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각 연습생의 최종 득표수였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연습생 별 최종 득표수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1위부터 20위까지 앞뒤 순위의 표 차이를 계산했을 때 똑같은 수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7494와 7495는 각각 2번, 29978은 무려 5번이나 나왔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의혹② 20위 득표수는 마법의 수? 

최종 20위에 머무른 토니 연습생의 득표수도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토니 연습생의 득표수 284789표에 16위 송유빈 연습생의 득표수 479644를 더하면 총 764433이 되는데, 이 수는 8위인 남도현 연습생이 얻은 표의 수와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위와 17위, 20위와 18위 득표수를 각각 더하면 9위와 10위의 득표수가 나옵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의혹③  0아니면 5로 끝나는 득표율

최종 경연에 참가한 연습생 20명의 득표율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각자의 득표수를 총 득표수로 나눈 득표율을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반올림하면 마지막 자릿수가 모두 0 또는 5가 되는 겁니다. 득표율을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반올림해 나타냈더니, 이 같은 패턴이 나타난 겁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런 약속 없이 진행한 투표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아닐까요? 2018년 방송된 프로듀스 101의 시즌 3인 ‘프로듀스 48’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최수영 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20개의 수가 모두 이렇게 나오는 건 굉장히 낮은 확률”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혹④ 모든 득표수는 7494.442로 통한다? 
네티즌이 발견한 결정적인 증거는 최종 경연에서 20명이 얻은 득표수가 단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7494.442라는 상수에 정수를 곱한 뒤 반올림한 결과와 같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위인 김요한 연습생의 득표수인 133만 4011은 7494.442에 178을 곱한 1334010.676을 소숫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수입니다. 2위의 득표수는 7494.442에 174를 곱한 뒤 반올림한 130만 4033입니다.

 

게다가 각 연습생의 득표수를 얻기 위해 7494.442에 곱한 정수 20개의 합은 2000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제작진이 어떤 식으로든 투표 결과에 손을 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은 “누군가가 정말 놀라운 발견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투표 조작 의혹 한방에 정리하는 수학 정리

 

수학자인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읽은 날 저녁에 모든 의혹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정리에 대해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연구원의 분석은 방송에 공개된 득표수를 토대로 한 것이며, 제작진이 순위를 뒤바꾸는 
숫자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을 설명합니다. 

(정리의 정확한 증명과정 http://m.site.naver.com/0tEIe)

 

20명의 득표수는 7494와 7495의 배수의 합!
이 연구원은 7494.442에 자연수를 곱한 뒤 소숫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는 방식으로 20명의 득표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는 다시 7494와 7495의 배수의 합의 꼴로 바꿔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7494와 7495에 각각 곱하는 자연수 2개의 합은 7494.442에 곱하는 수 n과 같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즉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 정의한 식을 이용하면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이 모두 해결됩니다. 우선 임의의 두 연습생의 득표수를 각각 α₁×7494+b₁×α₂×7494+b₂×7495라고 하면 두 연습생의 득표수 차이는 (α₁-α₂)×7494+(b₁-b₂)×7495로 쓸 수 있습니다. 모든 연습생의 득표수 차이는 이 수식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의혹인 20위 토니 연습생의 득표수를 기준으로 16위, 17위, 18위의 득표수를 더했을 때 8위, 9위, 10위의 득표수가 나오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두 연습생의 득표수를 더하면 (α₁+α₂)×7494+(b₁+b₂)×7495로 쓸 수 있는데, α₁+α₂와 b₁+b₂의 값만 일치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20위와 16위를 예로 들면 각각 α₁, b₁ 값이 21, 17이고, α₂, b₂ 값은 36, 28이므로 α₁+α₂, b₁+b₂ 값은 57, 45가 되고 이는 8위 연습생의 득표수를 구할 때 7494와 7495에 곱하는 수와 같습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20위뿐 아니라 다양한 조합으로 득표수의 합이 일치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실수에 대해 성립하는 수학 정리 탄생!

 

 

이로써 네티즌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와 같은 새로운 수학 정리를 만들었습니다. 프로듀스 X 101의 득표수 논란에서 하나의 수학 정리가 탄생한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0보다 큰 실수의 정수부분을 f라고 하면 7494.442에서 f는 7494입니다. 이 정리에 따르면 7494.442에 임의의 자연수 n을 곱한 수를 소숫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해서 얻은 정수는 모두 f인 7494와 f+1인 7495에 음이 아닌 정수를 곱한 값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수학 정리로 알아보는 투표 조작 의혹 쟁점3

 

이 연구원이 알아낸 수학 정리는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을 모두 설명할 뿐 아니라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 이번 사건이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쟁점①  제작진의 해명은 의혹과 모순된다?

제작진은 이번 사태가 득표율을 계산한 뒤 환산한 득표수를 방송에 내보내면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네티즌이 찾아낸 상수 7494.442와 각 순위별 득표수를 계산하기 위해 곱하는 자연수의 합이 2000이라는 점은 제작진의 해명처럼 득표율 계산과 환산 작업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7494.442를 다시 7494와 7495라는 자연수로 나눠 득표수를 계산하며 다른 의혹까지 함께 설명할 수 있게 만든 이 연구원의 정리는 제작진의 해명이 벌어진 상황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렇다고 이 수학 정리가 제작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수학적 정리는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원래 득표수 자체에 조작이 없다는 전제 안에서만 일어났을 법한 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순위를 뒤바꾸는 득표수 조작이 있었다면 방송에 공개된 수를 이용해 실제로 일어난 일을 추측해 보려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찰은 1~3차 투표에서 조작이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습니다.

 

쟁점② 득표수 ‘뻥튀기’ 가능성 있다?

도대체 왜 제작진은 득표수를 바로 공개하지 않고 득표율을 계산해서 환산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을까요? 득표수를 부풀리기 위한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시즌별 최종회 득표수는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시즌1이 약 467만 표였고, ‘워너원’을 배출한 시즌2가 약 1607만 표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즈원’을 탄생시킨 시즌3은 약 445만 표였죠. 시즌1의 최종 득표수보다 약간 적은 수입니다. 신기하게도 시즌4의 최종 득표수는 시즌2에 조금 못 미치는 약 1499만 표였죠.


네티즌이 발견한 2000과 7494.442라는 수는 시즌4의 득표수를 시즌2보다 조금 적게 만들어주는 수입니다. 결국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과거보다 떨어진 것을 감추기 위해 득표율을 계산한 뒤 새로운 득표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2000과 7494.442를 이용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득표수에서 득표율을 계산한 뒤, 총 득표수의 합이 2000이 되도록 각 연습생의 득표수를 환산하고 거기에 7494.442를 곱한 겁니다. 이 수는 총 득표수의 합이 조금 더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수를 바꿔가면서 계산하다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쟁점③ 순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을까?
 

득표수 부풀리기가 있었다면, 연습생들의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요? 각 연습생의 원래 득표수에 곱해준 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최종 득표수로만 결정되는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선 세 차례 득표수까지 합산해서 선발하는 최종 11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종 득표수가 얼마나 부풀렸는지에 따라서 3차까지의 득표수 합계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3차 투표에 조작이 없었다는 전제로 이 연구원이 3차까지의 득표수를 반영해 계산한 결과 최종 득표수가 공개된 수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605만 표 이하라면 11위는 현재의 이은상 연습생이 아닌 김민규 연습생이 됩니다.


과연 득표수 부풀리기가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정말 순위를 뒤바꿀 정도로 큰 과장이었을까요? 아니면 순위 결과를 뒤바꾸는 조작이 있었을까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경찰 조사 결과가 말해줄 겁니다. 

 

● “수학자로서 알고 있던 배경지식 덕분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은 언론 보도를 보고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득표수에 대해 네티즌들이 제기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모든 의혹을 수학적으로 풀어봤다. 이철희 연구원은 현재 고등과학원에서 대수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Q 제작진의 해명을 검증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론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수에 관한 것이어서 수학적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언론 보도에서 ‘1~10위까지의 득표수 차이가 7494와 7495라는 수의 합으로 나타난다’는 문장을 봤는데, 수론적으로 의미가 있는 현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제기되는 의혹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수학에서 이 현상과 비슷한 ‘프로베니우스의 동전 문제’라는 문제가 있는데, 그런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수학적인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프로베니우스의 동전 문제란 19세기 독일 수학자인 퍼르디난드 프로베니우스가 제시한 것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동전으로 만들 수 없는 가장 큰 액수가 얼마인지를 묻는 문제다. 동전의 종류가 두 개(a, b)일 때는 ab-a-b라는 것이 밝혀져 있다. 그보다 적은 금액은 동전으로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a와 b를 7494와 7495라 했을 때 ab-a-b보다 작은 득표수 차이가 전부 7494와 7495의 배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현상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이번에 새로운 수학 정리를 발견했는데 이름을 붙였나 
이름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수학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정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본 적이 없었던 것이고, 아이돌 프로그램을 계기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10월호 [기획] 7494.442 미스터리...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의혹

 

※본 기사는 방송에 공개된 투표수를 토대로 진행한 수학적인 분석이며,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30~31쪽의 순위는 최종 득표수 기준으로, 최종 순위와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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