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써온 HIV 치료제 퇴행성 뇌질환 효과. 치료 새 장 열 것"

2019.09.23 23:58
제럴드 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뇌신경과학회총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제럴드 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뇌신경과학회총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오히려 뇌 세포 속 유전자 일부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세계적인 퇴행성 뇌질환 전문가인 제럴드 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퇴행성 뇌질환이 유전적 요인보다는 후천적인요인에 기인한다는 결과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2016년 올해의 샌디에이고 알츠하이머 연구자상, 2018년 미국 뇌수종협회 리더쉽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최근 알츠하이머의 유전변이에 관한 세계적 연구자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신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천 교수는 한국뇌연구원이 개최한 뇌신경 분야 올림픽 뇌신경과학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얼마 전까지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영향으로 유발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천 교수는 기존 정설을 뒤집고 부모로 물려받은 유전자보다 유전자 변형으로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천 교수는 이런 유전자 변형은 세포핵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재조합(GR)’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재조합이란 DNA 염색체 사이에 서로 교차하는 교환 결합이 일어나 기존과 다른 새로운 유전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 B세포와 T세포 같은 면역 시스템 내 세포들은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지만 뇌 세포는 그렇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인 ‘아밀로이드’ 전단계 물질(전구체)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조직 및 세포에서 유전자가 섞이는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유전자 모자이크 현상은 생리 기능 조절 및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천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전구체 단백질에서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누적되면서 생긴다. 이 과정의 주범이 활성 산소라는 게 천 교수의 지적이다. 과도한 운동은 활성 산소를 만들지만 가벼운 유산소 운동 등 적절한 운동은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역전사 효소 억제제’가 퇴행성 뇌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HIV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 유발의 10%를 차지하는 원인 유전자인 전구체 단백질을 재조합해 알츠하이머병을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성 질환인 다운증후군에 대한 효과도 함께 알아냈다.


천 교수는 “역전사 효소 억제제를 복용한 미국 65세 이상 노인 수만 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했다”며 “이미 30년간 쓰이고 있는 HIV 치료제가 퇴행성 뇌질환에 쓰일 수 있게 되면 많은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P 제공
SB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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