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흉악범은 미디어의 관심을 즐긴다

2019.09.21 06:00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픽사베이 제공

'나쁜 유명세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bad publicity)'는 말이 있다. 나쁜 일로든 어쨌든 한 번 유명해지면 그 덕을 본다는 뜻이다. 아무리 그래도 범죄 같은 나쁜 일은 예외일 것 같지만,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사람들의 계략에 미디어와 대중이 쉽게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윌리엄패터슨대 제이슨 실바 교수 연구팀은 196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범죄자들의 특성과 그들을 향한 미디어의 관심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를 일으키기 전 평소 주변인에게 자신은 유명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거나, 범행에 관한 비디오나 편지를 방송사나 뉴스 등에 보내는 등 미디어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범행 전이나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범행 성명서를 올리며 관심을 촉구하고, 실존했던 유명한 연쇄살인마나 다른 총기난사범, 독일 나치 정권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같은 인물을 동경하며 자신을 '타고난 킬러(born to kill)'로 소개하는 등 유난히 자아가 비대한  범인들도 있었다. 이런 사례는 조사 대상 263건 중 4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범행을 통해 '명성(fame)'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과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이렇게나 대단한 자신을 적절히 대우해주지 않는 세상과 주변사람들이 나쁘다는 분노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자신을 소외시키는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응징하는 동시에, 원래 자신에게 주어져야 하는 각종 명성과 사람들의 관심, 영광을 얻는 한 통로로 극악무도한 범죄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 총기난사범은 자신의 범죄가 나중에 영화화 될 것이라며 그 때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인게 좋을지 아니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더 좋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다수가 유명한 연쇄살인범이나 총기난사범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며 동일시하고, 저 사람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혀 세상에 오래 기억되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보였다고 한다. 


영화화 되기까지 유명해지는 데에 뉴스 등 ‘미디어’에의 노출은 필수 관문이다. 뉴스 1면에 커다랗게 자신의 이름과 사진, 자신이 밝힌 범죄의 이유 등 대중에게 자신과 자신의 메시지를 노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전 범죄자와 경쟁하듯 피해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를 보였다고 한다. 분석 결과 실제로 비대한 자아형 또는 명성 추구형 총기난사범들은 평균 7.2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난 반면 그렇지 않은 총기난사범들은 3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안타깝게도 사건이 잔혹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탓에 자아가 비대한 총기난사범들이 그렇지 않은 총기범들에 비해 높은 확률로 적어도 기사가 한 개 이상 실리는 등 미디어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죄를 다룬 기사의 숫자는 더 압도적이어서 일반 총기범이 평균 9.2건의 기사에 등장한다면 이들을 다룬 기사 건수는 평균 50.1개였다. 즉 잔혹한 범죄를 통해 유명해지겠다는 이들의 소망은 쉽게 충족된 셈이다. 


명성 추구형 총기난사범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90% 이상 남성이며, 일반 총기범들의 평균 나이가 37세인데 비해 22세로 대체로 젊은 편이라는 점이다. 많은 총기난사범들이 현장에서 자살을 택하는 반면 이들은 자살하는 사례도 드물었다. 한편 자살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박수 칠 때 떠나라’ 식의, 최고의 영광을 누릴 때 죽어서 전설이 되자는 맥락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전과나 약물 오남용 등의 기록이 없었다. 이들의 악행은 충동적이라기보다 오래 부풀어온 비대한 자아와 그로인한 오랜 자격의식, 피해의식을 발판으로 철저히 명성을 추구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소수이긴 하지만 잔혹한 범죄에 환상을 갖고 이를 통해 명성을 떨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한 범죄자들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범죄자들이 원하는 대로 미디어가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들이 그토록 추구하던 명성을 얻는데 도움이 될 만한 범죄자의 신상, 이름, 사진, 범죄자가 말한 범죄 이유, 이들이 전하고픈 메시지 등을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No notoriety (악명은 그만)' 캠페인 같은 것이 한 예다. 


한국에서도 미디어에서 연쇄살인범들의 범행 이유를 본인들이 변명한 그대로 내보내는 일이 적지 않은 듯 하다. 범인이 여성을 포함한 다수를 살해한 일부 사건이 영화화 되는 일도 많다. 이들이 이렇게라도 관심 받고 싶다는 범죄자들의 명예욕을 실현시키지는 않았는지, 비슷하게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이들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참고자료

Silva, J. R., & Greene-Colozzi, E. A. (2019). Fame-seeking mass shooters in America: Severity, characteristics, and media coverage. 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48, 24–3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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