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단체·창조과학 정면 비판 김우재 교수 모욕·명예훼손 일부 '죄 없음'

2019.10.08 16:54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명상단체 단월드 관련 기관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와 한국창조과학회가 유사과학을 주장한다고 칼럼을 통해 비판했다가 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소된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에 대해 최근 검찰이 일부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말 4건의 고소 가운데 2건에 대해 ‘죄가 안됨’으로 불기소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단월드 관련 기관에서 3건, 창조과학회에서 1건 피소됐고 이 가운데 3건이 경찰 조사에서 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 가운데 두 건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창조과학회의 고소 한 건은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경찰에서 죄가 안된다고 본 만큼 마찬가지로 불기소 처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단월드가 고소한 남은 한 건은 아직 경찰 조사 단계이나, 이 역시 이미 불기소 처분된 고소와 내용이 같다”고 밝혔다. 이 건은 고소인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4월 인터넷매체 ‘뉴스톱’과 한겨레신문 칼럼, 5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9월에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창조과학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소속 일부 교수와 창조과학회 회장이 김 교수를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초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교수는 “이들 단체는 명상 등 제도권 과학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자꾸만 과학자와 과학에 접근한다”며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초 단월드 관련 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이 주최하는 ‘브레인 명상 콘퍼런스’ 행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을 했다가 취소한 사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며 “생각보다 깊숙한 곳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

김 교수는 현재 원래 소속인 오타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는 “교수라는 대한민국에서 선망인 직업을 내던지고 나면 두려울 게 없다”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사과학의 사례를 수집해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비판적 글을 쓰는 것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나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지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외로운 싸움이다. 그는 “칼럼 때문에 고소를 당했지만 칼럼을 실어준 언론사는 고소 건에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을 위해 싸움을 시작했지만 과기정통부와 과학자 누구도 한 마디 거들지 않은 채 침묵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직장은 그만뒀지만, 현장 과학자 일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동네에서 누구나 과학실험을 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열어주는 ‘타운랩’ 사업을 구상 중이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중국의 대학에서 꿀벌의 유전학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꿀벌 논문을 읽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창조과학회…논란의 세월들


김 교수가 고소에 이른 일은 하나의 일이 발단이 됐다.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올해 4월 말 대중행사를 개최하려다 취소했다. 국내 뇌과학 석학이 강연자로 참석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과학계는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과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연구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정통 뇌과학자가 참여하거나 정부 부처가 후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비판에 나선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신경세포를 둘러싼 수초인 미엘린이나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등 정통 뇌 기초연구와 함께, 정통 뇌과학에서 잘 다루지 않는 '명상의 뇌과학'이나 뇌 활용 교육 프로그램, ‘고등감각인지’라는 새로운 인지기능도 연구한다. 이승헌 한국뇌과학연구원장은 뇌호흡 단체 단월드의 설립자이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총장을 맡고 있다.


과학계 내부의 비판이 거세지자 강연자로 참석하려던 김경진 전 한국뇌연구원장, 이건호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장 등은 행사 하루 전 강연을 취소했다. 이들은 한 과학계 원로 인사의 부탁으로 내용과 주최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채 강연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역시 후원을 취소했다. 


창조과학은 지난 수 년 사이에 비교적 여러 차례 한국에서 주류 교육과 과학에 진출하거나 영향을 미치려 시도했다. 


2011~2012년에는 창조과학 지지자들이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등장하는 진화론 관련 언급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일으켰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라는 이름의 단체는 2011년 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에 시조새를 없애달라”고 청원서를 보냈다. 이에 2012년 초 교과부가 시조새를 삭제하겠다는 답변을 보내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어 교진추가 같은 해 4월 말의 진화 삭제를 요청했고 이 역시 받아들여졌다.


이때만 해도 국내 과학계와 언론은 “같은 과학 선상에 서 있지 않은 창조과학을 다뤄 불필요하게 이들의 입장을 알릴 필요가 없다”며 무시했다. 같이 ‘링’에 올릴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6월 5일 ‘네이처’가 이 사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내자 상황이 바뀌었다. 언론의 비판이 시작됐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각종 생명과학 학술단체,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등 국내 과학단체들도 교진추의 청원을 구체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교과부는 과기한림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진화론 서술을 오히려 강화하기로 결론 내렸다.


2015년 8월에는 연세대 공대에서 2학기 신입생 세미나 과목으로 창조과학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었으나 학내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수용해 개설하지 않았다. 최윤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강의계획서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견 개신교의 창조론과 과학인 진화론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판자들은 “과학이 아닌 창조과학을 과학인 진화론 등과 나란히 다뤄 대등한 이론처럼 보이게 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