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처분, 멧돼지는 사냥…해외사례로 살펴본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2019.09.25 17:17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어디든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강력한 방역 방법은 살처분이다. 사진은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어디든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강력한 방역 방법은 살처분이다. 사진은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24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나온 다음 날, 또 다시 강화군에서 의심 농가가 나왔다. 여기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면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25일)까지 총 6건이다.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북한발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24일 북한 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해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국회 보고를 통해 공개했다. 북한 전역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뜻이다. 북한은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북한 접경 지역에서 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고 있어, 이 지역 14개 시 군의 하천과 도로를 소독할 예정이다. 국내보다 수~수십 년에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곤욕을 치른 국가들은 어떻게 방역해 왔는지 알아봤다.

 

가장 확실한 방역법은 '살처분'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 소각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 소각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21년 케냐에서 최초 발견됐다. 이후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퍼졌다. 아시아에는 지난 8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등에서 6400여 건이 발생했다. 현재도 확산 추세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어디든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은 동일하다. 가장 강력한 방역 방법은 살처분이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다른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받은 농가는 일단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뒤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한다. 전류가 흐르는 전극이나 고통을 주지 않는 약물(자일라진, 바르비탈염제제, 염화트리메칠암모늄메칠렌 등)을 사용하거나 돼지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이산화탄소 또는 질소거품을 넣어 안락사시킨다. 살처분한 돼지는 모두 소각한다.

 

작업 후에는 축사 내 먼지나 분변, 또는 살처분 작업한 사람의 의복이나 신발 등으로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모든 장비를 소각한다.  다른 농가에 병을 옮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리고 청소와 소독을 수차례 진행해 더 이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후에도 수 주간 발생하지 않는지 모니터링한다. 

 

서로 다른 국가 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지 않도록 검역도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는 국가로부터 사온 돈육이나 육포, 소시지, 곱창 등 식품을 통해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은 쉽지 않다. 이 전염병이 처음 발견된 것은 아프리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유럽과 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이탈리아 등 남부유럽, 독일과 러시아 등 동부유럽 곳곳에서는 아직도 수~수십 년간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야생 멧돼지 이동 막기 위해 펜스 설치, 사냥 장려

 

2018년 2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체코에서 사냥한 야생 멧돼지의 수.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18년 2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체코에서 사냥한 야생 멧돼지의 수.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유럽에는 야생 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어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가장 흔하고 단순한 방법은 야산이나 국경 지역에 전기울타리를 쳐 멧돼지가 지역을 옮겨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멧돼지는 땅속으로 굴을 파고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펜스를 깊고 높게 친다. 하지만 전기울타리가 오래되면 손상 가능성이 있어 전염병을 막을 장기적인 해답은 되지 못한다. 

 

프랑스와 독일, 체코, 러시아처럼 멧돼지 사냥 문화가 있는 국가에서는 특별히 사냥할 수 있는 지역과 기간을 지정하고 있다. 사냥꾼을 피해 도망치던 멧돼지가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멧돼지의 개체수를 줄이면 아프리카돼지열병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멧돼지 사냥을 장려하기도 한다.  

 

가령 체코에서는 야생멧돼지에게 사냥용 미끼 외에는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하고, 야생멧돼지를 사냥하면 50kg인 경우 4000코루나(약 20만원)을, 50kg 이상이면 8000코루나(약 40만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그 결과 2018년 3월 22일부터 한달 뒤인 4월 21일까지 2~6개월령 야생멧돼지 56마리를 사냥했고 이중 10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멧돼지를 사냥하도록 장려하는 국가들은 사냥한 돼지들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렸는지 검사한 뒤 안전하게 폐기한다. 이때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는 혈액과 비장, 뼈와 골수, 신장, 폐 등 일부 장기를 시료로 채취해 연구용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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