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개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인간과 소통 위한 진화의 결과

2019.09.21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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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이라면 간식 앞에서 초롱초롱하게 바뀐 강아지의 눈빛에 ‘심쿵’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핑크색 젤리가 달린 것 같은 고양이의 앞발은 또 어떤가. 기꺼이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사랑스러움이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인간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와 고양이의 매력을 과학적으로 살펴봤다.

 

매력포인트 ① 동그랗고 귀여운 눈의 비밀은 ‘눈 근육’ 


개는 인간처럼 동그란 동공을 가졌다. 상하좌우 균형 잡힌 원형 동공은 어떤 방향에서도 비슷한 양의 빛을 받아들여 사물을 왜곡 없이 볼 수 있다. 


흰자가 안보일 정도로 커다란 동공은 귀여움을 발산하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심지어 개는 이런 동그란 눈으로 ‘눈빛 연기’를 펼친다. 때론 애절하게 간식을 바라는 듯한 눈빛을, 때론 똘망똘망하게 산책을 가자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줄리아나 카민스키 영국 포츠머스대 심리학과 박사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개가 사람과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눈 근육을 발달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17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73/pnas.1820653116  


연구팀은 고대 늑대로부터 분화한 개의 조상이 약 3만3000년 전부터 사람 손에 길러지면서 귀여운 눈을 갖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늑대 4마리와 개 6마리의 눈 주변 근육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개는 늑대와 달리 눈썹과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눈윗근육(LAOM·눈꼬리올림근)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늑대개’라는 별명을 가진 시베리안허스키를 제외하고 모든 개에게서 눈꺼풀을 귀 쪽으로 당겨서 눈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눈옆근육(RAOL·눈옆꼬리수축근)이 발달해 있었다. 

 


귀여운 눈빛은 고양이도 못지않다. 단 어두운 곳에서만 통한다. 어두운 장소에서는 동공이 한껏 커져 개처럼 귀엽지만(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상상해보라!), 강한 빛을 받으면 동공이 뱀처럼 세로로 길쭉한 모양으로 변한다. 


위아래로 기다란 동공은 특히 물체의 위아래 움직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대신 좌우 움직임은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옆으로 이동하는 물체는 잘 보지 못한다. 몸을 숨기고 먹잇감을 지켜보다 순식간에 달려드는 매복사냥에 최적화 된 눈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보다 앙증맞은 체구의 고양이가 무시무시한 육식동물이라는 증거가 눈에서 드러나는 셈이다. 


사람과 고양이 동거 역사는 개에 비하면 길지 않다. 고양이는 원래 인간이 사는 구역에서 쥐를 잡아먹고 사는 존재였는데, 쥐의 개체수가 늘면서 해로운 존재로 인식되자 사람들이 ‘쥐 잡는 도사’인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음성 자극에 따른 고양이의 귀와 눈, 꼬리의 움직임 등을 분석한 결과 고양이가 주인이 이름을 부르는 것을 알아듣지만 단지 무시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4월 4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98-019-40616-4

 

매력포인트② 발바닥 ‘꼬순내’의 비밀은 세균


두꺼운 지방층과 피부조직으로 이뤄져 말랑말랑한 촉감을 가진 개의 발바닥 또한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개의 발바닥에서는 ‘꼬순내(‘고소한 냄새’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도 난다. 실제로 맡아보면 팝콘 냄새와 비슷하다. 


이 냄새의 정체는 세균이다. 개 발바닥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개는 사람처럼 다른 부위에는 피부에 땀샘이 없고, 유일하게 발바닥에만 땀샘이 있다. 따라서 산책을 하거나 뛰어놀 때 발바닥을 통해 땀을 흘린다. 


때문에 개 발바닥에는 프로테우스(Proteus)속, 슈도모나스(Pseudomonas)속에 해당하는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 프로테우스속 세균은 달달한 옥수수 냄새, 슈도모나스속 세균은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고 알려져 있다. 


고양이의 발은 개와 유사하지만 몇 가지 다른 특징이 있다. 먼저 필요할 때 발톱을 감출 수 있는 ‘접이식’ 구조다. 이는 호랑이나 사자 같은 고양잇과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따라서 개와 고양이는 발자국만 보고도 구분할 수 있다. 발가락 자국 위에 발톱자국까지 있으면 개 발자국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 발자국이다. 


고양이 발자국의 또 다른 특징은 발자국 수가 적다는 것이다. 앞발이 찍고 지나간 부분을 뒷발이 정확히 밟기 때문이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고양이는 사람처럼 오른발잡이, 왼발잡이가 있다. 피터 헤퍼 영국 퀸즈대 동물행동센터 교수팀은 수컷고양이는 왼손잡이, 암컷고양이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동물 행동(Animal behaviour)’ 2018년 1월호에 발표했다. doi: 10.1016/j.anbehav.2017.11.002 


연구팀은 암컷 24마리, 수컷 20마리 등 총 44마리를 조사해 이들이 캣타워에 올라가거나 좁은 용기 속 먹이를 꺼낼 때 어떤 앞발을 사용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수컷은 주로 왼쪽 앞발을, 암컷은 오른쪽 앞발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철 백산동물병원 수의사는 “선호하는 발이 있다는 것은 발을 손처럼 사용한다는 의미”라며 “앞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양이와 달리 개는 발을 걷는 용도로만 쓰기 때문에 딱히 선호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력포인트 ③ ‘삼색 고양이’ 아름다운 털의 비밀은 X 염색체

  
개와 고양이의 다양한 털색과 무늬는 매력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소다. 아무 무늬 없이 한 가지 색의 털을 가진 경우, 줄무늬나 얼룩무늬 같은 패턴을 가진 경우, 발끝이나 눈두덩 같은 특정 부위에만 짙은 색의 털을 가진 경우 등 각각이 특유의 매력이 된다. 


동물의 털 색깔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건 유전자다. 기본적으로 개는 8개, 고양이는 7개의 유전자가 털 색깔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수컷이든 암컷이든 모든 털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특정 털색의 조합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흰색 바탕에 검정색과 주황색 털이 섞인 이른바 ‘삼색 고양이’다. 검정색과 주황색 털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의 같은 부위에 존재한다. 따라서 검정색 털과 주황색 털을 동시에 가지기 위해서는 X염색체가 두 개여야 하고, 이는 암컷이 된다. 


만약 수컷 고양이가 검정색 털과 주황색 털을 동시에 가졌다면 ‘클라인펠터 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생식세포가 분열할 때 성염색체가 분리되지 않아 성염색체를 3개 이상(XXY, XXXY) 갖게 된 경우다. 이런 고양이는 생식 능력이 없어 대부분 번식이 어렵다. 


또 고양이의 경우 흰색 털을 갖게 하는 유전자 부위가 하나만 있어도 흰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태어난다. 이런 유전자를 ‘차폐 유전자(masking gene)’라고 부르는데,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강력한 우성 유전자다. 다만 이런 유전자를 가진 고양이는 청각 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개는 털 색깔과 성별이 크게 관련이 없다. 대신 털 색깔이 수명이나 질병과 관련된다. 영국왕립수의대와 호주 시드니대 등 공동연구팀은 래브라도 레트리버 3만3320마리 중 2074마리를 무작위로 선별해 질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갈색 털을 가진 레트리버(23.4%)가 검정색(12.8%)이나 노란색 털을 가진 레트리버(17%)보다 피부 및 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2배가량 높다는 것을 확인해 2018년 10월 22일 국제학술지 ‘개 유전학 및 역학(Canine Genetics and Epidem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검정색이나 노란색 털을 가진 레트리버의 수명이 평균 12년인데 비해, 갈색 털을 가진 레트리버는 10.7년 정도로 비교적 짧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doi: 10.1186/s40575-018-0064-x
김정현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갈색 레트리버가 다른 색 털을 가진 레트리버에 비해 질병이 많은 원인에 대해 “인공 교배를 통해 품종을 만들어내면서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레트리버의 털 색깔은 염색체에서 B 유전자좌와 E 유전자좌가 결정한다. 두 유전자가 우성일수록 검은색, 열성일수록 노란색 레트리버가 태어난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비율을 매기면 갈색 레트리버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 태어나고, 계속해서 갈색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 좁은 범위에서 교배가 이뤄진다.


그렇다고 털 색깔을 결정하는 요인이 유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종에 상관없이 흰 양말을 신은 듯 발끝이 하얀 개가 있다. 이는 배아 발생 과정에서 멜라닌 세포가 신체 말단까지 도달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멜라닌 세포는 척추에서 출발해 말단으로 이동하는데, 일부 동물은 출산 전까지 이 과정이 완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간혹 가슴 부위에 반달곰처럼 매력적인 흰색 털 무늬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doi: 10.1371/journal.pone.010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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