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달 탐사계획 다시 또 연기…2022년 7월 궤도선 발사(종합)

2019.09.10 11:55
제31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제31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 최초 달탐사선(궤도선) 발사 계획이 당초보다 19개월 순연돼 2022년 7월로 연기된다. 총 사업 기간은 당초 60개월에서 79개월로 늘어나고 과학 연구를 위한 탑재체 무게도 23% 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1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달 탐궤도선 발사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임무 기간의 연장이다. 2020년 말로 계획했던 기존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을 19개월 늦춰 2022년 7월 이전에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7월은 발사예정월이 아닌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그 이전에 발사 시점을 정하겠다는 뜻이다.


궤도선의 무게도 늘었다. 총 중량 550kg에서 23% 늘어난 최대 678kg으로 조정됐다. 이는 개발 중인 6기의 과학 탑재체 중량이 예상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석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2017년 8월 예비설계 이후 상세설계 및 시험모델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로 탑재체 중량이 늘어나 이를 수송할 궤도선의 연료가 당초 230L에서 260L로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구조체 중량도 30kg 증가하는 등 전체 기체의 무게가 다소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총중량 550kg 자체가 다소 도전적인 목표였다”며 “550kg은 애초에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 필요한 무게 제한으로 현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어 목표중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궤도선의 무게가 증가하면서 임무 궤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료가 더 소모되기에 애초 계획했던 임무 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최원호 국장은 “늘어난 중량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과 아예 재설계를 하자는 의견이 연구자 사이에서 대립해 결정이 다소 늦어졌다”며 “모든 기존 과정을 매몰해야 하는 재설계 대신, 중량을 늘리는 대신 임무 궤도 최적화를 통해 최대한 1년의 임무를 유지하는 방안을 전문가의 논의 결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방법은 달궤도선의 운영 궤도 다변화다. 기존 안대로 달 100km 상공을 원 궤도로 돌면 임무 기간은 8개월에 머물기에, 보다 연료를 적게 소모하는 다른 궤도로 9개월간 운영하다 목표궤도로 복귀한다. 구체적으로 첫 9개월은 달에서 가까울 때는 100km, 멀 때는 300km 상공을 지나는 타원 궤도로 운영하고, 마지막 3개월은 100km 상공 원 궤도로 바꿔서 운영할 계획이다.

 

궤도가 바뀌어서 과학 탑재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탑재체 가운데 국내 개발 5기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달의 남극 지역을 관측하려고 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탑재체는 아직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달의 남극 상정해 공을 100km 지점에서 통과하는 궤도를 정해 NASA의 탑재체를 최대한 배려하는 안을 NASA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달궤도선 발사 연기에 따라 최소한 167억 원 추가 비용도 발생할 전망이다. 약 절반은 스페이스 X에 지불하는 지체 보상금 과 무게 증가에 따른 추가 운임비, 시험평가비 등이다. 인건비와 간접비 등도 늘어난다. 최 국장은 “내년 예산은 확보됐고, 연말까지 2021년 이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궤도선의 하드웨어 개발 및 조립 외에 다른 개발 일정은 지연되지 않기에 그 외의 추가 비용이 많지는 않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기간이 19개월 늘어나는 만큼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올해 안에 상세설계검토회의를 개최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궤도선 조립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항우연 내부의 위험 관리 기능을 강하하고 달탐사사업단에 경험 풍부한 연구인력을 보강하며 외부 전문가의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도 내놨다. 


이번 결정은 신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취임 이틀 만에 전격 발표됐다. 이를 두고 신임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결정인지 궁금함도 인다. 하지만 이번 일정 및 궤도선 사양 변경은 전임 유영민 장관 때 전적으로 결정됐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주요 기술적 결정은 국가우주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해서 이뤄졌다. 앞서 7월 22일에는 정부 과천청사에서 가진 유영민 전 장관 간담회에서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달 궤도선 개발의 기술적 한계를 수용하고 달 탐사 사업 성공적 추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위험관리 기능 강화하고 연구인력을 보강키로 했다"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점검평가단 점검 결과 참고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2년 가까이 추진 못해
 

달 궤도선 발사는 이미 올초부터 감지됐다. 지난 3월 7일 개최한 제30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도 달 궤도선 발사 문제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달 궤도선 무게를 550kg으로 설계했지만 궤도선에 들어가는 각종 국내외 탑재체 무게를 줄이지 못하면서 달 궤도로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발사 일정 연기의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중력도움(플라이바이) 등 새로운 항행방식까지 고려했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바뀐 계획에 따르면 달 탐사선은 550kg에서 678kg으로 늘어난다. 탑재체 무게를 기술적으로 더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게를 줄이느라 시간을 빼지 않고 궤도선의 중량을 원래 목표보다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한국 달 궤도선의 발사를 대행할 미국의 민간우주회사 스페이스X도 궤도선 무게를 변경해도 발사가 가능하다고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재활용 로켓인 팰컨9은 정지궤도(GTO)에 최대 8300kg까지 화성까지 가는 탐사선의 경우 4020kg까지 쏘아올릴 수 있다. 그보다 대형인 팰컨 헤비의 경우 정지궤도에 2만6700kg, 화성까지 1만6800kg의 위성이나 탐사선을 쏘아보낼 수 있다. 

 

이런 경우 달 궤도선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달 궤도선 발사는 2020년 12월에서 2022년 7월로 19개월 미뤄진다. 달 궤도선 무게를 줄이지 못해 사실상 지난해 초부터 15개월 넘게 개발이 진전되지 않은데다 설계 변경에 따른 시험기간 2개월, 기상 조건과 발사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한 완충 기간 2개월을 합해 19개월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에 결정한 발사 일정에 맞추면 총 사업기간은 79개월 가량 소요되는 셈이다.

 

달에서의 운영 궤도도 바뀐다.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당초 달 표면 100km 상공을 도는 궤도를 택했다. 하지만 계산 결과 이런 경우 운용 기간이 8개월로 줄어들어 1년을 맞추기 위해 원 궤도가 아닌 찌그러진 타원 궤도에서 일정기간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 표면에 가장 가깝게 날 때(근지점)은 100km, 가장 멀리 떨어질 때는 300km로 떨어져 달 궤도를 돌게 된다.타원 궤도는 달의 중력이 인공위성을 충분히 잡아당기지 못하므로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서 인공위성의 속도는 줄어들었다가 다시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서 가속되어 원래의 위치와 속도로 되돌아와 타원 궤도를 형성한다. 

 

정부는 첫 9개월간은 달 탐사선은 100~300km 타원궤도로 운영하다가 3개월은 100km 원궤도를 운영하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달 궤도선 개발 기간이 늘고 일정이 늦어지면서 예산도 늘어난다. 당초 정부는 달 궤도선 개발과 발사에 1978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일정이 길어지고 궤도선 무게가 늘어나면서 스페이스X에 추가로 89억원을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포함해 사업기간이 늘고 설계 변경에 따른 달 궤도선 발사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167억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달 탐사 사업은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 추진하다가 일정이 자주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가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를 펄럭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당초 2025년이던 궤도선과 착륙선의 발사 일정을 앞당겼다가 달 궤도선 개발부터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이 2020년으로 변경됐다. 달에 착륙선과 로버(탐사로봇)를 보내는 계획은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 상황을 고려해 2030년까지로 발사 일정을 늦췄다. 달 궤도선은 올해 상세설계를 마치고 전기장치 지상검증을 추진한다. 

개발 중인 한국형 달탐사선 1단계(달궤도선)의 모습.
개발 중인 한국형 달탐사선 1단계(달궤도선)의 모습.

2025년서 2018년, 2020년에서 다시 또 변경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1년 7개월만에 다시 2022년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2020년이었던 달 궤도선 발사 계획이 박근혜 정부 대선 공약에 따라 2018년으로 바뀐 것을 포함해 이번이 3번째 계획 변경이다.

 

달 궤도선은 달 표면 상공에서 달 주변을 공전하며 달 표면을 관찰하는 인공위성이다. 총 3단계로 이뤄진 한국 달 탐사 계획 중 1단계에 해당한다. 해외발사체를 이용하며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한 행성 탐사기술 토대 마련이 목표다. 달 탐사 2단계는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선 발사이며 마지막 3단계는 소행성 샘플귀환선 발사다. 


당초 달 탐사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다. 당시 과학기술부가 달 궤도선을 2017년 개발해 2020년 우주로 보내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달 궤도선 발사를 2018년으로 못박는다. 박근혜 정부의 이런 계획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함에도 불구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성과 홍보용’으로 쓰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달 탐사 계획은 다시 한번 수정됐다. 이전 계획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달 궤도선을 2020년까지 발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달 탐사 계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연됐다. 달 탐사 사업을 총괄하는 항우연이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항우연 노동조합은 지난 6월 성명서를 통해 “달 탐사 문제가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며 "중량 550㎏, 연료탱크 260ℓ의 기본설계로는 달 궤도선이 6개의 탑재체를 싣고 1년간 임무를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업단장이 연구자들의 의견과 기술적인 근거들을 묵살하고 기존 설계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또 한번 계획이 변경됐다. 달 궤도선 발사가 2022년 7월로 재조정됐으며 무게도 기존 500kg에서 678kg으로 변경됐다. 운영기간과 머무르는 달 궤도도 변경됐다. 발사된 달 궤도선은 기존 100km 상공에 8개월 동안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총 12개월로 변경됐다. 첫 9개월은 100X300km 타원 궤도로 운영하고 3개월은 100km 원궤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100km 상공 원궤도를 그리면 8개월밖에 운영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추진체계 부실, 계획 수시 변경에 따른 기술적 한계가 주원인


전문가들은 달 궤도선 발사로 예정된 달 탐사 프로젝트가 2022년 7월로 미뤄진 것은 예정된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달 탑재체 관련 달 궤도선 무게를 맞추는 기술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지만 달 탐사 사업 추진 체계에도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2월 발표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달에 무인 착륙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2020년 말까지 550kg 무게의 시험용 달 궤도선을 보내기로 했다. 달 궤도선에는 국내 연구팀 주도로 개발중인 편광카메라와 자기장 측정기 등 5개의 장비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장비까지 총 6개의 관측 장비가 탑재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6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이 “달 궤도선 개발은 아직 설계조차 확정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며 전격 문제제기를 하면서 달 궤도선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렸다. 원래 예정된 시험용 달 궤도선의 무게 550kg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무게를 초과해 설계 자체를 새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7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과학자들에게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 및 발사에 대해 일정을 정해놓고 완수하라는 방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문가들이 타당성을 검증중이며 그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또 “목표했던 550kg 중량을 맞춰야 하지만 중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중량이 늘면 설계도 바꿔야 하고 예산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투입 인력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달 궤도선 총 중량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 외에도 달 탐사 사업 추진체계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항우연 노조는 지난 6월 “지난해 하반기에 상세설계 확정을 위한 상세설계검토가 이뤄지고 제작에 돌입해야 하는데 설계확정도 되지 않았다”며 시스템 및 본체와 지상국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이같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술적 문제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사업 추진체계에 허점이 생기며 2020년으로 예정된 달 궤도선 개발 및 발사 일정은 2022년 7월로 미뤄지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가 항우연 내부의 위험관리 기능 강화와 달 탐사 사업단 연구 인력 보강을 권고했다”며 “외부 전문가의 상시적인 점검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항우연 노조 "일찍부터 문제 알고도 방치" 비판

 

노조는 “연료탱크부터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 2016년부터 현장에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현재의 사업단은 이를 묵살하고 기존 설계대로 진행하며 정상화를 위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우연 노조는 6월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2020년 말로 예정된 달탐사 사업이 아직 설계조차 확정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항우연 원장과 위성본부장, 사업단장 등 관련자를 경질하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해외 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평가단을 구성해 점검과 평가를 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신명호 항우연 노조 위원장은 “원래 작년 하반기에 상세설계 확정을 위해 상세설계검토(CDR) 회의를 했어야 한다. 지금은 그에 따라 제작에 돌입했어야 하는데 아직 설계확정도 되지 않았다”며 “작년 초에 일정이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해 현장 연구자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사업단장은 ‘문제없다’라고만 말하고 (일정 연기든 설계 완료든)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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