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아기, 자연분만 아기보다 병원균 더 많이 갖는다

2019.09.19 02:00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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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병원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을 장 속에 가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1000명당 396명으로 터키에 이어 OECD 2위다. 다만 연구팀은 이는 태어난 지 한달 이내 신생아에 한한 것으로 1년 내로 장내 미생물 구성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초기 장내 미생물 차이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레버 로우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생어연구소 연구원과 나이젤 필드 런던칼리지대 세계보건연구소 교수 공동연구팀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초기 장내미생물 구성에 차이가 크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와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기가 건강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2016년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 소아과’에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비만에 걸릴 확률이 15%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호주 연구팀은 호주에서 출산한 여성 49만 1590명의 아기를 13년간 분석해.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들이 호흡기 문제나 당뇨와 같은 건강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의 태아 장내미생물 조사를 실시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자연분만 아기 314명과 제왕절개 아기 282명의 대변을 분석해 아이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분석했다. 태어난 지 4일 후와 7일 후, 21일 후의 대변을 받아 게놈 분석을 통해 미생물의 종류를 일일이 파악했다. 비교를 위해 일부 산모의 대변과 12개월 이후 아기의 대변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둘 사이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산모와 비슷한 구성의 장내 미생물을 가졌다. 반면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는 산모의 장내 미생물 대신 병원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이 많이 발견됐다. 제왕절개 아기는 병원성 미생물을 가지는 비율이 83%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49%인 것을 비교하면 상당히 높았다. 일부 아기들에게서는 영국 병원에서 혈액감염을 일으킨 변종 미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 세균은 내장에서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해석했다. 하나는 아이가 태어나는 환경이 다르면서 병원성 미생물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 전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는 것을 들었다. 태반으로도 항생제가 퍼지기 때문에 항생제에 면역이 강한 병원균이 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제왕절개 아기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늘려준다며 산모의 질액을 바르는 ‘질액 바르기’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가 자연분만 도중 질 내 미생물을 만나며 미생물 세례를 받는다는 통설은 과학계에서 논쟁거리였다.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제왕절개 신생아의 몸에 질액을 바른 아기와 자연분만 아기 간 미생물 구성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제왕절개 아기에게 질액을 바르는 시술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산모의 질 내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장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12개월이 지난 이후 아기의 장내 미생물은 태어난 방법과 상관없이 비슷해졌다. 때문에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의 초기 차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드 교수는 “아기가 자라면서 주변 모든 곳에서 나오는 미생물을 섭취함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서로 비슷해진다”며 “초기에 둘 사이의 미생물 군집 차이는 컸으나 이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로우리 연구원은 “이번에는 분만법에 따른 미생물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추후에는 어떤 미생물이 아이에게 건강한 장내 미생물이 될지를 분석해 이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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