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화학 아는 수학자가 만든 '주기율표'

2019.09.21 06:00
일러스트 고고핑크
일러스트 고고핑크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조직한 체계’인 주기율표는 물질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기본 개념입니다. 처음으로 원소 사이의 주기성과 규칙을 발견하고 이를 표로 만들려고 시도한 것은 멘델레예프가 아니지만,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형태의 주기율표를 만든 것이 멘델레예프여서 사람들은 그를 주기율표의 창시자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원자 번호를 따르는 주기율표를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라고 부릅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1869년 처음 발표됐는데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주기율표의 형태는 거의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모습입니다. 사실 멘델레예프 이후로 계속 새로운 주기율표가 등장해 대안 주기율표의 개수가 무려 700여 개에 달합니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는 매우 뛰어난 발명품이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보다 좀 더 좋은, 나아가서는 ‘완벽한’ 형태의 주기율표가 있을 거라고 믿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주기율표 설계에 나섰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연구원과 윌머 릴 연구원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포함한 모든 700여 개의 대안 주기율표를 아우를 수 있는 바탕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겉모습과 원하지 않는 물성을 배제하고 오직 바라보고자 하는 것만을 남겨 패턴을 발견하는 위상수학적 방식으로 주기율표를 바라봤습니다. 레스트레포와 릴은 어떤 대상을 어떤 순서와 유사성으로 분류하고 싶은지만 정하면 주기율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화학적 특성의 경향성만 나타낼 수 있었던 멘델레예프 형태의 주기율표 대신 그래프를 이용한 수학적 표현법인 ‘순서하이퍼그래프(맨 하단 이미지 참고)’를 따르면 보다 다양한 특성을 하나의 그래프에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개념 단순화해서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일러스트 고고핑크/디자인 유승민
일러스트 고고핑크/디자인 유승민

네모 반듯한 표에 익숙해졌던 우리에겐 수학적으로 완성된 주기율표의 모습이 더 복잡하고 난해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쓰일 때는 보고 싶은 특성만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수학자의 주기율표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것만 골라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만들어지는 원리만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700여 개나 되는 주기율표를 일일이 몰라도 됩니다.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연구를 진행한 레스트레포는 “화학자들은 매일 일을 할 때마다 서로 다른 주기율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예를 들어 나노물질을 다루는 일을 한 다면 나노입자의 크기나 부피에 따른 원소 순서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원자 번호를 중심으로 한 주기율표만 사용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며 수학적 주기율표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수학적 주기율표의 모습 공개

 

 

위 주기율표는 공유결합을 맺는 원소 사이의 전기 음성도를 기준으로 만든 주기율표입니다. 전기음성도의 경향성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주기율표가 보기 편할 것이고 원자량의 경향성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보기 편할 겁니다. (공유결합 :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여 맺는 화학 결합의 한 종류, 전기음성도 : 원자가 화학 결합할 때 다른 전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의  척도)

 

이처럼 필요한 것만 볼 수 있다는 건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와 B라는 사람이 각각 한국에서 캐나다에 가려고 합니다. A는 비행기, B는 배를 타려고 할 때 두 사람 에게 전 세계의 모든 길과 지역이 표시된 지구본을 주면 오히려 찾아가기 혼란스럽습니다. 이때 A에게 필요한 건 비행기 노선도이고 B에게 필요한 건 뱃길이 표시된 지도입니다. 필요한 정보만 보고 효율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수학적 주기율표도 이런 지도처럼 여러 화학 원소로 이뤄진 복잡한 세계에서 여행자에게 딱 맞는 길을 찾아주는 맞춤형 설계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맨델레예프와 만난다면 밤새워 질문하고 싶어 "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연구원. 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화학자이자 수학자다.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연구원 제공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연구원. 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화학자이자 수학자다. 길레르모 레스트레포 연구원 제공

Q. 수학으로 주기율표를 조명하는 연구를 한 계기는 

 

화학으로 석사 공부를 하면서 주기율 시스템을 수학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화학적 시스템을 위상수학으로 체계화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논문을 같이 쓴 윌머 릴도 화학자이자 수학자인데, 릴은 네트워크 이론을 써서 화학 원소들에 얽힌 유사성을 찾는 연구를 했었습니다. 각자 수학과 화학에 관련된 연구를 하던 저희는 협업을 시작하며 주기율 시스템에서 수학적 구조를 찾으려던 선행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주기율표는 그중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Q.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가.

 

이번에는 수많은 화학 반응 전체를 관통하는 수학적 구조를 찾으려고 합니다. 저희는 1771년부터 화학자들이 보고했던 4500만여 개의 화학 반응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금 배우는 주기율표는 1860년대에 알고 있던 화학 반응과 화학 결합을 기준으로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화학 반응과 화학 물질이 발견된 지금도 주기율 시스템이 그대로일까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Q. 만에 하나 멘델레예프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

 

질문할 게 많습니다. 먼저 어떤 합리적인 원리나 알고리듬을 써서 원소들과 화학결합물의 화학적, 물리적 성질들을 예측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멘델레예프의 사회적, 정치적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멘델레예프의 신선한 관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현대에는 수학이 화학의 발전을 훌륭하게 뒷받침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학이 단순히 대수적인 표현법 수준에서 연관된 것이 아니라 정말 근원 이론으로써 화학 원소에 연관된다는 걸 알면 멘델레예프가 굉장히 기뻐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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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9월호 [주기율표 발표 150주년] 멘델레예프의 2019 수학 주기율표 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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