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경고 "한국 청소년 근시 세계 최악 수준"

2019.10.10 15:53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시력의 날인 10일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근시가 전 세계에서 최고로 심각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시력의 날인 10일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근시가 전 세계에서 최고로 심각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 청소년의 근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시력의 날인 10일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시력장애를 겪고 있는 인구는 22억 명이 넘는다. 이 중 10억여 명은 이전에 예방할 수 있었거나, 지금부터라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전 세계 시력장애 인구 22억 명, 원인은 고령화, 생활 변화, 정보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시력장애 인구가 이렇게 많은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고소득국가에서는 인구가 고령화하고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당뇨병 발생이 많아 이로인한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증가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 합병증 중 하나인데,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오래 진행되면 실명 위험이 있다. 2017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당뇨병 환자 약 284만여 명이 앓고 있는 합병증 가운데 당뇨병성 망막병증(약 12%)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원인은 저소득국가와 중소득국가가 눈 건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특히 근시 같은 시력장애는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거나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며 "문제는 몇몇 국가에서는 시력건강의 중요성이나 눈 관리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WHO에서는 이때문에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백내장 환자 중 약 6500만 명이 결국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전 세계 약 800만 명은 근시임에도 안경이 없어 시각장애인처럼 살아간다. 


한국 대도시 거주 청소년에게 가장 심각 

 

WHO가 10일 발표한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에서 저중소득국가와 고소득국사의 근시 인구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저중소득국가에 비해 고소득국가에서 시력 조절 장애가 4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WHO 제공
WHO가 10일 발표한 '전 세계의 시력 현황 보고서'에서 저중소득국가와 고소득국사의 근시 인구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저중소득국가에 비해 고소득국가에서 근시와 원시 등 시력 굴절장애가 4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WHO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시력장애는 근시와 당뇨병성 망막병증, 트라코마(감염성 결막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지역에 따라 흔한 시력장애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분석했다. 

 

놀랍게도 근시나 원시 등 시력 굴절장애는 고소득국가가 저중소득국가에 비해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 굴절장애란 근시와 원시처럼 대상을 뚜렷하게 보기 위해 수정체가 거리의 초점을 망막에 맺게 하는 조절기능이 떨어지는 장애다.

 

특히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국가는 근시가 가장 많았다(51.6%).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소득 국가에서는 근시 인구가 약 53.4%나 됐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심각하며,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의 약 97%가 근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에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은 약 67%가 근시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 조사한 통계를 참고해도 국내에서 청소년 근시는 심각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12~18세 청소년의 근시(-0.75디옵터 이상) 발생율은 80.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도 12%나 됐다. 대한안과학회에서는 초등학생의 근시도 1970년대 8~15%였으나 1980년대 23%, 1990년대 38%, 2000년대 46.2% 등 점점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 교수는 "도시에 사는 청소년이 도시가 아닌 지역에 사는 청소년보다 야외활동이 적고, 독서나 스마트기기 사용 등 주로 근거리를 보는 작업 시간이 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WHO 역시 실내 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근시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야외활동을 늘리면 근거리뿐 아니라 중장거리도 자주 보기 때문에 근시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성장기 청소년이 키가 부쩍 자랄 때 근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신장과 관련된 몇몇 유전질환이 근시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아직까지 키와 근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자기 전에 비해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안과에 방문해 근시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근시억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근시가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해 부교감신경차단제 안약인 아트로핀을 이용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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