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심리학의 실험쥐를 대체할 수 있을까

2019.10.08 16:03
엘란 바렌홀츠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윌리엄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힘을 합쳐 조금 다른 방식의 심리학 실험 방식을 제시했다. 사진은 뇌를 모사한 인경신경망을 넣은 로봇의 모습이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린택대 제공
엘란 바렌홀츠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윌리엄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힘을 합쳐 조금 다른 방식의 심리학 실험 방식을 제시했다. 사진은 뇌를 모사한 인경신경망을 넣은 로봇의 모습이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린택대 제공

미로에 쥐를 놓아두고 그들을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쥐의 작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다. 보통의 심리학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쥐를 이용한 실험 방식이다. 쥐에게 어떤 상황을 제시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본다.


엘란 바렌홀츠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윌리엄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힘을 합쳐 조금 다른 방식의 심리학 실험 방식을 제시했다. 바로 인간 뇌를 모사한 신경망을 가진 로봇에게 쥐와 같은 역할을 맡도록 한 것이다. 바퀴가 달려 움직일 수 있는 이 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주변환경을 인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쥐에게 그랬듯 로봇에게 어떤 상황을 제시했다. 그런 다음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봤다. 연구팀은 이 실험 방식을 ‘로보심리학(Robopsycholoyg)’라고 명명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 연구팀과 인터뷰를 가진 후 그 내용을 7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미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심리학회(APA)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심리학 실험방식을 만든 계기에 대해 “기존 실험방식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쥐 실험은 쥐의 작은 뇌를 가지고 밖에 실험할 수 없다. 뇌의 크기와 구조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은 로봇처럼 걸어다니거나 상황을 인지하며 복합한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에 로봇에 사람의 뇌를 닮은 신경망을 넣고 그들을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미 이 로봇을 가지고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인 버러스 스키너의 ‘스키너 상자’ 실험을 재현했다. 스키너 상자는 실험 동물에게 빛이나 소리 신호와 같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특정한 동작을 학습시켜 조건형성을 연구할 수 있는 실험 기구다. 예를 들어 새장 안의 참새가 특정 장소로 이동하면 전기 충격을 주고 새장 안의 노란 버튼을 누르면 먹이와 같은 보상을 주는 식이다. 보상 및 처벌 메커니즘을 통해 동물의 조건형성과 교육을 연구할 수 있다. 

 

엘란 바렌홀츠(왼쪽)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와 윌리엄 한(오른쪽) 컴퓨터공학과 교수. 유투브 캡처
엘란 바렌홀츠(왼쪽)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와 윌리엄 한(오른쪽) 컴퓨터공학과 교수. 유투브 캡처

연구팀은 실험 로봇을 벽면에 각기 다른 네 가지의 색이 있는 박스 넣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이 지정한 방향으로 실험 로봇이 향할 경우, 스키너 상자 실험에서의 먹이처럼 실험 로봇에게 ‘보상’을 제공했다. 실험 로봇에 있어 보상이란 ‘향하는 방향이 옳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바렌홀츠 교수는 “실험 로봇에게 절대로 어느 방향으로 가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그냥 로봇에게 상황을 판단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결국 로봇은 연구팀이 지정한 올바른 방향의 벽면을 향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인공 신경망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실제 세상에서 무척이나 간단한 일도 인공 신경망에겐 어렵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현재 연구팀은 동물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고주파수로 발화하는 해마의 뉴런인 ‘장소 세포’에 관한 연구를 인공 신경망 탑재 로봇을 통해 진행 중이다. 바렌홀츠 교수는 “우리는 로봇에게 ‘박스 안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어떤 생각이 드니?’는 질문을 제시한 것”이라며 “오른쪽으로 돌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려면 ‘나는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다른 세상이 있으며 내가 만약 옆으로 돌아서면 저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인식하는 로봇의 신경망을 관찰해 동물의 장소세포의 특성들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아보는 게 실험 목표다. 


연구팀은 로봇 실험이 언젠가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교수는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게 로봇을 심리학 연구에 적용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며 “100년 뒤를 생각해본다면 그때까지도 미로 속에 쥐를 넣고 있겠느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 신경망이 복잡한 인간의 뇌를 완전히 모방할 순 없다”며 “하지만 이 인공 신경망 로봇 실험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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