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된 ‘중력파’ 관측... 블랙홀-중성자별 비밀 풀릴까

2019.09.20 06:00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킨다. 간혹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일부 질량이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왼쪽 사진은 블랙홀의 상상도. 오른쪽 사진은 충돌하는 두 블랙홀이 주변에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모습을 그렸다. 중력파는 그동안 빛을 통해 관측하기 어려웠던 블랙홀 연구에 새 돌파구를 열었다. NASA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킨다. 간혹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일부 질량이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왼쪽 사진은 블랙홀의 상상도. 오른쪽 사진은 충돌하는 두 블랙홀이 주변에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모습을 그렸다. 중력파는 그동안 빛을 통해 관측하기 어려웠던 블랙홀 연구에 새 돌파구를 열었다. NASA

2015년 9월 14일 우주 진화의 단서를 담은 ‘중력파’가 처음으로 지구상에서 관측됐다. 미국 소재 중력파 관측소인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협력단 과학자들은 중력파 검출 이후 5개월만인 지난 2016년 2월 인류 역사상 첫 중력파 관측을 발표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915년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존재를 예측한 중력파는 100년만인 2015년 9월 관측 및 확인됐다. 인류 첫 중력파 관측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배리 배리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와 킵손 칼텍 명예교수, 라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4년이 지난 현재 라이고 협력단은 중력파 검출 감도를 높이는 라이고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뒤 지난 4월 1일부터 3차 관측에 들어갔다. 정확한 분석 결과가 아직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력파로 추정되는 관측 건수만 불과 5개월만에 29건이다. 과학자들은 중력파가 첫 관측된지  4년만에 본격적인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라이고 연구진이 최근 중력파로 확인된 11건의 데이터를 카탈로그 형태로 공개했다. 그림 설명에서 GW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숫자는 관측된 연월일을 나타낸다. 분광(스펙트럼)의 색깔은 신호 강도 측정치다. 오렌지색 주파수 신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기반해 예측된 중력파 모델이고 회색은 실제 관측된 신호 파형을 분석한 것이다. 하단 오른쪽 그림은 중성자별끼리 병합할 때 생긴 중력파가 관측된 데이터.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라이고 연구진이 최근 중력파로 확인된 11건의 데이터를 카탈로그 형태로 공개했다. 그림 설명에서 GW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숫자는 관측된 연월일을 나타낸다. 분광(스펙트럼)의 색깔은 신호 강도 측정치다. 오렌지색 주파수 신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기반해 예측된 중력파 모델이고 회색은 실제 관측된 신호 파형을 분석한 것이다. 하단 오른쪽 그림은 중성자별끼리 병합할 때 생긴 중력파가 관측된 데이터.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5개월만에 중력파 후보 29건 관측...첫 블랙홀·중성자별 충돌 중력파 ‘기대’


중력파는 블랙홀이 다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 충돌할 때 또는 중성자별 2개가 충돌하는 초대형 우주 이벤트가 발생할 때 강력한 중력에너지가 우주 공간에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강력한 중력파가 지나가면 일시적으로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왜곡한다.  


지구에서 몇 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생긴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파동의 세기가 워낙 약해 직접 관측하기 쉽지 않다. 라이고는 한 변의 길이가 4km인 L자형 진공 터널을 만들어 양변의 끝에 강력한 레이저를 쏠 수 있는 광원과 반대쪽 끝에 거울을 붙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미국 워싱턴주 핸퍼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있다. 중력파 관측은 ‘레이저 간섭계’ 원리를 이용한다. 레이저 간섭계는 광원에서 나온 레이저를 분리시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보내고 거울을 통해 다시 반사시킨 뒤 한 곳으로 모아 간섭을 일으켜 미세한 파동의 변화를 감지한다. 


2015년 9월 라이고 장비를 개선한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첫 중력파 관측 이후 1·2차 관측 가동을 통해 총 11건의 중력파를 검출했다. 1차는 2015년 9월 12일부터 2016년 1월 19일까지, 2차는 2016년 11월 30일부터 2017년 8월 25일까지 이뤄졌다. 1·2차 합계 총 13개월의 관측 가동 기간 동안 블랙홀끼리의 병합으로 생긴 중력파 10건, 중성자별 충돌로 생긴 중력파 1건을 찾아냈다.
라이고 광원에서 나오는 레이저의 강도를 높이고 저주파 신호 감도를 높이는 등 업그레이드를 거친 뒤 지난 4월 1일부터 본격 3차 관측 가동에 돌입한 라이고는 현재까지 29건의 중력파 후보를 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아직 한번도 관측하지 못했던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로 생긴 중력파도 포함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에 참여하고 있는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의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볼 때 중력파 후보로 분석중인 29건이 모두 중력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이론적으로만 알려졌던 블랙홀과 중성자별 충돌로 생긴 중력파가 입증되면 천문학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위치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시설. LIGO 연구그룹 제공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위치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시설. LIGO 연구그룹 제공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투자 가시화...한국은 여전히 '지지부진'


라이고 연구단 과학자들은 이미 라이고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다. 대표적인 게 유럽이 추진하는 ‘아인슈타인 텔레스코프(ET)’와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코스믹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다. 


ET는 라이고처럼 L자 형태의 간섭계가 아닌 삼각형 형태의 간섭계를 지하에 구축해 중력파 관측 감도를 높이는 개념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ET 구축을 위한 예산을 검토중이다. 코스믹 익스플로러는 형태는 라이고와 유사한 L자 형태지만 진공 터널의 길이가 라이고의 4km의 10배인 40km에 이른다. 블랙홀끼리의 병합과 광범위한 우주에 존재하는 중성자별의 개수를 파악하는 게 목표다. 미국립과학재단(NSF) 중심으로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중력파 첫 관측 때만 해도 조명을 받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을 지낸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장이 연구원 내에 레이저 간섭계에 활용되는 광원 특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실험실 단위로 진행하는 연구 그룹을 신설했다.


강궁원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프로젝트가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가시화하고 있다”며 “아직 국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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