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식물사료·강물로도 확산…해외사례로 살펴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경로

2019.09.25 17:16
지난 17일 경기 파주의 한 농장에서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7일 경기 파주의 한 농장에서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 연합뉴스 제공

이달 17일 경기도 파주 양돈농장에서 처음 발병하며 확산하고 있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입 경로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전파됐는지를 두고 역학관계 조사에 나섰으나 8일이 지났음에도 아직 뚜렷한 전파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 들어온 멧돼지 혹은 오염된 강물 등이 전파경로로 지목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가 농가가 나온 파주를 비롯해 경기 연천과 김포, 강화 등 경기 북부에서만 5개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염병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5개 농가 모두 최초 발생 농가와 차량 이동에 따른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차량이 확산 경로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는 주로 공항이나 항만으로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 음식을 반입한 경우가 많다. 감염된 야생멧돼지 혹은 진드기가 퍼트릴 가능성도 있다. 오염된 물을 통해 퍼져나가거나 드물게는 오염된 사료를 통해 퍼질 수도 있다. 한번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주로 차량을 통해 퍼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돼지에게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먹이는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의 가장 주요한 경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매개체가 직접 퍼트리는 것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돼지가 먹어서도 감염된다. 특히 과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발한 국가들을 보면 첫 유입 경로는 선박이나 비행기로 들여온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들어간 음식물이 버려지면서 공항이나 항만 근처에서 처음 발병한 사례가 많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유럽을 1960년대와 2010년대 이후 두 번 휩쓸었다. 유입 경로는 선박과 비행기였다. 1957년 포르투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된 경로는 비행기 기내식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가 사료로 쓰여서였다. 2007년 조지아에는 동아프리카 항구를 거쳐온 배에서 나온 돼지고기가 감염 경로였다.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먹이는 것은 외국에서 유입되는 경로일 뿐 아니라 퍼져나가는 경로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로 만든 음식물이 퍼지면서 남은 음식물이 사료로 쓰인 것이 주된 확산 경로였다. 중국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111건 역학조사 결과 44%인 49건이 음식물 사료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확진 판정을 받은 5개 농가 모두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쓴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확률이지만 남은 음식으로 만든 사료가 아닌 식물 사료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메간 니더베르더 캔자스주립대 수의학부 교수팀은 돼지 실험을 통해 물 뿐 아니라 식물성 사료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올해 5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학술지인 ‘신종감염질환’에 발표했다. 실제로 라트비아에서 2014년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오염된 풀과 곡물을 농가의 돼지가 먹었던 것이 주된 전파경로로 분석됐다.

 

이달 23일 기준 경기 북부 지역에서 총 4곳의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으나, 방역당국은 아직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경기 강화 농가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진 농가는 5곳으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달 23일 기준 경기 북부 지역에서 총 4곳의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으나, 방역당국은 아직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경기 강화 농가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진 농가는 5곳으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동물이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이후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북한에서 병에 걸려 넘어온 멧돼지가 주요 감염 경로가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멧돼지를 통한 유입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멧돼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기 어려울 뿐더러 발생 농가 모두 멧돼지가 접근하기 힘든 평지에 있고 방지 펜스 등도 갖췄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야생멧돼지에 의해 사육돼지가 감염된 사례는 러시아 방목 농가에서 2건 보고된 외에는 없다. 멧돼지 자체가 감염원일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대신 멧돼지 사체를 먹은 독수리 등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돼지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에 의해 병이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돼지 피를 먹고 사는 연진드기는 1960년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될 당시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로 확인됐다. 다만 연진드기는 더운 지방에 살고 국내에서는 발견된 바 없다. 진드기처럼 피를 빠는 모기나 파리도 피를 옮길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레네 보드커 덴마크공대 교수팀은 2018년 국제학술지 '다국적 신생질병'에 피를 빠는 파리목 곤충인 '등에'가 감염 예방 수준이 높았던 농가의 환기구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며 파리를 잠재적 매개체로 지목하기도 했다.

 

강을 통해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5개 농가 모두 임진강 등 북한에서 발원하는 하천 유역에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동유럽을 휩쓸 때 주요 전파경로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다뉴브강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유럽에서 발발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분석했더니 오염된 다뉴브강의 물을 돼지가 마심으로써 14만 마리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해 보고서에서 밝혔다.

 

발병 역학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확산에는 차량이 매개체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차부터 4차 발생 농장 모두 차량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차량 역학은 같은 차량이 서로 다른 농장을 방문했을 때 농장들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차 연천 농장과 4차 파주 농장 모두 첫 발생지인 파주 농장과 차량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차 연천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과 3차 농장에서 출하한 운반 차량 모두 같은 공장을 들른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소독되지 않으면서 자체로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호세 마누엘 산체즈비스카이노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교수 연구팀은 2012년 8월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BMC) 수의학연구’에 돼지를 옮기는 트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주요 위험 요소 중 하나라고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당시 발병국과 도로망 정보 등을 토대로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지목했다. 실제로 리투아니아는 2014년 1월, 폴란드는 같은 해 2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팀은 2012년 돼지를 옮기는 트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주 위험 요소로 보고 발병국과 도로망 등을 토대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위험국을 평가했다. 당시 가장 높은 등급(갈색)을 받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실제로 2년 내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발했다. 바이오메드 센트럴 수의학연구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팀은 2012년 돼지를 옮기는 트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주 위험 요소로 보고 발병국과 도로망 등을 토대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위험국을 평가했다. 당시 가장 높은 등급(갈색)을 받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실제로 2년 내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발했다. 바이오메드 센트럴 수의학연구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