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노력·풍부한 인재풀·親연구환경이 바이오강국 싱가포르의 성공 비결

2019.09.04 17:01
8월 26일 찾은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의 외부 전경. 바이오폴리스 내의 7개 건물이 모두 사진 속 건물들처럼 다리로 연결돼 있다. 신수빈 기자
8월 26일 찾은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의 전경. 바이오폴리스 내의 7개 건물이 모두 사진 속 건물처럼 다리로 연결돼 있다. 신수빈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남서쪽을 향해 차를 타고 십여 분을 달리자 북위 1도에 자리 잡은 연구 클러스터 ‘원노스(One-north)’를 나타내는 푯말이 나타났다. 그곳을 조금 지나 7개의 건물이 모두 다리로 연결된 생명공학 연구단지 ‘바이오폴리스(Biopolis)’ 앞에서 멈춰섰다. 


바이오폴리스는 대부분의 싱가포르 국가연구소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모여 있는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 바이오메디컬연구소(BMRC)와 과학기술연구회(SERC) 등 산하 기관을 비롯해 노바티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의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들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 국가 연구소와 기업 사이 경계를 허물다

박미경 대표_8월 26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IME에서  박미경 대표가 원바이오메드에서 개발중인 칩을 들어 설명해보이고 있다. 신수빈 기자

8월 26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IME에서 박미경 대표가 원바이오메드에서 개발중인 칩을 들어 설명해보이고 있다. 신수빈 기자

“직접 회사에 소속된 직원은 3명뿐입니다. 나머지 직원은 모두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산하 게놈연구소(GIS)와 마이크로전자공학연구소(IME)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입니다. 이 연구실과 연구장비도 모두 과학기술청 산하 마이크로 전자공학연구소(IME) 지원을 받았습니다. ”

 

바이오폴리스 내의 과학기술청 게놈연구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미경 원바이오메드 대표는 바이오폴리스 내의 정부 출연 연구소 IME에서 스핀오프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자신의 창업에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바이오메드처럼 과학기술청의 지원을 받아 세상으로 나오는 스타트업(창업 초기벤처)은 연간 14개에 이른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은 연당 약 17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기업과 함께한다. 게놈연구소의 경우, 2015년 미국 바이오 기업 플루다임과 조인트랩을 꾸리는가 하면, 2017년 중국 바이오 기업 노보젠과도 손을 잡고 유전체 서열 분석 센터를 마련했다.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업체 피앤지(P&G)와 인체의 피부에 사는 곰팡이균의 유전체를 연구하는 등 연구 결과가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에 쓰일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에도 힘을 쏟는다. 

 

알렉산더 레즈하바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게놈연구소 시니어 그룹 리더는 “병원이나 기업 등 실제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협력하면서 실제 생활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며 국가 연구소와 기업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 글로벌 기업에게 혜택 주며 국내로 유입


지난달 28~29일(현지 시간) 방문한 글로벌 제약사 암젠 생산 시설과 애브비 생산 시설, 릴리의 임상약학센터(LCCP)도 싱가포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부터 바이오 제약 기업에 최대 15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 주거나 40년 동안 기본 법인세율 17%보다 낮은 법인세율 혜택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를 국내에 유치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 애브비, 릴리는 모두 싱가포르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싱가포르에 터를 잡았다.  

 

8월 29일 방문한 릴리 임상약학센터 내부의 모습. 로난 켈리 연구소장이 임상약학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신수빈 기자
8월 29일 방문한 릴리 임상약학센터 내부의 모습. 로난 켈리 연구소장이 임상약학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신수빈 기자

릴리는 1997년싱가포르 정부의 요청으로 싱가포르국립대(NUS) 안에 임상약학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첫 5년 동안 연구비를 일부 대고 이후부터 독립하는 조건으로 싱가포르에 터를 잡았다.

 

릴리 임상약학센터는 2018년 싱가포르국립대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바이오폴리스로 이전했고, 새 시설에 임상 연구에 쓰일 약 제조 시설부터 49개의 환자 베드, 결과 분석 시설을 모두 갖췄다. 같은 해 말에는 이웃한 과학기술청과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로난 켈리 릴리 임상약학센터 연구소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를 바이오 강국으로 키우고 싶어한다”며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 연구소에서 개발한 약물을 제약회사에서 빠르게 1상 임상시험을 해보고 인수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브비_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에 지어진 애브비 생산 시설 전경. Abbvie 제공
애브비_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에 지어진 애브비 생산 시설 전경. Abbvie 제공

암젠과 에브비가 이곳에 설립한 생산시설은 노바티스, 사노피, 화이자, MSD 등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싱가포르 서쪽 끝인 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에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자료에 따르면, 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에는 전세계 톱 10개 제약사 중 8곳이 이곳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10개 중 4개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싱가포르에 지어진 암젠 차세대 바이오 생산 시설의 모습. 단일사용시스템(Single-Use system)을 적용해 스테인리스 탱크 안에 비닐 장치를 씌우고 빠르게 생산하는 약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MGEN 제공
싱가포르에 지어진 암젠 차세대 바이오 생산 시설의 모습. 단일사용시스템(Single-Use system)을 적용해 스테인리스 탱크 안에 비닐 장치를 씌우고 빠르게 생산하는 약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MGEN 제공

토드 왈드론 암젠 싱가포르 생산시설 생물의약품 생산 담당자는 “싱가포르는 폭넓은 인재풀과 우호적인 기업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생산 시설 확장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오도녹휴 애브비 싱가포르 사이트 디렉터는 “싱가포르 정부는 개별 회사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 바이오 클러스터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약 50명을 해외 자매 회사에 보내 교육시킬 때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인력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내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 현황. KOTRA.
싱가포르 내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 현황. KOTRA.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 미디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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