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성2호 자동정지 사건도 '인재'…한수원, 프로그램 누락한채 돌려

2019.10.08 18:43
신월성 2호기(왼편 돔). 연합뉴스 제공
신월성 2호기(왼편 돔). 연합뉴스 제공

지난 5월 인적 실수로 열출력이 초과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한빛1호 원전에 이어 지난달 발생한 신월성2호 원전의 자동정지 사건도 인재(人災)인 것으로 판명났다. 원전 안전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하나를 깔지 않아 원전 전체가 멈추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 8일 "지난달 6일 정기검사기간이 끝나고 재가동 허용을 받아 출력상승시험을 하던 도중 주급수승압펌프 정지로 인해 원자로가 자동정지된 신월성 2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한다"며 사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수원은 2015년 한빛6호기 주급수펌프가 정지한 사건 당시의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올해부터 표준형 원전의 주급수펌프 제어로직에 ‘정지신호 시지연 로직’을 추가하고 있다. 주급수펌프 제어로직은 원전에 물을 공급하는 주급수펌프가 가동 여부에 대한 신호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급수펌프가 가동되고 있다면 가동중이고 상태에 따라 정지 여부 등 각종 정보를 원전 전체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를 신월성 2호기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한수원 측은 제어로직을 구성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통신 정보 프로그램’을 내려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주급수펌프 3대가 서로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통신정보를 교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이 없다면 원전 내 주급수펌프가 각자 정보를 모르는 깜깜이인 채로 운영되게 된다.

 

원안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수원 측은 제어로직을 새롭게 설치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다시 내려받아 깔았어야 하나 실수로 놓쳤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력상승시험을 하자 주급수펌프가 가동된다는 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한수원 측은 출력상승시험을 재개하기 위해 제어로직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린 후 시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이전 제어로직에서도 문제가 생겼고, 주급수펌프에 정지 신호가 발생했다. 원전이 프로그램을 하나 깔지 않은 실수로 인해 멈춘 것이다.

 

한수원 측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이 추가되었음에도 작업절차서에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순전히 운전원이 알아서 설치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또 한수원 측은 파일을 다운로드받았는지에 대한 여부도 작업계획서에 작성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수원 측은 지난달 5일 재가동이 허용된 한빛6호기에서도 같은 작업을 수행했고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매뉴얼이 없다 보니 이번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수원 측은 작업 전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논의했지만 문제를 파악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제어로직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컴퓨터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전 시점으로 복구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할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원전을 한번 가동하면 정지를 하지 않고 가급적 운전을 이어가려 하는 한수원 운전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방사선 비정상적 증가 등 이상은 없었다”며 “확대점검을 통해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적절히 수행됐고, 해당 정비절차서에 다운로드 절차를 세분화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이날 신월성 2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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