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백신이 뇌손상 일으켜" "임산부 비타민A 피해야"

2019.09.25 15:35
유튜브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유익한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건강상식이나 병에 대한 치료, 예방에 대한 정보도 많다. 문제는 이런 수많은 정보 속에 사실과는 다른 ′가짜 정보′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거나, 또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것들이 의학뉴스로 둔갑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유익한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건강상식이나 병에 대한 치료, 예방에 대한 정보도 많다. 문제는 이런 수많은 정보 속에 사실과는 다른 '가짜 정보'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거나, 또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것들이 의학뉴스로 둔갑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 혈액을 위로 뿜게 된다" "손톱 상태를 보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생감자즙을 마시면 위염, 위궤양을 자가치료할 수 있다"
"팔다리 특정부위를 지압하면 비염을 고칠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오히려 자궁암과 뇌 손상을 유발한다"

 

'정보의 태평양' 유튜브에서 흔히 사실처럼 유통되는 가짜 의학 정보들이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즐겨보는 층이 성인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과 청소년, 어르신들까지 확대되면서 단순한 생활 정보 뿐 아니라 전문 정도를 유튜브에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유익한 정보도 있고 예전에는 공개되지 않던 영상까지 추가되면서 유튜브 힘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건강 상식이나 병의 치료법, 예방에 대한 정보도 많아 급할 때 요긴하게 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정보 속에 사실과는 다른 '가짜 정보'가 섞여 있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거나, 또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것들이 마치 사실인양 의학뉴스로 둔갑해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이다.

 

특정 건강보조식품을 비롯해 약재, 의료기기, 의료기기처럼 보이는 제품을 팔기 위한 의도가 배후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의학뉴스처럼 꾸민 이 영상을 한눈에 봐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댓글만 봐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 주류다. 

 

하지만 노인을 포함해 정보에 취약한 일부 연령대와 계층은 병원에서 들었던 얘기와는 정반대의 주장이거나, 병원이나 약국에 굳이 가지 않아도 집에서 병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병원에서 완치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거나 오랫동안 병에 시달린 환자나 환자 가족의 약해진 판단력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미 가짜로 판명된 연구 결과가 진실로 둔갑하거나 일부 사례가 과대포장
 

유튜브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검색해보면 일부 영상들은 절대 맞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자궁경부암이 뇌 손상을 유발하거나, 심지어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WHO는 대규모 조사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백신으로 인한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접종을 금지하도록 공포를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검색해보면 일부 영상들은 절대 맞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자궁경부암이 뇌 손상을 유발하거나, 심지어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WHO는 대규모 조사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백신으로 인한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접종을 금지하도록 공포를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에 올라있는 다양한 의학 정보 가운데 가장 많이 본  '자궁경부암 백신을 절대 맞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경우 일반인이 입장에서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2009년 개발됐는데 암을 예방하는 최초의 백신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 등을 통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에 감염되면 생기는 질환이다.  백신을 맞으면 7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이 바이러스 껍질에 돋아 있는 단백질을 막아 사람 세포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원리다. 

 

전문가들은 9~13세 정도 어리거나 성감염 기회가 적은 젊은 여성이 맞았을 때 예방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0대 여성 청소년은 반드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한다. 국내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검색한 결과 나타난 일부 영상의 경우 백신의 효능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맞아야 한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남성이 맞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제약사들의 음모일 뿐 절대 맞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영상들도 검색됐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없을 뿐더러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이유 모를 통증, 어지러움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영상은 자궁경부암이 뇌 손상을 유발하거나, 심지어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발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병원과 전문가들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결과 백신을 맞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를 맞은 위치에 나타나는 통증이 주를 이룬다. 사실 이 주사부위 통증은 자궁경부암 백신뿐 아니라 독감 백신, 치료용 주사 등 주사를 맞았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이밖에도 부종, 두드러기,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됐다. 이들 부작용은 대부분 통증 세기가 가볍고 수일 내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율이 100%가 아닌 만큼 백신을 맞더라도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백신이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수 년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처럼 암 발생률을 높일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이케다 슈이치 일본 신슈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다. 이케다 교수는 2016년 3월 쥐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혔더니 뇌 손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일본 학계로부터 근거가 없다고 비판을 받았다. 신슈대가 자체 검증한 결과에서도 연구진이 쥐에게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과 다르게 연구결과를 과대포장한 탓에 결국 이 논문은 2018년 철회됐다. 결국 최근에 유튜브에 돌아다니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 뇌 손상 설'은 이미 가짜로 판명된 연구결과가 진실로 둔갑한 꼴이다.
  
또 다른 일본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난 여성 204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극히 일부에게서 신경 장애 등이 나타났다는 결과를 냈는데 이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서만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규모 조사를 벌인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백신으로 인한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접종을 금지하도록 공포를 조장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다만 특정 유전자가 백신을 맞았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극적이고 신기한 내용일수록 혹세무민

 

이밖에도 유튜브에는 언뜻 과학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가짜 의학뉴스가 많았다. 각자 과학적인 근거를 들고는 있지만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거나 또는 이와 반대로 '왼쪽으로 누워 자면 심장으로 피가 쏠려 무리가 간다'는 등 정반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임산부가 비타민A가 많은 당근이나 시금치, 단호박, 브로콜리 등 녹황색채소를 많이 먹으면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는 영상도 있었다.

 

의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잠은 본인에게 편한 자세로 자는 것이 가장 좋고, 비타민A를 과다섭취할 경우 뇌압을 높이거나 태아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영양제 섭취가 아닌 식사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임산부라도 비타민A가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태아 발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가짜 의학 정보가 만연하는 이유로 공통적으로 '누구나 쉽게 영상을 올리고 무료로 영상을 볼 수 있는 편리함'을 들었다. 또 '오랜 병상생활에 지친 환자들이 쉽게 혹할 만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이유로 짚었다.

 

오신주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튜브에 나와 있는 영상들은 전문가끼리 합의된 내용이 아니거나 사실 무관한 내용일 수 있다"며 "환자들이 이 내용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경우 치료에 혼선이 생기고, 주치의와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렵다고 한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영상에 혹해 주치의 말을 믿지 않아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치료는 기본 의학지식과 여러 정보들이 종합돼 이뤄지기 때문에 흥미로운 단편적인 내용에 집중해서는 안 되며, 전문의가 이끄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연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교수는 "자극적인 영상이 환자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고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시술이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일부 개인 의원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서 흥미롭거나 신기한 의학 정보를 볼 경우에는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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