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산학협력단장의 고언 "年1000건 서울대 특허도 4분의 3은 실적용"

2019.09.09 16:51
4일 서울대에서 윤의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만났다. LED를 연구하는 소재, 소자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제대로 된 대학 기술을 남기려면 좋은 발명을 선별해 대학에서 좋읕 특허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4일 서울대에서 윤의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만났다. LED를 연구하는 소재, 소자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제대로 된 대학 기술을 남기려면 좋은 발명을 선별해 대학에서 좋읕 특허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기술창업과 이전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는 미국 스탠퍼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1년에 출원하는 특허가 200~300건입니다. 그런데 서울대는 연 1000건의 특허를 출원합니다. 4분의 3은 실적을 위한 ‘생계형 특허’ 그러니까 가비지(쓰레기라는 뜻) 특허라는 뜻이지요. 이래서는 좋은 특허의 옥석을 가리지도, 될성부른 기술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합니다. 힘들더라도 모든 특허를 심사하고, 좋은 특허는 대학이 돈을 들여 키워야 좋은 기술, 기업이 쓸 만한 소재, 부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윤의준 서울대 산학협력단장(재료공학부 교수)은 ‘증거’에 기반해 기술을 평가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연구하는 소재, 소자 전문가인 그는 기술의 가장 정직한 증거로 특허를 꼽는다. 하지만 그가 2월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으로 부임한 서울대의 현실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랐다. 국내 최고 대학이지만, 특허에서는 ‘허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4층 연구처장실에서 윤 단장을 만났다.


“특허는 돈을 벌기 위해 냅니다. 기술은 국경이 없기에, 진정 돈을 벌 기술이라고 생각했다면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해외 특허를 출원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국내 특허만 낸 기술이 부지기수입니다. 실적 보고서에 쓸 한 줄을 위해 낸 생계형 특허라는 뜻이지요.”


윤 단장은 "생계형 특허를 내는 것 자체가 잘못은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허출원비는 교수가 자신이 수행한 연구비의 간접비 중에서 충당한다. 출원할 때는 특별히 대학이나 산학협락단의 돈이 들지 않는다. 연구비를 지원한 정부는 특허 건수도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계산한다. 특허 출원이 연구의 중요한 동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특허’를 선별하고 키우는 데에는 이런 난립이 분명 방해가 된다는 게 윤 단장의 생각이다. 일단 대학의 특허 출원 수를 늘리다 보니 제대로 된 심사를 막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만 해도 5명의 변리사가 있지만, 한 해 1000건씩 쏟아지는 특허를 모두 심사하기엔 역부족이다.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좋은 특허를 발굴할 기회도 사라진다.

 

윤 단장은 “특허는 출원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라며 ”수백만 원씩 투자해 선행기술조사를 하고, 출원도 제대로 된 변리사에게 맡겨야 탄탄한 특허가 돼 기술 방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실 특허만 쌓이니 그나마 일부 연구된 좋은 기술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통된 우선권 특허를 바탕으로 관련 특허를 겹겹이 출원한 ‘패밀리특허’나 한 번에 수천만 원씩 목돈이 드는 해외특허는 강력한 특허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교수가 개인 연구비 간접비로 알음알음 특허를 내야 하는 현재는 꿈도 꾸기 어렵다.


게다가 대학 특허는 개념 수준의 기초원천기술이 많다. 쉽게 말해 “날 것”이다. 윤 단장은 “좋은 특허를 만들어도 중소기업이 가져다가 쓸 수 있을까 말까다. 대개 수억~수십억씩 추가 투자해야 쓸만한 기술로 거듭나는데 이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극소수”라며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도 대학이 중간에 제대로 된 기술을 선별하고 좋은 특허로 키우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이 역할을 하도록 역할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소싱’을 통해서다. 기업 임원 출신의 ‘산학협력중점교원’과 전현직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발명심사단을 구성해 산학협력단에 접수되는 모든 발명신고를 전수 심사할 예정이다. 좋은 특허라고 판단되면 산학협력단이 직접 비용을 들여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제대로 된 선행기술조사와 특허 출원 과정을 담당한다. 예산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 정도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이 꼭 해야 한다는 게 윤 단장의 생각이다. 이미 교수평의회 등 대학 내부 공론화를 거쳤다.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 소재, 부품 특허 중에서 숨은 보물을 캐내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외부 변리사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구성된 전문가단을 꾸려 분야별 기존 특허를 검토해 쓸만한 것을 발굴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화장품 분야에서 외부 변리사 사무소와 협력을 시작한 상태다. 윤 단장은 “10년 뒤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움직여야 한다”며 “대학도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등록금이나 정부출연금, 기금 외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산학협력단이 좋은 특허를 통해 대학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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