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원인은 바이러스의 생존력과 감염력

2019.09.25 22:56
ASF 바이러스의 구조. 긴 DNA를 구조 단백질 캡슐이 둘러싸고 있다. 매우 안정적인 바이러스로 다양한 매개체에서 오래 감염력을 보존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ASF 바이러스의 구조. 긴 DNA를 구조 단백질 캡슐이 둘러싸고 있다. 매우 안정적인 바이러스로 다양한 매개체에서 오래 감염력을 보존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파주시와 인천 강화에까지 상륙했다. 24일 다섯 번째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25일 강화도의 다른 농장에서도 의심 사례가 접수돼 현재 조사 중이다. 정부가 총력으로 방역을 하고 있지만 한강 이남 강화까지 감염 농가가 나오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축의 이동을 철저히 제한하는 등 강력한 감염 억제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파가 이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전파 경로는 오리무중이지만, ASF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강한 전파력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이유는 안정성이다. ASF 바이러스는 기하학적 구조의 단백질 캡슐에 둘러싸인 거대한 바이러스다. 매우 안정한 바이러스로 분변에서도 여러 날 생존해 감염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2017년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와 왕립수의대팀이 학술지 ‘트랜스바운더리 이머징 디지즈’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돼지 소변 속 바이러스는 4도의 저온이나 37도의 비교적 고온에서도 각각 약 15일과 3일 동안 다른 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력을 유지했다. 대변에서도 4도일 때 약 8일, 37도일 때 약 4일간 감염력을 유지했다. 배설물 안에서 ASF 바이러스는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돼지 배설물이 ASF바이러스 확산의 중요한 경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농식품국(FAO) 역시 “상온의 돼지 배설물(대변)에서 평균 11일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ASF 바이러스의 안정성은 사체에서 더욱 위력을 보인다. FAO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냉장육에서 15주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 냉동육에서는 최장 1000일까지 시간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에서 1년 반, 피부에서도 300일 생존한다. 사체의 골수나,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에서도 여러 달 동안 생존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감염하는 전략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도 감염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농업과학원과 폴란드 국립수의연구소팀이 2017년 ‘수의연구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ASF 바이러스는 150~200개의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며 그 가운데 약 50개가 구조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쓰인다. 이 단백질 가운데 일부가 바이러스를 돼지의 면역세포에 부착시키거나 침투 시키고 바이러스 DNA의 복제를 유도하는 데 쓰인다. 


특히 바이러스의 껍질을 만드는 표면 단백질 중 하나인 p72는 종류가 다양해 ASF 바이러스를 총 22개의 유전형으로 분류하게 한다. 이런 다양성은 방역 당국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사백신과 치료제 등으로 차단 전략을 구사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서 항체 형성을 막는 등 다양한 면역세포 무력화 전략을 구사한다. 현재 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은 이런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 자체를 연구하거나 백신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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