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미래병원]아픈 주삿바늘 떠오르는 병원 잊어주세요

2019.09.29 09:00
 

질병관리본부는 가능하면 11월까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라고 지난 17일 권고했다. 2016년에는 12월 8일이던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2017년 12월 1일, 2018년 11월 16일로 점점 빨라지고 있고 백신 주사를 맞고 면역효과가 생기려면 2주가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매년 맞는 백신이지만 굵고 뾰족한 주삿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은 항상 불쾌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피부를 뚫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개발하거나, 혹은 바늘조차 없는 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돌기 난 파스'만 붙여도 약물 주입

 

NIH 제공
NIH 제공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늘어 피부를 뚫어도 통증은커녕 아무 느낌이 없는 주삿바늘은 이미 상용화 돼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맞는 인슐린 주사나 난임 환자들이 맞는 배란촉진주사가 그렇다. 이 주사는 피하지방이 많은 뱃살에 90도 직각으로 주사기를 세워 꽂는다. 

 

특히 펜형으로 된 주사는 바늘이 반투명하게 보일 만큼 가느다랗다. 주사를 맞고 바늘을 뺀 다음에도 웬만해서는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주사 역시 여러 번 지속해서 맞으면 피부가 일부 단단해지면서 점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 주사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일반 주사만큼 기다란 바늘 길이에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바늘을 길이마저 수십 um으로 아주 짧게 만들어 파스처럼 붙일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도 개발되고 있다. 소프트 콘택트렌즈 재료인 하이드로겔 패치에 약물을 굳혀서 만든 수십 개의 마이크로니들이 나 있는데, 마치 작은 돌기처럼 보여 주사에 대한 공포가 들지 않는다. 

 

이 패치를 얼굴 등에 붙이면 피부를 뚫고 들어간 바늘이 녹으면서 약물이 피부로 스며든다. 하지만 바늘이 작고 얕게 들어가는 만큼 약물을 전달하는 깊이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재 개발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주로 피부에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살리실산 등을 넣는 역할을 한다. 여드름 같은 염증을 없애고 피지 분비를 억제하며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물질을 넣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배원규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팀이 독사의 어금니를 모방해 통증 없이 약물을 체내로 주입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도 개발했다. 뱀이 동물을 물면 독샘에 들어 있던 독이 모세관현상에 의해 피부에 빨려 들어가는 원리를 흉내 냈다.

 

물줄기를 빠르게 쏘는 제트주사기

 

MIT 연구팀이 개발한 제트주사기. 물줄기를 빠르게 뿜어 주삿바늘 없이도 피부 안으로 약물을 넣을 수 있다. MIT 제공
MIT 연구팀이 개발한 제트주사기. 물줄기를 빠르게 뿜어 주삿바늘 없이도 피부 안으로 약물을 넣을 수 있다. MIT 제공

아예 바늘이 없는 주사기도 개발되고 있다. 피부에 대고 피스톤을 누르면 가느다란 물줄기가 초속 100m 이상 빠르게 뿜어져 나오면서 피부를 뚫고 들어간다.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이나 B형간염 백신용으로 개발됐다. 

 

물줄기는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얇은 수~수십um 수준이다. 그래서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존 바늘 주사기보다 약물 흡수 속도도 훨씬 빠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스프링으로 9.6~12.4MPa(메가파스칼) 정도 압력을 내 약물을 튕겨 내보내는 방식이 개발됐다. 이 주사기는 낼 수 있는 압력이 고정돼 있어 한 번에 주입할 수 있는 약물의 양도 약 0.1mL로 고정돼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압력을 이용해 약물을 튕겨내는 형식의 제트주사기가 개발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프링식 제트주사기 보다는 압력이 낮아 수십 초간 피스톤을 눌러야 한다. 

 

지난해 5월 캐나다 맥길대 의대 피부과와 캐나다 로즈랩피부광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스프링식 제트주사기를 맞은 환자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히려 기존 주사기로 맞을 때보다 더 아팠다는 답을 얻었다. 인슐린이나 호르몬 등 단백질은 분자가 크기 때문에 점도가 높은데 수십 초 동안 약물이 들어가면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열역학과와 의생명공학연구실 공동연구팀은 약물이 주입되는 속도를 기존 제트주사기보다 1000배 가량 높여 1mL 약물을 단 0.5초 만에 주입할 수 있는 제트주사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이 주사기를 상용화하기 위해 현재 일본 제약사인 타케다와 협력하고 있다. 

 

수술 중 줄기세포치료제 넣는 굵은 바늘 주사기

 

호주 멜버른대 의대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이 개발한 3D 바이오펜. 관절염 등으로 손상된 연골 조직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치료제를 주입할 수 있다. BioFab3D 제공
호주 멜버른대 의대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이 개발한 3D 바이오펜. 관절염 등으로 손상된 연골 조직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치료제를 주입할 수 있다. BioFab3D 제공

통증을 줄이기 위해 주삿바늘이 점점 가늘어지고 사라지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점점 굵어지는 주삿바늘도 있다. 연골 재생이나 각막 코팅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펜이다. 

 

호주 시드니대 의대 안과와 울런공대 공동 연구팀은 각막궤양 등 각막에 상처가 났을 때 약물을 얇게 코팅해 세포를 재생시키고 감염을 막는 바이오펜을 개발했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호주 멜버른대 의대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은 관절염 등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조직을 재생시키기 위한 줄기세포치료제와 하이드로겔을 주입할 수 있는 3D 바이오펜을 개발했다. 

 

바이오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사처럼 피부 밖에서 약물을 넣는 것이 아니라 수술 중에 조직을 재생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입한다.피터 충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바이오펜을 이용하면 원하는 양만큼 미세하게 조절해 약물 주입이 수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사에 대한 공포와 통증을 줄이고, 간편하고도 효율적으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콧속 점막에 스프레이로 뿌리거나, 약물을 미세한 가루 형태로 만들어 흡입하는 등 미래에는 어떤 형태의 주사가 대세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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