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화잡지 보며 꿈 키워...뇌과학 접목한 만화 그리고파"

2019.09.28 06:00

"어려서 개미를 관찰하면 두세 시간 동안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료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과학은 공부 잘 하는 사람만 하는 거라 생각해서 학자를 꿈꾸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15년째 과학 만화를 만들며 개미를 그리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비빔툰'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교양만화가 홍승우 작가는 국내 대표적인 과학만화가기도 하다. 어린이 과학잡지 '어린이과학동아'에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15년째 과학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소재도 생태('다운이 가족의 생생탐사')부터 수학('수학영웅 피코'), 의학('생생인체탐험') 등 다양하다. 지금은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인공지능 마이보'를 연재 중이다. 

 

2일 홍 작가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따로 작업실이 없는 홍 작가는 자택과 카페를 오가며 태블릿 PC 등으로 작업을 한다. 그에게 과학 만화가의 작업법과 앞으로의 구상을 물었다.

 

-15년 동안 과학만화를 그렸다니, 웬만한 과학 상식은 다 꿰고 있을 것 같다. 만화 작업은 얼마나 걸리나

 

안타깝게도 워낙 잘 잊는 성격이라 만화에 담았던 과학상식이 머리에 남아 있지는 않다. 그래도 과학을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일은 늘 재미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과학자는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학자를 장래희망으로 꿈꾸진 않았다.  돋보기로 개미를 두세 시간 관찰하고는 했는데, 책 '개미 세계 여행'을 읽고 개미가 사회성 곤충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매료됐다. 만화에 개미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키는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 연재작인 ‘다운이의 생생 탐사’를 그릴 때는 깃털을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리는 등 생물을 실제처럼 그리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흘렀으니 고백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연재가 끝날 무렵에는 그림이 실제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한 회의 스토리를 짜고 스케치를 하는 데 3~4일이면 충분하다. 물론 편집 프로그램의 발달로 전보다 훨씬 작업하기가 수월해진 덕분도 있다. 종이에 펜으로 선을 하나하나 그릴 때부터 만화를 그렸는데 그때 마이보를 그렸다면 동그란 얼굴과 몸을 일일이 그려야 했을 거다. 지금은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마이보의 형태를 완성할 수 있다. 

 

현재 연재 중인 '인공지능 마이보'는 매월 1일부터 15일간 작업한다. 동시에 6일부터는 다음 화 스토리를 생각하거나 전체 세계관을 점검한다.

 

만화는 밤을 새우거나 마감을 코앞에 두고 몰아서 작업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시간 관리만큼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여가 시간에는 족구, 당구, 헬스 등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과학상식을 만화로 표현하기가 가장 힘들었던 연재만화는 무엇이었나


양자역학을 주제로 한 ‘생생 양자역학’이 가장 힘들었다. 미시세계가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아주 작은 입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다니!그래도 20페이지짜리 만화를 3년 동안이나 연재했다.


연재 중인 ‘인공지능 마이보’는 그동안 연재했던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다. 어린 시절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해 별명이 ‘까불이’였는데 이것을 마이보 캐릭터에 담았기 때문이다. 마이보도 발랄한 성격에 작은 사고를 끊임없이 친다. 이 만화는 어린이들이 인공지능을 두렵고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서 시작하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시즌2도 해보고 싶다. 

 

인공지능 마이보를 태블릿으로 그리고 있다. 어린이과학동아DB
인공지능 마이보를 태블릿으로 그리고 있다. 어린이과학동아DB

-'어린이과학동아' 주 독자층이 어린이들이다. 독자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어린이 독자들은 엽서에 손글씨로 삐뚤빼뚤 적어서 보내주거나 그림을 그려서 보내준다. 정말 소중하다. 연재를 하다보면 만화의 인기가 떨어질까봐 걱정될 때도 있는데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준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지금처럼 디지털 기기가 익숙한 세상에 잡지와 만화가 여전히 큰 인기를 얻는다니 정말 대단하다. 

 

50세가 훌쩍 넘은 우리 세대도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 잡지를 보며 컸다. 윤승운 작가가 그린 '요철 발명왕'을 보며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당시 윤 작가는 나에게 신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때 잡지를 보며 만화가의 실수를 발견할 때마다 쾌감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아마 지금 어린이과학동아 만화를 보는 어린이 독자들도 똑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어린이과학동아에 어떤 주제로 과학만화를 그리고 싶은가  


뇌과학을 접목한, 꿈을 소재로한 만화다. 우리가 꾸는 꿈이 ‘꿈 공장’에서 매일 배우들이 촬영한 결과물이라고 가정한 세계다. 

 
이렇게 새로운 만화의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는다. 평소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두는 습관을 기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쌓아둔 아이디어들이 나중에 튼실한 나무를 키우는 질 좋은 토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내 만화를 좋아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예전엔 이런 마음이 없었는데 15년동안 연재를 하다보니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린이과학동아'도 시대의 흐름 속에 계속 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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