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3만개 은하 정보 처리하는 '기초과학 빅데이터 시대'

2019.09.07 08:20
이재현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원이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및 국가과학기술연구망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이재현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원이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및 국가과학기술연구망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밤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면 그 안에 3만 개의 은하가 들어옵니다. 지금은 천체망원경에서 이만큼의 천체 데이터가 매일 아침 날아옵니다. 컴퓨터가 이를 은하와 별로 구분하고, 은하는 타원은하와 나선은하로 구분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이 이렇게 자연과학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재현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원은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및 국가과학기술연구망 워크숍(KSC&KREONET 2019)’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주최로 5일과 6일 양일에 걸쳐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는 슈퍼컴퓨팅 및 연구망 분야 산학연 연구자 300여 명이 모여 슈퍼컴퓨팅과 연구망을 활용한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이 연구원은 케플러 법칙과 뉴턴 법칙을 통해 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자연과학 연구의 관련성을 설명했다. 케플러 법칙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덴마크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를 활용해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운동을 하고 있음을 밝힌 법칙이다. 뉴턴 법칙은 아이작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의 법칙과 운동 법칙을 말한다. 케플러 법칙이 관측값에 의해 정리한 법칙이라면, 뉴턴 법칙은 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이 연구원은 “대학에서 물리를 배울 때 먼저 뉴턴의 법칙을 배우고 거기서 얻은 운동방정식을 활용해 케플러 법칙을 구하는 법을 배운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케플러가 70년 전 사람”이라고 말했다. 법칙의 발견 순서와 반대로 근원이 되는 법칙이 발견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케플러가 현재의 기계학습이라면 뉴턴은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인 셈”이라며 “기계학습이 밝혀낸 내용을 연구자들이 밝혀나가는 게 자연과학에서 기계학습을 응용하는 예”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많은 은하가 담긴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현재 측정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너무 커 컴퓨터 계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밤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면 그 안에 3만 개의 은하가 들어간다”며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만 해도 50개의 천체로 이를 밝혀냈지만 지금은 천체망원경에서 매일 3만 개의 데이터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만큼의 빅데이터가 아침마다 메일로 날아오면 오면 컴퓨터가 은하와 별을 스스로 분리하고 이후에는 타원은하냐 나선은하냐를 분리한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등에 활용되는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도 천문학 분야에 활용된다. GAN은 두 개의 컴퓨터 신경망을 경쟁시켜 진짜에 가까운 물체를 결과를 내게 하는 기법이다. 이 연구원은 “도둑과 경찰을 예로 들면, 도둑이 가짜 돈을 만들면 훈련이 잘 된 경찰이 이것이 어째서 가짜 돈인지를 알려준다”며 “이를 반복하다 보면 도둑이 진짜와 구분이 되지 않는 돈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에서 이 기술이 활용되면서 물리에 대한 지식 없이도 천문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연구원은 “은하가 나이가 들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게 되는데, 어떤 물리적 성향 때문에 바뀌는지 알고 싶다면 물리적 수치를 바꿔보면 된다”며 “실제로 별 생성 속도를 하나만 바꾸면 은하의 색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적인 이해가 없어도 이런 걸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며 “천문 분야의 새로운 연구방법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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