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확인된 사실과 검증 필요한 부분은?

2019.10.05 06:00
도쿄전력
도쿄전력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하는 방안을 공론화했습니다. 오염된 물이 당장 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흘러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본은 왜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을 세웠을까요. 방류된 오염수는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팩트’를 알아봤습니다.

 

Q. 원전은 멈췄는데 오염수는 왜 자꾸 늘어나는가?

A. 계속 흘러드는 지하수를 막지 못해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7월 말 기준 115만t이 쌓여있습니다. 또 이런 오염수는 하루에 170t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게 8년 전인데, 가동 중단된 원전에서 계속 오염수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원전 건물 내로 지하수가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계속 주입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김성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평가실 책임연구원은 “매일 증가하는 오염수 170t 중에 냉각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냉각수는 일정량의 물을 계속 순환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염수를 왜 냉각수로 재활용하지 않는지 묻는 분들이 많은데, 냉각수는 이미 재활용하고 있다는 거죠.

하루에 발생하는 170t의 오염수 중에서 100t은 원전 건물로 직접 유입되는 지하수입니다. 나머지 70t은 원전 건물 주변의 지하수나 원전 해체작업 중에 생긴 액체 폐기물 등입니다. 도쿄전력은 오염된 지하수를 약 40개의 우물로 퍼 올려 원전부지 내 설치된 960개 가량의 저장탱크에 차곡차곡 저장해왔습니다. 최근 방류 논란에 휩싸인 오염수는 바로 이 저장탱크에 들어있는 오염수를 말합니다.

일본은 문제가 되는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원전 주변에 두께 1~2m, 길이 1.5km의 동토차수벽을 설치했습니다. 액체 냉매인 염화칼슘이 든 파이프로 원전 주변 땅을 얼려 지하수가 잘 통과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하수 유입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오염수 발생량을 2014년 약 500t에서 현재 170t 규모로 겨우 줄여놨을 뿐입니다.

이에 대해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은 지하수 유입량을 고려할 때 동토차수벽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라며 “원전을 해수면과 가까이 설치하기 위해 해발 35m인 부지를 25m나 깎았다”고 비판했습니다.

 

 

Q. 오염수를 왜 바다에 버리려고 하는가?

A. 제일 싸고, 쉽고, 빠른 방법이어서 (관련 사진 맨 하단 참고)

 

9월 10일 일본의 환경부 장관격인 하라다 요시아키 환경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 “바다로 방출해 희석시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고위 관리가 직접 해양 방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일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저장탱크를 지을 땅이 더이상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최대 137만t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저장탱크를 더 지을 계획이지만, 3년 뒤인 2022년 여름쯤에는 이 또한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참고로 탱크 하나가 가득 차는 데는 일주일 가량 걸립니다.
 

 

원전 내에 땅이 부족하다면, 원전 부지 이외에 별도 땅을 확보해서 저장탱크를 지으면 될 일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방사성 물질이 든 오염수를 원전 밖에 설치할 경우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할 테고, 수송과정에서 오염수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오염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크게 5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오염수를 정화하고 희석한 뒤 해양에 방출하는 방안은 그중 하나이며, 이는 일본 입장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손쉬운 해결 방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Q. 안전하다 vs. 아니다 왜 엇갈리는가?

A. 삼중수소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원인

 

9월 16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정기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앙잉라며 반박했다.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9월 16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정기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앙잉라며 반박했다.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일본도 저장탱크의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버리겠다고 우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같은 각종 장비로 오염수를 정화한 뒤, 희석시켜 방출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그렇게 정화한, 방사능 농도 안전관리기준을 만족하는 오염수가 전체 오염수의 약 18%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둘째는 ALPS 같은 장비로 오염수를 완벽하게 정화한다고 해도 발암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3H)는 제거되지 않습니다.

삼중수소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입니다. 정화하기 전 오염수에는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90, 아이오딘129 같은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데요. 사실 그들에 비하면 삼중수소는 독성이 낮은 편입니다. 세슘137의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일본의 방사능 농도 안전관리기준을 보더라도 환경에 배출할 수 있는 양이 세슘137은 리터당 90Bq(베크렐)인데 비해, 삼중수소는 리터당 6만Bq이나 됩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산소와 결합한 삼중수소(HTO)가 물과 완전히 혼합되기 때문입니다. 입자 상태로 존재하지 않으니 시중의 방사성 핵종 제거 장치를 사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반감기도 12.3년으로 길어 오랜 기간 물에 남아있게 됩니다.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오염수의 삼중수소의 농도는 배출할 수 있는 기준(6만Bq/L)보다 약 10배 가량 높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없는 깨끗한 물을 다량 투입한다면 이 농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삼중수소 제거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희석시켜 방류하는 것이 최선인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원전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원전에서 안전관리기준에 맞게 삼중수소를 배출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정상 원전이고 후쿠시마 원전은 전례가 없는 사고 원전이니까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삼중수소수 대책위원회는 삼중수소를 해상에 방류하는 방안 외에도 지하 2500m 이하의 지층에 주입하는 방안, 수증기로 배출하는 방안,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로 환원해 배출하는 방안, 시멘트와 혼합해 지하에 매장하는 방안 등 4가지 방안을 검토해왔습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처럼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은 아직 없다”며 “추가 R&D(연구개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Q. 방류하면 1년 안에 동해가 오염된다?

A. 그럴 수도, 하지만 불확실한 예측보다는 대응에 집중해야

 

일본 연구팀이 지난해 8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흘러나온 세슘137이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일부는 동해로 흘러 들었다. 2012~2016년 동중국해에서 흘러 들어온 세슘137은 총 210조 Bq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ㅎ ㅜ쿠시마 주변 아열대 수괴지역에 방류된 세슘137의 양(4200조 Bq 추정) 의 약 5%이다. 자료 Ocean Science
일본 연구팀이 지난해 8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흘러나온 세슘137이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일부는 동해로 흘러 들었다. 2012~2016년 동중국해에서 흘러 들어온 세슘137은 총 210조 Bq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ㅎ ㅜ쿠시마 주변 아열대 수괴지역에 방류된 세슘137의 양(4200조 Bq 추정) 의 약 5%이다. 자료 Ocean Science

8월 14일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이것이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면서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이 세슘이 함유된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동해가 오염됐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일본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오션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했습니다. 2011년 사고 이후 원전에서 흘러나온 세슘137 오염수가 북태평양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실제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논문이었습니다. 그동안 모델링을 통해 예측한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노마타 야요이 카나자와대 자연환경기술연구소 연구원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사고 후 수개월 뒤 표층수의 세슘137 방사능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어서 동해의 방사능 농도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2011년 원전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는 대부분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이동했지만, 일부는 해류에서 떨어져 나온 수괴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쓰시마 해류를 타고 동중국해에서 동해로 흘러들어왔습니다.

연구팀은 세슘137이 섞인 오염수가 처음 동해로 유입되는 데 1년이 걸렸고, 사고 이후 4~5년이 지난 2015~2016년 동해에서 세슘137 농도가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기적인 영향은 방류 후 1년 뒤부터 나타나고, 장기적인 영향은 4~5년 뒤 정점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doi: 10.5194/os-14-813-2018

 

물론 하나의 논문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또 태평양에는 원래 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원전에서 나온 세슘137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논문 결과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오염수를 또 한 번 배출한다면 비슷하게 동해에 흘러올 확률이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석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방사능평가실 책임연구원은 “방출 시 오염수의 조건과 해양 내부의 염분 구조, 바람 세기 등 해양 조건을 정확하게 알아야 오염수의 확산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방안과 시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일본에 거듭 요청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요.


최 책임연구원은 불확실한 예측보다는 정확한 관측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해양방사능 감시체계를 제주도 남방 지역까지 확대해 총 32개 지점에서 적게는 3개월에 1번씩, 많게는 2주에 1번씩 해수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며 “장단기 변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오염수 유입 여부를 정확하게 알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Q.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면 무조건 암 위험이 높아질까?

A. 알 수 없음. 알 수 없을 땐 최대한 피하는게 상책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야구,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아즈마 구장. 사고 원전에서 약 70km떨어져 있다. TOKYO 2020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야구,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아즈마 구장. 사고 원전에서 약 70km떨어져 있다. TOKYO 2020

후쿠시마 오염수 실태가 알려지면서 2020년 열리는 도쿄하계올림픽의 방사능 불안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 70km 정도 떨어진 야구장, 100km 떨어진 축구장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 식탁에 올린다고 하죠. 몇몇 언론에서는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후쿠시마에 가서 방사선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건강 영향을 분석하려면 경기장으로부터의 외부피폭뿐만 아니라 음식물로 인한 내부피폭 등 모든 노출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수집하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일본에 반드시 데이터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선량을 단순히 높고 낮음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한 예로 조나단 링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미국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나 코치가 1~2주 동안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에) 영향을 받은 지역에 방문하면 ‘암 발생 위험도가 매일 조금씩 비례해서 증가한다(the cancer risk is proportional, growing incrementally each day)’”고 말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링크스 교수가 보도가 과장됐음을 해명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문턱(역치)없는 선형(LNT·Linear No Threshold) 가설’에 동의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LNT 가설은 쉽게 말해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방사선량 문턱값은 없다, 즉 100mSv(밀리시버트·1mSv는 148Bq/m3로 1년간 노출될 때 피폭선량) 이하의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신체에 누적되면 암 사망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굉장히 보수적이지만 현재 원자력의학계 주류 가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 센터장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암에 걸리는데, 그중 어떤 경우가 저선량 방사선 때문에 암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 경우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선량 방사선의 암 발생 위험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발암물질과 마찬가지로 문턱값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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