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연구소장 700명 "한국 경제 지속성장하려면 산업정책 일관성·기업 주도 R&D 필요"

2019.09.30 15:00
정부 연구개발비 24조 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과 기업이 주도하는 국가연구개발 기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 연구개발비 24조 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과 기업이 주도하는 국가연구개발 기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주요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들과 기업연구소장들은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산업기술 정책'과 기업이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후원하는 기업 주도 연구개발(R&D)을 최우선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R&D에서의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실패 백서'를 만들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혁신 2030’을 발표했다. 이 혁신안은 산기협이 분야별 전문가와 산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30년까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비전과 5대 의제, 그리고 정부와 각계가 추진해야 할 20대 과제를 담았다. 올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18개월에 걸쳐 6만 7000개 R&D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산업기술정책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한국, 투자 대비 성과 저조…기술혁신의 생산성 함정'에 빠져 있어"


먼저 한국의 산업기술혁신 체제를 프로젝트(과제)와 플레이어(행위자), 프로시저(절차), 폴리시(정책)의 네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한 ‘기술혁신의 생산성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산기협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방형 혁신과 모두를 위한 혁신, 시장에서 팔리는 혁신, 역량 기반 혁신, 가치창출형 혁신의 5가지 의제를 제안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각각 4개씩 총 20기의 정책추진과제를 도출해 정부에 제안했다. 예를 들어 모두를 위한 혁신 의제를 위해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정책 추진’,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엄격한 과잉규제 퇴출’ 등을 추진하는 식이다. 역량기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우수기업연구소 2030개 육성’, ‘중소기업 연구인력 석박사 비중 35% 달성’ 등을 내세웠다.


이렇게 뽑은 20대 과제를 놓고 국내 700명의 기업 CTO와 연구소장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7대 추젠 과제를 선정했다. 1위는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산기혁신정책 추진’이 꼽혔고, ‘민간기업이 의제를 제시하고 정부가 채택하는 새로운 R&D 기획체계 구축’,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융합형 기술개발과제 발굴’, ‘R&D와 사업을 연결하는 지원체계 확대’, ‘’기업가정신을 북돋는 사회 분위기 조성’, ‘국가기술혁신 실패백서 구축’, ‘기업과 협력, 상용화 중심으로 산기 출연연 역할 전환’이 각각 2~7위로 중요한 과제로 선정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선정한 산업기술혁신 2030의 5대 의제(아젠다)를 정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선정한 산업기술혁신 2030의 5대 의제(아젠다)를 정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일관성 있는 정책과 기업 주도 R&D 강조...'기업가 정신', '실패 용인' 등 사회 분위기 변화도 언급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힌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 없는 산기혁신정책 추진’은 녹색성장-창조경제-4차 산업혁명 등 정부 따라 5년 단위로 정책 방향이 흔들려 현장의 혼란이 크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산기협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기술 혁신정책을 수립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이 의제를 제시하고 정부가 채택하는 R&D 기획’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R&D 기획 협의체인 ‘산업기술혁신 2030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방향과 의제를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판도를 바꾸는 융합형 기술 개발 과제 발굴’은 1990년대 말 경제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한 반도체, 전전자교환기, CDMA 이동통신 기술 개발 등 국가성장엔진 발굴을 위해 혁신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범부처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시했다.


산기협은 또 “R&D 완료에 치중한 정책으로 상용화 지원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시장지향 R&D”를 강화해 후속 융자와 투자 정책자금을 연계하고 실증 및 시험평가와 국내외 인증을 한번에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기업가 정신과 R&D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언급했다. 산기협은 “국가경제 성장에서 산업계가 중추적 역할을 담다하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형성돼 있어 혁신 의지가 위축돼 있다”며 “기업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기업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D 실패 사례를 취합해 실패 경험을 축적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CTO․연구소장 700명이 뽑은 7대 산업기술혁신 과제를 정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CTO․연구소장 700명이 뽑은 7대 산업기술혁신 과제를 정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마지막으로 산업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을 상용화와 기업 협력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는 원천기술 개발과 중소기업 기술지원 등 역할이 혼재돼 있는데, 이 때문에 기술사업화 실적이 약하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민간기업 개발실적을 평가 받도록 전환하고 평가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승자독식의 새로운 경쟁 규칙이 일반화되고 경쟁이 성능전에서 속도전으로,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산업기술 혁신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다. ‘나홀로 혁신’을 넘어 ‘함께 하는 혁신’을, ‘규칙을 따르는(룰 테이커)’ 혁신에서 ‘규칙을 만드는(룰 메이커’ 혁신으로 체제 전환을 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기협은 10월 2일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해 국가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선포하고, 주요 의제와 20대 추진과제를 담은 ‘산업기술혁신 2030’ 보고서를 정부 및 각계에 전달할 계획이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