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쿄전력, '오염수 방류' 전방위 홍보…전문가들 해석도 엇갈려 대응 '이상신호'

2019.10.04 08:45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전문가가 공개한 일본 가나자와대 연구팀의 연구결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동해까지 유입됐다. 숀 버니 수석 전문가 제공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전문가가 공개한 일본 가나자와대 연구팀의 연구결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동해까지 유입됐다. 숀 버니 수석 전문가 제공

일본 도쿄전력이 일본 내 체류중인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배출의 안전성과 타당성을 홍보하고 나섰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처리수 내 삼중수소 농도가 비록 음용수 기준치보다는 높지만, 다른 국가보다 특별히 많은 양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염수 배출 및 처리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정보만 보여주는 생색내기 이벤트라고 비판하고 나서는 한편, 후쿠시마에 저장돼 있는 삼중수소의 절대량은 많지 않으므로 비판을 삼중수소보다는 다른 데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2일 오전 11시부터 일본 내 특파원을 대상으로 한 원전 내부 취재 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도쿄전력은 "알프스를 이용해 처리한 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1리터 당 120만 베크렐(bq) 수준으로, 일본이 정한 음용수 기준치인 리터당 6만 Bq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는 대부분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삼중수소를 이미 배출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삼중수소 배출 계획이 특별히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를 이용해 처리한 물 가운데 기준치 이하의 안전한 물은 바로 해양 방류하고, 기준치를 넘는 물은 다시 처리해 방류할 계획"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하루 약 170t씩의 원전오염수가 발생하면서 처리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지하수가 건물의 틈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하는 오염수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알프스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일종의 여과 시설이다. 이렇게 걸러낸 물이 현재 탱크에 담겨 보관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16만t 이상이 쌓여 있다. 계속되는 오염수 증가에 일본 정부는 ‘처리’ 문제를 고민 중이다. 지층에 주입하는 방법과 바다에 방류하는 방법, 수증기로 날리는 방법, 안전한 수소로 전환해 배출하는 방법 등 여러 안을 놓고 고민 중이지만, 일부 일본 관료와 도쿄전력은 주변국가에 가장 잠재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해양 방류 또는 수증기 방출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알프스 처리를 한 오염수는 더 이상 오염수가 아니라는 기본 입장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9월 16일 개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한국이 원전 ‘오염수’라는 표현을 한 데 심한 불편함을 드러내며 “‘알프스 처리된 물’로 불러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단순 오염수와 다르기에 방류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는 이미 다른 원전보유국이 배출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인 만큼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전성 홍보 나선 도쿄전력..."믿을 만한 데이터 먼저 공개" 비판적인 국내 전문가들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우선 일본이 정확한 정보와 측정 원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올림픽 수영장 700개 분량의 오염수가 있는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알프스 장비는 없다. 있다 하더라도 필터가 견디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사고 뒤 8년이 넘어가면서 장비도 노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이런 부분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화해 배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스트론튬이나 세슘 등 방사성 핵종은 공기는 물론 물보다 무거워 기화 배출이 불가능하다. 삼중수소는 가능하겠지만 금세 비 등으로 땅에 떨어질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후쿠시마 원전수 해상방출 왜 위험한가, 대책은’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역시 처리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당시 이 대표는 “알프스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라그 핵재처리설비시설에 사용됐는데, 99.99% 핵종 제거를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지역에서 백혈병이 발병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따르면, 저장된 오염수의 23%만 배출 기준을 만족한다고 돼 있다. 기준치보다 100배 이상 방사능이 높은 오염수도 6%에 이른다”며 “그나마 이들이 말하는 기준치조차 일본이 임의로 느슨하게 정한 것인데 배출해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슘137이 바다로 유출된 경로와 추정량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이에 따르면 사고 초기 낙진으로 떨어진 게 15PBq(페타베크렐), 직접 유출이 5PBq에 이르렀다. 반면 지하수나 강을 통한 유출은 각각 연간 15~20TBq(테라베크렐), 10~12TBq로 양이 훨씬 적지만 대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슘137이 바다로 유출된 경로와 추정량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이에 따르면 사고 초기 낙진으로 떨어진 게 15PBq(페타베크렐), 직접 유출이 5PBq에 이르렀다. 반면 지하수나 강을 통한 유출은 각각 연간 15~20TBq(테라베크렐), 10~12TBq로 양이 훨씬 적지만 대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려는 이유는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안이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30일 국회에서 “80만 t의 삼중수소수를 지하에 주입해 저장하면 6200억 엔(6조 8800억 원), 수소로 전환해 배출하면 1000억 엔(1조 1200억 원)이 드는 데 반해 기화해 배출하면 349억 엔(3919억 원), 해양에 방류하면 34억 엔(382억 원)으로 월등히 싸다”고 말했다.

 

●고농도 삼중수소 논란에는 국내 전문가도 "위험 과장" 지적...오히려 타 핵종 처리 여부 등 살펴야


도쿄전력이 펼치는 “삼중수소는 한국의 원전에서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논리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서 교수는 "한국의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발생하고 있지만, 적은 양인데다 안전하게 걸려지고 있다"며 "사고가 나 오염수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는 시설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후쿠시마 저장수 탱크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3g"이라며 "한국의 원전 전체에서 연간 배출되는 양이 1g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일본의 배출량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1g의 삼중수소는 357TBq(357조Bq)의 방사능을 방출한다. 다만 한국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대부분 증기의 형태로 배출돼 일본과 오염수의 농도를 가지고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비교를 해보자면, 영국과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프랑스 라그 재처리시설에서는 연간 30g의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있고, 동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삼중수소만 해도 5g이다"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도) 삼중수소만큼은 큰 문제가 없다. 비판하려면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다른 원소가 제대로 걸러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오히려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역시 "일본 후쿠시마 저장수 내 삼중수소 총량 3g을 여러 해에 걸쳐 내보낸다면 연간 1g을 배출하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많은 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하면 방사성 물질이 드넓은 태평양 바닷물에 흩어져 안전한 수준으로 희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북태평양에서 동지나해를 거쳐 동해에 유입돼 방사능 농도를 높인다는 사실은 일본의 연구로도 이미 밝혀져 있다. 일본 가나자와대와 후쿠시마대, 히로사키대 연구팀이 2017년 11월 국제학술지 ‘해양과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태로 발생한 세슘-137의 동해 내 농도는 사고 직후인 2012~2013년 증가하기 시작해 2015~2016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세슘-137의 농도는 사고 전의 2.27배 높은 수준이었다. 후쿠시마 해안에서 표층수를 타고 동지나해를 거쳐 동해로 유입되는 데에는 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의 배출이 최조고였을 때 세슘-137이라는 무거운 물질을 이용한 연구 결과이기에, 일본의 주장대로 제대로 처리된 물을 방류했고 물 속에 고농도로 남은 방사성물질이 삼중수소뿐일 경우에는 참고만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알프스의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다른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을 경우에는 직접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정 교수는 지금이라도 "삼중수소 안전성 논란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른 방사성 핵종의 처리 신뢰성을 묻는 등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방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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