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한국 기업 뿌리내리는 신북방정책 거점될 것"

2019.10.02 14:38

심재윤 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 인터뷰

 

심재윤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건립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심재윤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건립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하며 신북방 정책을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새로운 ‘번영의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중 우즈베키스탄은 옛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예로부터 세계적인 면화 생산국으로 손꼽힌다. 면화 생산량으로는 세계 6위, 수출량으로는 세계 2위다. 

 

지난 2005년 우즈벡은 한국에 섬유 관련 기술 교류를 요청했다. 희토류나 광물, 가스 등이 풍부한 우즈벡과 자원 외교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섬유 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일궈왔던 한국의 염색·가공·봉제·디자인 등 관련 기술 지원을 요청해 온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가 추진해 온 기술 지원의 결실은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건립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 때 건립 논의가 진행됐고 이듬해인 2015년부터 5년 사업으로 진행돼 오는 9월 24일 우즈벡 타슈켄트 현지에서 개소식을 개최한다.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는 건물을 지어주고 장비를 구축해주는 단순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아닙니다. 테크노파크에 구성되는 장비와 설비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 외에도 설립 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정관이나 조직 구성, 장비 교육,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기업 지원 등을 일괄적으로 수행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입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신북방 정책의 거점으로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중앙아시아에 교두보를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개소식을 앞두고 만난 심재윤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은 테크노파크 건립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의 ODA로 완성된 사업이지만 양국의 기술협력 결과물을 뛰어넘어 한국의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통해 중앙아시아·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섬유 산업의 밸류 체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즈벡이 한국에 섬유 산업 관련 기술 지원을 요청한 배경은.

 

우즈벡은 풍부한 면화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고부가가치 섬유로 만드는 기술력이 부족하다. 한국과 우즈벡의 기술 협력은 약 15년간 이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 않던 양국 기술협력의 결과물로 섬유테크노파크가 조성된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부가가치율은 25.5% 수준이다. 하지만 염색가공 분야의 부가가치율은 30%, 패션의류 부문은 40%에 달한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구 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CIS)의 일원인 우즈벡은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다. 특히 면화 자원을 바탕으로 섬유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자체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그동안 우즈벡은 원면 또는 비교적 기술수준이 낮은 면사를 수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원재료 수출은 부가가치가 낮아 우즈벡 섬유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지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염색 가공, 의류, 패션·디자인 등과 관련한 기술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 1980년대 수준의 섬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즈벡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미래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다. 천연섬유의 고부가가치화와 더불어 화학섬유, 산업용섬유 등의 고부가기술을 단계별로 전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우즈벡 섬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견인함으로써 양국 섬유 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한 초석이 마련되고, 한국과 우즈벡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섬유그룹이 운영 중인 파일럿 플랜트(염색가공기술센터)에서 심재윤 그룹장이 염색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스마트섬유그룹이 운영 중인 파일럿 플랜트(염색가공기술센터)에서 심재윤 그룹장이 염색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사업이 단순한 ODA 사업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국내 섬유산업은 미국, 유럽 수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시장은 아직 낯선 지역이다. 중앙아시아, 러시아는 총 인구가 2억 명이 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섬유테크노파크는 국내 섬유 기업이 보다 용이하게 관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현재 스마트섬유그룹은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연구동2동 1층에 염색가공 섬유시제품을 만들어주는 염색가공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를 보유하고 있다. 이 파일럿 플랜트를 이용하여 현장 적용이 바로 가능한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이 파일럿 플랜트에 있는 국산 장비가 그대로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 파일럿 플랜트에도 들어간다.

 

현재 우즈벡에 있는 섬유 관련 장비들 대부분이 유럽산 또는 터키산이다. 섬유테크노파크의 파일럿 플랜트는 한국 장비의 전시장 역할도 할 것이다. 파일럿 플랜트에서 생산한 섬유시제품이 우즈벡 섬유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면 한국장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우즈벡 섬유 기업들이 한국산 장비를 사용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특히 연구개발을 통한 섬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과정에서 염료나 난연제, 발수제, 항균제 등 섬유기능성 케미컬과도 연결된다. 관련 국내 기술을 우즈벡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이때 한국 기업과 연결해 주면 현지 투자를 통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섬유 산업과 관련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정착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에 입주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있나.

 

이미 13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테크노파크 입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측에서 테크노파크 입주 기업에 대해 10년간 세금 면제를 요청했는데, 아직 우즈벡 정부의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우즈벡 정부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정관 및 세제혜택 등을 담은 마스터플랜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입주 의향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관심 기업들을 모아서 세제혜택 등 우즈벡 정부가 세팅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계획이다.

 

한·우즈벡 섬유테크노파크는 한국 기업이 우즈벡을 거점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일종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 기업이 현지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 시장정보 제공, 오더 매칭, 교육훈련, 세미나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하고 있다.

 

 

-섬유 관련 신산업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가시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웨어러블 섬유 연구개발이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마트 섬유로 표현되는 웨어러블 기술이겠지만 최근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안전’이다. 

 

친환경의 경우 염색 가공할 때 물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스팀을 쓰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자외선(UV)에 반응하는 염료를 만들어 이 염료를 섬유에 묻힌 뒤 UV를 쬐어 염색 가공하는 것이다. 염색할 때 필요한 스팀을 만들려면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이크로웨이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발수나 난연, 항균 등 기능성 섬유 기술은 다소 올드한 기술에 속한다. 우즈벡은 이런 기술도 갖추지 못했다. 이런 기능성 섬유 기술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의 연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염색된 섬유 원단이 나오는 설비에서 염색가공기술센터 운영 직원과 원단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실제로 염색된 섬유 원단이 나오는 설비에서 염색가공기술센터 운영 직원과 원단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스마트섬유그룹의 파일럿 플랜트의 역할은. 

 

파일럿 플랜트의 정식 명칭은 ‘염색가공기술센터’이다. 실제 공장에서 이뤄지는 염색 가공 공정의 축소판으로 모든 장비가 구성됐다고 보면 된다. 생기원이 센터를 만든 이유는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는 중간 단계로서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실험실에서 아무리 좋은 염색가공 기술이 나와도 실제 생산 현장과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메커니즘이나 구동 결과가 달라진다. 가교 역할을 하는 설비를 통해 염색가공 레시피를 완벽하게 만들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 1994년에 설비를 갖춰 현재까지 이른다. 

 

염색가공기술센터는 300여 개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기업도 있지만 약 100개의 기업은 회원으로 가입해 주기적으로 활용한다. 기업이 원단을 기획해 갖고 오면 원하는 염색 가공 레시피와 샘플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기업이 염색가공기술센터가 만든 샘플을 바이어에 보내면 대량 구매 오더가 내려오는 식이다. 

 

연간 2000~3000건의 기업 의뢰로 약 4억 원의 사용료가 들어온다. 하지만 이는 400억 원의 효과가 있다. 샘플은 100미터 단위로 제작하지만 샘플을 확인한 바이어는 1만 미터 단위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업이 씨를 주면 발아를 시켜 수확을 하는 개념이다. 

 

-섬유 산업의 미래 비전은. 

 

섬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다. 사라지지 않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제조 공장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으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1980년대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던 섬유 소재 산업과 기술력에서도 과학기술 경쟁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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