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계 제작史 큰 획 긋는 '흠경각 옥루' 581년만에 복원했다

2019.09.09 12:27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연구팀은 흠경각 옥루를 처음 만든지 581년만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연구팀은 흠경각 옥루를 처음 만든지 581년만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흠경각에는 하늘과 해의 돗수와 날빛과 누수 시각이며, 또는 사신(四神)·십이신(十二神)·고인(鼓人)·종인(鍾人)·사신(司辰)·옥녀(玉女) 등 여러 가지 기구를 차례대로 다 만들어서,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저절로 치고 저절로 운행하는 것이 마치 귀신이 시키는 듯하여 보는 사람마다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서 그 연유를 측량하지 못하며, 위로는 하늘 돗수와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으니 이를 만든 계교가 참으로 기묘하다 하겠다.”


1438년 1월 7일자 세종실록에 담긴 ‘흠경각 옥루’에 대한 기록이다. 장영실이 제작한 흠경각 옥루는 시각을 알려주는 물 시계 장치와 천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천문시계 장치를 결합한 조선시대 최첨단 자동 종합물시계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광해군 때 복원했지만 효종 때 조선실록 기록에서 사라졌다. 역사학자들은 화재로 인해 소실된 것으로 추정한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연구팀은 흠경각 옥루를 처음 만든지 581년만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흠경각 옥루는 조선후기 이민철의 혼천의나 송이영의 혼천시계의 원형이 되는 한국의 시계 제작사에 있어서 큰 획을 긋는 자동물시계이다. 이미 완성된 보루각의 자동물시계(자격루)와 경복궁 후원 간의대의 천문 의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 시시때때로 편리하게 관측하기 어려워 이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시(時)∙경(更)∙점(點)을 모두 청각과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흠경각 옥루는 1434년에 만들어진 자격루와 제작 의도와 내구 구조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격루가 당시 조선의 표준시계로서 시각의 정밀도에 제작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흠경각옥루는 사계절의 농경생활을 통해 하늘이 정해주는 시각의 중요성과 함께 천문과 지리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적 의미를 강조한다. 


3년간 진행된 흠경각 옥루 복원 연구는 국립중앙과학관을 중심으로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 학자 등이 협력해 문헌, 천문의기, 복식, 수목, 건축 등 고증을 거쳤다. 연구팀은 흠경각 옥루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는 ‘흠경각기’를 다른 역사서인 ‘동문선’, ‘신증동국여지승람’, ‘어제궁궐지’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흠경각 옥루의 시보장치가 4단이 아닌 5단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복원에 적용했다.


정병선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세계 기계시계발달사에 한 획을 긋는 흠경각 옥루가 600여년 만에 복원된 것은 국민들에게 자긍심 고취와 관련 분야 전시산업 육성 및 해외 전시를 통한 과학한류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국립중앙과학관에 옥루의 핵심 과학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기법을 시도하고,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를 복원도로 나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를 복원도로 나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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