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친척인류 얼굴 잇따라 복원

2019.09.20 17:35
미궁에 빠져 있던 고인류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보다 넓고 튼튼한 얼굴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히브리대 제공
미궁에 빠져 있던 고인류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보다 넓고 튼튼한 얼굴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히브리대 제공

비밀에 싸여 있던 옛 친척 인류의 얼굴이 최근 잇따른 발굴과 게놈해독기술 발달로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19일에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 가운데 하나로 수만 년 전 아시아에 공존했던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DNA를 바탕으로 추정한 얼굴이 공개됐다. 8월 말에는 현생인류보다 한참 앞서 존재했던 초기 친척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의 얼굴이 처음으로 복원됐다. 


리란 카멜 이스라엘 히브리대 알렉산더실버만생명과학연구소 교수팀은 2008년 러시아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뼈 조각과 어금니에서 DNA를 채취해 해독한 뒤, 생전 DNA에 남은 후천적 화학변형인 ‘후성유전’ 특성을 바탕으로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19일자에 발표됐다. 


데니소바인은 알타이산맥 부근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존재가 알려진 고인류다. 두개골은 물론 손가락 만한 뼛조각 이상의 유골이 발견되지 않아 생전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2010년 스반테 패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팀이 뼈 조각의 DNA를 해독한 결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제3의 인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에도 치아와 팔 또는 다리뼈의 조각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나왔고, 올해는 드디어 아래턱뼈가 발견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체구나 두개골 형상을 짐작하게 하는 큰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생전 모습은 미궁에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발견한 손가락 뼈 조각과 치아에서 DNA 를 추출했다. 그런 다음 DNA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DNA는 일종의 인쇄된 책과 같아서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포는 책에 책갈피를 끼우거나 밑줄을 긋듯이 염기서열에 화학 물질을 붙여 표시하는 방법으로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후성유전’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데니소바인 게놈에서 후성유전을 조사한 뒤, 이들이 뼈에 미치는 변화를 예측했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해부학적 특징이 확인된 네안데르탈인 2명과 현생 인류 60명, 침팬지 5마리의 데이터를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골격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32가지 특성을 확인했다. 그 뒤 이를 바탕으로 데니소바인의 신체 골격 및 두개골의 형태를 복원했다.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인 네안데르탈인보다 두개골이 더 넓고 네안데르탈인처럼 얼굴이 길고 골반이 넓었다. 견고한 턱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보다 더 넓은 얼굴을 가진 게 특징이었다. 카멜 교수는 “논문 심사 중 첫 번째 네안데르탈인 턱뼈 화석이 발견됐다”며 “턱뼈의 형태는 우리가 예측한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8월 말 ′네이처′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의 얼굴을 복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80만 년 전에 살았던 최초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입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작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클리브랜드자연사박물관 제공
8월 말 '네이처'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의 얼굴을 복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80만 년 전에 살았던 최초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입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작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클리브랜드자연사박물관 제공

8월 말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으로 꼽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의 두개골이 복원됐다. 약 410만~36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류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류 가운데 가장 오래 전에 살았다. ‘루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대표적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약 390만~290만 년 전에 살았다. 


요하네스 하일레셀라시에 미국 클리브랜드 자연사박물관 교수팀은 에티오피아 워란소 밀레 지역에서 발굴된 거의 완벽한 두개골의 형태를 연구해 화석의 주인공이 38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라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 8월 2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발굴을 해온 끝에 2016년 2월 이 두개골을 발견했다. 이 기간 동안 연구팀은 85개 포유류 종에 속하는 1만 2600개의 화석을 발견했는데, 이 가운데 230개가 고인류의 화석이었다. 이번에 발견한 거의 완벽한 아나멘시스 두개골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 고인류학계에서는 약 400만 년 전 인류와 300만 년 전 인류 사이의 인류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침팬지와 분리된 인류계통을 의미하는 호미닌(사람족) 최초의 인류로 꼽히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약 700만 년 전 인류로 두개골이 발견돼 얼굴이 알려져 있다. 이후 2009년 공개된 440만 년 전 고인류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얼굴이 복원돼 있다. 그 다음 얼굴이 알려진 고인류는 최대 390만 년 전부터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아르디피테쿠스 등 다른 고인류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사이를 보여줄 고인류 화석이 나오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거의 완벽한 아나멘시스 두개골 화석 현장 사진이다. 이렇게 완벽한 두개골이 발굴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클리브랜드자연사박물관 제공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거의 완벽한 아나멘시스 두개골 화석 현장 사진이다. 이렇게 완벽한 두개골이 발굴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클리브랜드자연사박물관 제공

이번에 발견된 아나멘시스 화석을 복원한 얼굴은 아파렌시스보다 길게 앞으로 튀어나온 입과 더 작은 두뇌가 특징이다. 두뇌 용량은 약 370m3 정도로, 작은 우유팩 두 개가 부피가 채 안 된다. 침팬지 수준의 크기다. 뺨뼈는 돌출돼 있고, 송곳니는 길었다. 귓구멍은 달걀 모양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은 아파렌시스에서는 발견할 수 없고, 케냔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 등 다른 종과 더 닮았다”고 밝혔다. 또 아나멘시스와 아파렌시스가 약 10만 년 정도 공존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팀은 아파렌시스가 아나멘시스에서 분리돼 나왔으며, 일정 기간 공존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아나멘시스가 사라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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